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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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해 잘 모른다. 어린시절부터 딱히 어느 한 종교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종교에 대한 맹신, 광신이란 단어들이 나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길을 혼자 걷다 보면 낯선 사람들이 자주 말을 걸어온다. 그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말을 걸어오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연하게 대화를 사양하고 걷던 길을 걸을 수 있다. 헌데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판단으로 그 수많은 거절의 말을 들으면서도 낯선 사람들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 수 있을까. 그래서 대학 교정을 걷던 어느날, 그렇게 말을 걸어오는 누군가에게 나도 질문을 했다.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고, 그들이 하려고 하는 말에 계속 의도가 담긴 질문을 던졌다. 한참을 길에 서서 낯선 이와 대화(?)를 주고받았고, 어느 순간 그 낯선 이가 먼저 발길을 돌렸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라 구체적으로 대화 내용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더욱 이런 부류 사람들의 생각을 쉽게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러다보니 종교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게 되면, 쉽게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한 판단을 하게 되곤 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종교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그런 종교에 그토록 몰입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며 납득하기 어려운지 등등. 어쩌면 소설 속 '피비'에 대해 세간에서 떠들어대는 이야기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말들을 쉽게, 내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내뱉는 모든 것들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든다.
'피비', '존 닐', '윌'. 이 세 인물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들의 삶 속에 믿음이 자리하고 그 믿음에서 벗어나게 되는 그 순간들의 마음을 더듬어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이들 모두에게 일차적으로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 우리가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너무 깊이 알게 되면 미워할 수 없어진다고. 어떤 문제 상황 앞에서도 그들의 깊숙한 이유와 내면을 알게되는 순간, 그들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그런 비슷한 마음일까. 분명 두려워하며 비난하게 될 이들에게 우선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보려 노력하는 마음(소설 초반, '윌'이 하려던 그 노력이 이것일까...)이 생겼다. 이들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부딪히고 아파했던 그 각자의 삶의 어느 한 지점에서 이들을 만나게 했겠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피비의 모든 면을 하나하나 되살리며 그녀의 삶을 온전히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윌의 마음을 따라가보고 싶어졌다. 그들에게도 분명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그 삶의 위치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여전히 내 상식으로는, 그런 일련의 행위들이 반사회적이며 불특정 다수의 타인을 위험하게 만드는 믿음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용납할 수가 없다. 아무리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이해의 노력이라 하더라고, 그것으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는 지옥과 같은 어둠을 경험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들이 자신들의 어둠을 극복하겠다고 다른 이를 또 다른 어둠으로 몰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시무시한 일인가. 그런 면에서 여전히 '제자' 사람들의 행방을 확인할 수 없는 소설의 후반부를 읽으며, 무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다 읽고, 다시 1장을 읽었다. 윌은 어떤 마음으로 이들이 함께한 시간들을 떠올리고 기억하며 기록했을까가 다시금 궁금해져서.

하지만 여기서부터 나는 상상이 잘 안 돼, 피비. 건물들이 무너졌잖아. 사람들이 죽었고. 예전에 너는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지. 그래서 지금 난 노력하고 있어, 이렇게.(12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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