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눈사람 펑펑 1 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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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를 좋아하는 펑펑에게 무엇을 가지고 찾아가면 좋을까. 상큼한 딸기나 귤, 달콤한 바나나를 한입 크기로 잘라 가져갈까? 쫀득쫀득하면서도 달달한 젤리를 넉넉히 준비해 갈까? 아니면 초코시럽, 딸기시럽, 꿀, 연유를 통에 담아갈까? 그래도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잘 삶아진 팥을 가져가는 게 좋겠지? 그럼, 펑펑이 솜씨 좋게 조각해 나에게 딱 맞는 안경을 만들어 줄 거야. 그러면 그 안경을 쓰고 나도,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겠지. 펑펑이 살고 있는 팥빙수산, 도래산을 찾아갈 수만 있으면 참 좋겠다.

"오래전에 안경점에 다녀간 손님이 말해 준 적이 있어. 모든 일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간대."(76쪽)

하지만, 펑펑의 안경점을 찾아가지 않아도 안경을 쓰고 원하는 것을 보는 것과 같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저 펑펑이 말처럼, 모든 일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간다고 했으니,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 원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고, 생각하고, 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으면 된다. 사람은 마음먹은 대로 다 되게 되어 있다는 말과 비슷하겠구나 생각했다. 물론 그 마음 먹기가 제일 어려운 이야기는 하지만. 어쨌든, 펑펑의 안경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어떤 노력도 없이 이루어지거나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안경이었다.
하지만 이 안경이 고마운 것은, 지금껏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순간 알아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나 혼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을 안경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거나 혹은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볼 수 있도록 해, 내가 어떤 태도와 행동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힌트를 주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똑똑해도 우리가 하는 행동이 모두 옳을 수 없으며 또한 우리가 하는 생각이 늘 올바를 수는 없다. 그럴 때 펑펑의 안경이 우리를 다시 제대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갈팡질팡 결정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순간이 찾아올 때, 펑펑의 안경에 잠시 기대보면, 어떤 결정을 내리면 좋을지에 대한 좋은 조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펑펑을 안경을 꼭 한번 써보고 싶다. 그 안경을 쓰고 내가 지금 이 순간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리면 좋을지에 대해 도움을 얻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이 동화를 읽으며 얼마나 펑펑을 찾아가고 싶어할까. 우선은 빨리 겨울이 오기를 바랄 것 같다. 펑펑과 같은 눈사람을 만들고 펑펑을 찾아가는 상상을 할 것 같다. 그리고 펑펑을 찾아가 안경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고, 그 안경을 쓰고 꿈을 꿀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행복한 것 들을 안경을 통해 보며 자신을 조금씩 알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향해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지, 또 어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며 우정을 쌓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지, 그렇게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눈 안경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
"아니야. 손님의 이야기를 잘 듣는 거야. 내가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해야만 안경에 신비한 힘이 깃들거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즐겁게 노는 방법이야."(42-43쪽)

이렇게 아이들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펑펑이 도와주는 것이다.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펑펑 스스로도 뿌듯하고 기분 좋아질 것이다. 그런 후 먹는 팥빙수는 이 세상 어느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맛있을 것이고. 그런 팥빙수를 펑펑은 스피노와 함께 나눠먹을 것이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풍성한 마음을 안고서.
어쩌면 이런 펑펑을 마음이 아이들을 보는 어른, 혹은 선생님의 마음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국, 이런 펑펑을 마음을 나도 닮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에게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마치 펑펑의 안경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처럼, 나의 시선과 손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펑펑을 찾아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흐뭇해할 펑펑의 모습도 상상이 된다. 그리고 이런 상상을 하며 내 기분도 무척 행복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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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배달부 모몽 씨와 쪽지 대소동 웅진 세계그림책 266
후쿠자와 유미코 지음, 강방화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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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려본다.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는 친구를 사귀고 싶은 것이다. 새로운 곳에 이사와 새로운 공간에서 즐겁게 지내고 싶은 거다. 그러려면 친구는 필수. 그런,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장난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되었다. 넉넉하고 마음 포근한 마을 친구들이 그 마음을 헤아리고 친구로 받아들여 주었으니까, 환영해 주었으니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호랑이꼬리원숭이가 한 방법은 과연, 옳은 방법이었을까. 친구를 사귀기 위한 방법이 꼭, 이런 방법밖에 없었을까, 하고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영향이 길었던 탓인지 여전히 사회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쉽게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때론 이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처럼 짓궂은 장난으로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친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너무 많이 서툴구나, 이런 것이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곤란한데, 하는 것이다.
물론, 원래 장난을 좋아하고 성격 자체가 천진난만한 것일 수도 있다. 새로운 관계가 아니어도 늘 이런 장난을 통해 주변에 즐거움과 유쾌함을 전해줄 수 있는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일 수도 있다. 이런 친구가 한 명 있으면, 그 주변으로는 늘 친구가 모인다. 늘 웃음이 끊이질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다. 때로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이 유머일 때가 있는 법이니까. 그런 면에서라면 삶을 싱그럽게 만들어줄 수 있는 친구일 수 있다. 굉장히 좋은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부러울 정도로.

