십 대를 위한 첫 심리학 수업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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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수업을 제대로 들은 기분이다. 십 대를 위한다지만, 사십 대인 나에게도 유익한 책이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지금껏 이정도도 모르고 살아왔나 싶을 테지만, 그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심리학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잘 정리해놓았다는 뜻이다. 꼭 십 대가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라는 거다. 심리학을 처음 알고싶다면 어느 누구에게라도 적극 추천!
지난 학기 대학원에서 상담 수업을 들었다. 상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심리학이고, 그러다보니 수업을 들으며 심리학과 연관된 이야기에 흥미가 생기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어쩜 제시하고 있는 사례까지도...). 뭔가 반갑기도 하고 나도 공감하고 있던 이야기가 여기에서도 확인이 되니 괜히 (내가 쓴 것도 아니면서) 뿌듯해지도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여기서 확인하게 되는 순간! 알고 있으니 더욱 흥미롭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물론, 처음 심리학을 접하는 십 대를 위해 쉽고 편안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상담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치료'가 목적입니다. '위로'도 하지요. 하지만 '치료'가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래서 의뢰자가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해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가 될 때마다 도우려 합니다.(50쪽)

그렇지, 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다가도 정말? 하고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들이 생겼다. 이건 내 얘기? 혹은 지금껏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심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했다. 자꾸만 나를 더욱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정말 행복을 원할까요? 아닙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이 밝힌 바로는 행복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카너먼은 '행복'과 '만족'을 구분해서 연구했습니다. 카너먼의 주장에 따르면 행복은 순간적인 경험이며 곧 사라지는 감정입니다.(85-6쪽)
'공격성의 원인? 외부 자극이 아니라 내적 보상을 위해서라고? 그걸 어떻게 알아? 도파민이 있고 없고에 따라 생명체가 어떻게 다른 행동을 하는지 직접 관찰했어? 아, 그렇구나!'(92쪽)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심리학이 참 알쏭달쏭하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묘미를 갖고 있다. 단순히 그럴 것이라고 짐작만 하지 않고 그 깊숙한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려 실험하고 관찰했던 학자들의 성격도 참 남다르구나 싶기도 했다(그 남다름이 사이코패스의 뇌라니!). 그러니 우리는 편견과 맞서 싸워야한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사실 전공이 문제가 아니라 MBTI를 만든 분들은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에 걸맞은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이 검사가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자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검사 내용을 바꾸는 정도로만 대응했지요. 심리학회에서도 MBTI가 워낙 대중적이다 보니 언급을 하는 것뿐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MBTI는 심리학에서 과학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검사인 거죠.(118쪽)

이제 좀, MBTI에서 벗어나야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농업학과 출신 어머니와 정치학과 출신 딸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정확하지도 않은 검사 결과로 사람을 구분짓고 고정하려들 것인가. 사람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지 말자(인력 채용 시 활용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건 좀 아니지 싶었는데, 이 책에서 명확히 해 준 것 같다. 그러지 말자!). 재미로만 끝내지 못할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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