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모르는 엔딩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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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우스갯소리로 자주 했던 말이었다. 중2 무서워서 아무도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말. 하지만 내가 겪은 중2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시기에 당연히 보여야 할 모습을 너무도 충실히 따르며 잘 커나가고 있는, 멋지고 귀엽고 때론 끔찍하지만 예쁜 아이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참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여기에 있다. 우리의 중딩들을 있는 그대로 봐줬다는 것. 절대 외계인도 감당 못할 외계의 존재들이 아님을 알아봐줬다는 것. 기영이와 라임이 파이팅이다!

"외계인도 대한민국 중딩들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잖아."(10쪽)
그들은 자기 삶을 살아갈 뿐이며, 그네들의 삶은 언제나 현재형이다. 이 문서를 읽는 당신이 그러하듯.(33쪽)

<최후의 임설미>
이렇게 기발하고 재밌어도 되는 건가? 우리의 삼선 슬리퍼에 담긴 비밀이 이렇게 거대해도 되는 것이냔 말이다. 소설을 읽으며 삐죽삐죽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삼선 슬리퍼에 이렇게도 진지하게 집중하게 되다니. 그리고 이렇게 사람을 정신 집중하고 문장을 여러번 읽게 만들다니. 이 소설의 힘이란, 대단하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 수 없다.(...)
"넌 틀렸어, 오시택. 정상이 늘 다수의 개념인 건 아니야."/정상과 비정상은 다수냐 소수냐로 가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71쪽)

<너만 모르는 엔딩>
만약 누군가가 나의 인생을 원하는데로 설계하라고 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설계를 하고 싶을까? 원하는대로 다 이루어지는 그 과정은 흥미롭고 재미있을까, 아니면 이미 다 알고 있어 씁쓸하고 고요하기만할까? 아무래도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을 때 갖는 긴장과 짜릿함,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역경과 고난이 있어야 제대로 인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이 예상하는대로만 흘러가면 재미 없지!

그러자 홉 씨가 손끝으로 호재의 이마와 가슴을 차례로 건드렸다./"호재 군은 여전히 같은 사람이죠."(103쪽)

<그날의 인간 병기>
훤이가 방안에서만 지내며 보낸 그 시간들이 참 가슴아팠다. 분명 경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사실은 훤이의 이야기였다. 훤이가 방 밖으로 나와 자신의 목소리를 힘차게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팠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면에서 희대는 정신 좀 차려야하고, 경수는 훤이랑 잘 지내야하고, 그리고 우리의 훤이는 이제 훨훨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누나, 서울 몇 바퀴만 날고 올게요!"(...) T-998은 달까지 날아갈 기세였다.(135쪽)

<알파에게 가는 길>
어린시절부터 알게모르게 주입되었던 생각이 인간과 기계의 차이였다. 기계는 감정이 없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며 인간만이 그것들을 할 줄 아는, 그래서 인간적이라는 말. 그래서 인간적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미카가 그동안 준비해왔던 모든 것을 포기할만큼 이토록 간절하게 약속을 지키려 했겠지. 그러니 어떤 것도 내가 안다고 생각한 것들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어떤 것도 아닐 수 있다!

진아를 보고서야 베타는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계획했는지 알 것 같았다. 꼭 살아남아서 만나러 오라던 말은 원인간의 명령이 아니었다. 그건 둘의 약속이었다.(...) 오랜만이야, 나의 알파.......(163쪽)


덧-
아무래도 중2 아이들과 이 소설들을 함께 읽어봐야겠다. 같이 읽으면 재밌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신나는 상상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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