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중국을 걷다 - 이욱연의 중국 도시 산책
이욱연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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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사오싱, 상하이, 시안, 지난, 항저우, 하얼빈.
책을 읽기 전, 익숙한 지역도 있었지만 낯선 지역도 있었다. 저자는 과연 이곳들을 홀로 거닐며 어떤 생각을 한 것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이곳들은 나에게 모두 다 낯설기만 한 거였구나, 였다. 그저 중국, 하면 떠올리게 되는 기본적인 생각들과 또 중국, 하면 당연히 알고 있(다고 믿)는 지역적 특징으로만 각 지역을 떠올렸을 뿐, 중국의 역사와 음식, 문화와 문학, 그리고 정치와 민족으로 이 지역들을 떠올린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지역이 몇 개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각 공간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을 했다.
루쉰이나 위화는 익히 잘 알고 있던 작가들이었지만 이렇게 그 지역과 역사를 함께 다루며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스치듯 혹은 가볍게 소설을 읽고 내용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그 공간을 함께 산책하듯 걸으며 숨어있던 이야기를 끌어내 되살리고 떠올리는 순간, 그저 하나의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라오서나 장아이링, 그리고 딩링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지 못했던 작가들의 삶 속에 중국이란 나라가 어떤 모습으로 담겨있고 연결되어 있었는가가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이럴 때 제대로 중국이란 나라, 또 그런 나라가 품고 있던 작가가 어떠했는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도저히 양보할 수 없고 나를 나로 만드는,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그 숨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 시대는 우리에게 그런 숨을 허하는가?(170쪽)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에 그 의미가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 대해 제대로 알 기회도 없었지만 또한 알기도 쉽지 않았다. 관심을 둘 새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또 관을 둔다고 해도 이런 얘기를 조곤조곤 해줄 사람도 없었다. 이 책을 보면서 비로소 아, 그렇구나, 하는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우리에겐 중국을 알게 해주는 백과사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까. 중국이란 나라와 그 사람들, 문화 등을 천천히 살피면서 이런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는 경험. 과거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현재의 모습을 통해 어떤 지금과 또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를 떠올리게 되는 시간. 그런 경험과 시간을 이 책이 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재밌었다. 중국이란 나라를 그저 거대한 강대국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중국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의 문학과 작가들, 사상가들과 그런 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가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평소 지리나 여행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에 미리 경계를 했던 영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 경계가 허물어졌다. 즐겁게 그 지역을 알아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도 생겼다.

덧-
물론 음식 얘기나 술 얘기에서는 조금 뒤로 한발짝 물러나기도 했다. 그 특유의 음식 문화나 술에 대해서는 관심을 거둔 지 좀 되어서인지 쉽게 동요되지 않았다. 다만, 이 생각은 했다. 음식이나 술이라는 건 결국 사람 사는 삶에 대한 반영이고, 그런 반영은 그 지역을 알아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 것만은 틀림없다는 것. 그래서 여행을 간다면 꼭 그 지역의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고 하는가보다 싶었다. 내가 만약 중국의 이 지역을 중 어느 곳을 가보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이 책 속의 음식을 먹어보지는 못하더라도 그 음식들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만은 꼭 확인하고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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