어떤 면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새로운 친구가 기존의 친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좋은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 어른의 심정으로 안심이 된다. 자신과 다르고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밀어내고 자신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는 경우도 종종 본다. 하지만 이 도토리 숲 친구들은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조금은 불쾌하고 속상한 일이 생겼더라도 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또 장난을 재치있게 더 신나는 장난으로 되돌려주며 함께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줄 안다. 이보다 더 지내기 좋은 마을과 친구들이 어디 있을까. 우리 아이들도 이런 친구들을 만나 늘 재밌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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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 반대와 반대의 세계 웅진 세계그림책 270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훤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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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 어린 아이들만을 위한 그림책은 아니다.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명확한 주제의 표현과 전달이 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여러번 반복해서 앞뒤를 오가며 한참을 들여다봤다. 어, 이거 뭐지, 하는 마음으로. 물론 어린 아이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어쩌면 너무 어른이 되어 버려서 이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께 했다. 왜이렇게 이 그림책이 어렵게 여겨진 걸까. 그 이유를 한참 생각했다.

반대의 반대. 이 그림책의 부제에 달려있는 말이다. 반대의 반대는 반대다. 이거 아니면 저거의 이분법적 생각으로 접근하면, 이거가 아니라서 저거인 것이다. 직선이라면 양 끝의 각 부분일 것이고, 그 양끝은 절대 만나지 않을 것만 같고, 서로 내내 반대 방향으로 뻗어 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반대가, 반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반대가, 서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양 끝이, 서로 만나고 심지어는 같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어렵지 않을 수 있나. 이 그림책이 금방 이해가 가고 쉽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이야기를 속시원하게 들어보고 싶을 정도의 심정이다. 마치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안에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나를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 책은 우리의 삶을 굉장히 넓은 시야로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수 있다. 우리의 삶이 가만 보면, 반대와 반대의 세계로 채워져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작은 거 아니면 큰 거, 슬픈 거 아니면 기쁜 거. 무엇이든 한쪽 면이 있으면 다른쪽 면도 있는 것이고, 동전의 앞뒷면처럼 한순간에 휙휙, 뒤집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니까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거부할 필요도 없다. 삶은 다 그런 것이니까. 반대였다가 다시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은 존재가 커다래졌다가는 시간이 점점 지나면 작아지기 마련이다. 누구나 작았던 순간이 있고 또 컸던 순간이 있지만, 이건 늘 항상 그렇게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작다고 혹은 크다고, 마치 그게 전부라고 오해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게 아닐까 생각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여러 면으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지금까지의 그림책이 그랬는데, 이 책 역시 그랬다. 한참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이 책, 다시 알아보고 또 생각하다보면, 또 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 않을까 싶다. 가끔, 나의 삶을 성찰하고 싶을 때 꺼내 들춰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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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중국을 걷다 - 이욱연의 중국 도시 산책
이욱연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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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중국을걷다 #이욱연 #중국여행 #인문여행 #책추천 #북스타그램 #창비 #서평단 #서평

베이징, 사오싱, 상하이, 시안, 지난, 항저우, 하얼빈.
책을 읽기 전, 익숙한 지역도 있었지만 낯선 지역도 있었다. 저자는 과연 이곳들을 홀로 거닐며 어떤 생각을 한 것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이곳들은 나에게 모두 다 낯설기만 한 거였구나, 였다. 그저 중국, 하면 떠올리게 되는 기본적인 생각들과 또 중국, 하면 당연히 알고 있(다고 믿)는 지역적 특징으로만 각 지역을 떠올렸을 뿐, 중국의 역사와 음식, 문화와 문학, 그리고 정치와 민족으로 이 지역들을 떠올린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지역이 몇 개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각 공간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을 했다.
루쉰이나 위화는 익히 잘 알고 있던 작가들이었지만 이렇게 그 지역과 역사를 함께 다루며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스치듯 혹은 가볍게 소설을 읽고 내용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그 공간을 함께 산책하듯 걸으며 숨어있던 이야기를 끌어내 되살리고 떠올리는 순간, 그저 하나의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라오서나 장아이링, 그리고 딩링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지 못했던 작가들의 삶 속에 중국이란 나라가 어떤 모습으로 담겨있고 연결되어 있었는가가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이럴 때 제대로 중국이란 나라, 또 그런 나라가 품고 있던 작가가 어떠했는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도저히 양보할 수 없고 나를 나로 만드는,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그 숨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 시대는 우리에게 그런 숨을 허하는가?(170쪽)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에 그 의미가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 대해 제대로 알 기회도 없었지만 또한 알기도 쉽지 않았다. 관심을 둘 새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또 관을 둔다고 해도 이런 얘기를 조곤조곤 해줄 사람도 없었다. 이 책을 보면서 비로소 아, 그렇구나, 하는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우리에겐 중국을 알게 해주는 백과사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까. 중국이란 나라와 그 사람들, 문화 등을 천천히 살피면서 이런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는 경험. 과거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현재의 모습을 통해 어떤 지금과 또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를 떠올리게 되는 시간. 그런 경험과 시간을 이 책이 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재밌었다. 중국이란 나라를 그저 거대한 강대국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중국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의 문학과 작가들, 사상가들과 그런 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가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평소 지리나 여행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에 미리 경계를 했던 영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 경계가 허물어졌다. 즐겁게 그 지역을 알아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도 생겼다.

