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 반대와 반대의 세계 웅진 세계그림책 270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훤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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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 어린 아이들만을 위한 그림책은 아니다.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명확한 주제의 표현과 전달이 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여러번 반복해서 앞뒤를 오가며 한참을 들여다봤다. 어, 이거 뭐지, 하는 마음으로. 물론 어린 아이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어쩌면 너무 어른이 되어 버려서 이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께 했다. 왜이렇게 이 그림책이 어렵게 여겨진 걸까. 그 이유를 한참 생각했다.

반대의 반대. 이 그림책의 부제에 달려있는 말이다. 반대의 반대는 반대다. 이거 아니면 저거의 이분법적 생각으로 접근하면, 이거가 아니라서 저거인 것이다. 직선이라면 양 끝의 각 부분일 것이고, 그 양끝은 절대 만나지 않을 것만 같고, 서로 내내 반대 방향으로 뻗어 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반대가, 반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반대가, 서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양 끝이, 서로 만나고 심지어는 같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어렵지 않을 수 있나. 이 그림책이 금방 이해가 가고 쉽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이야기를 속시원하게 들어보고 싶을 정도의 심정이다. 마치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안에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나를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 책은 우리의 삶을 굉장히 넓은 시야로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수 있다. 우리의 삶이 가만 보면, 반대와 반대의 세계로 채워져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작은 거 아니면 큰 거, 슬픈 거 아니면 기쁜 거. 무엇이든 한쪽 면이 있으면 다른쪽 면도 있는 것이고, 동전의 앞뒷면처럼 한순간에 휙휙, 뒤집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니까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거부할 필요도 없다. 삶은 다 그런 것이니까. 반대였다가 다시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은 존재가 커다래졌다가는 시간이 점점 지나면 작아지기 마련이다. 누구나 작았던 순간이 있고 또 컸던 순간이 있지만, 이건 늘 항상 그렇게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작다고 혹은 크다고, 마치 그게 전부라고 오해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게 아닐까 생각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여러 면으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지금까지의 그림책이 그랬는데, 이 책 역시 그랬다. 한참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이 책, 다시 알아보고 또 생각하다보면, 또 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 않을까 싶다. 가끔, 나의 삶을 성찰하고 싶을 때 꺼내 들춰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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