덧-
물론 음식 얘기나 술 얘기에서는 조금 뒤로 한발짝 물러나기도 했다. 그 특유의 음식 문화나 술에 대해서는 관심을 거둔 지 좀 되어서인지 쉽게 동요되지 않았다. 다만, 이 생각은 했다. 음식이나 술이라는 건 결국 사람 사는 삶에 대한 반영이고, 그런 반영은 그 지역을 알아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 것만은 틀림없다는 것. 그래서 여행을 간다면 꼭 그 지역의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고 하는가보다 싶었다. 내가 만약 중국의 이 지역을 중 어느 곳을 가보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이 책 속의 음식을 먹어보지는 못하더라도 그 음식들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만은 꼭 확인하고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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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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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물론 이 세상에 유일한 딱 하나뿐인 이름은 아니지만, 이름이 있고 없고 또는 이름을 누군가가 불러주고 그렇지 않음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유니온. 인간이 이름을 지어 준다는 건 쉽게 지나치지 않겠다는 뜻이야."(12쪽)

맞는 말이다. 인간은 애착이 가는 물건에도 이름을 붙여 부른다. 이름이란 것이 참 신기한 힘을 갖고 있어서, 이름을 붙여 부르는 순간 함부로 사소하게 여길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 애정을 갖게 되고 소중히 다루게 된다. 조금의 흠집이라도 생기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진다. 이건 내 것에 대한 소유욕의 차원이 아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유니온은, 인간들에게 있어 그만큼의 의미를 부여받은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분명 지금의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그런 변화를 반영한,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 사회에 존재하는 공항의 안내 로봇은 단순히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기계이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다른 유니온들에 비해 '유니온 2호'는 안다오의 말처럼 따뜻한 영혼이 있는 로봇이기까지 하니까 말이다.

"대신에 네게는 영혼이 있어. 알고 있니?"(50쪽)
"그래서, 저 유니온의 어떤 색깔과 모양의 영혼을 가졌나요?"
"아주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깔이라거나, 아주 차가운 색깔일 거라고 짐작했었어. 그런데 의외로 연한 분홍색을 띠고, 꼭 커튼처럼 살랑살랑 나부끼는 형태야. 신기하지 않니? 네가 그런 따뜻한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게."(64쪽)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색깔과 모양인지를 나 스스로 알아채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반대로 다른 이의 눈에 색깔과 모양이 더 잘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 가까운 누군가의 눈에 비춰지는 나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보다 더 정확해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누군가의 눈에 비춰진 나의 모습일 뿐이다. 진정한 나를 알아채는 것은 분명, 자신이 스스로 해내야 할 숙제일 것이고, 이 숙제를 끝내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자기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다.

유니온은 제인과의 만남 이후 스스로 자신의 색깔과 모양을 바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제인과 차크라마 섬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기는 하였지만, 이 궁금증은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질문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제인이 차크라마 섬을 찾아 떠났던 여행은 곧 유니온이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보냈던 시간들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자신이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를 찾았고, 그 찾은 답을 통해 다시 줄라이 공항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즐겁고 안전한 여행은 바라지 않아. 나는 즐겁고 위험하고 싶어."(30쪽)
"당신의 여행이 당신이 원하는 모양이길 바라요."(83쪽)

어쩌면 정해져 있는 대로 말하고 움직이는 것이 더 편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유니온 2호는 의문을 가졌고 생각했고 스스로 자신만의 답을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답은 다시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질문이 되어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여행이 늘 즐겁고 안전할 수는 없다. 이것은 우리의 삶과 같다고 생각한다. 즐겁지도 않고 또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해져있는 대로가 아닌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삶이란 오히려 위험한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 해보지 않은 일, 그리고 살아보지 않은 미래의 시간들은, 당연히 즐겁고 안전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알기에 더욱 더 가보고 싶은 것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제인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섰던 여행에서 얻은 유니온 2호의 답인 것이다.

유니온 2호가 그립다. 티미도 그립고 안다오도 궁금하다. 지금쯤 다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답을 찾은 뒤 싱긋 웃고 있을지. 어쨌든 안전하려고만 하는 여행은 하지 않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유니온 2호와 티미가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와 생각을 주고받으며 의젓해진 모습을 상상해본다. 즐거운 상상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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