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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암 수술까지 남은 시간 - 병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진짜 암 극복 매뉴얼
오유경 지음 / 라라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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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암 수술까지 남은 시간. 오유경 지음. 라라. 2025.
_병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진짜 암 극복 매뉴얼
암. 한 글자짜리 별 거 아닌 것 같은 아주 짧은 단어가 갖는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어느 누구든 막상 이 단어가 자신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 한순간에 이 글짜 앞에 무릎을 꿇게 되지 않을까. 그만큼 모든 것을 무력하게 만드는, 지금까지의 삶을 하루아침에 뒤바꿔놓는 단어가 될 것이다. 암이란 그런 병인 것이다.
아니, 그런 병일 것이다. 암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는 어렵다. 막상 내 앞에 닥친 이야기는 아니니까. 하지만 만약 나에게 일어난 일일 거라고 생각해본다면,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할지,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 같다. 암을 알기 전과 후, 암을 내 인생에 들이기 이전과는 다른 삶을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은 현실이 될 것 같다.
암 진단을 받기 몇 시간 전만 해도 나는 자신감 넘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까짓 진단으로 정체성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성격, 외모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나다. 차가운 비를 맞고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암도 그렇다. 암은 사람, 성별, 직업, 직책을 가리지 않는다.(17쪽)
무언가 잘못의 결과로, 부주의한 삶의 대가로 닥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혹여라도 자신이 자신의 몸 관리를 소홀히 해서 얻게 된 병은 아닐 것이다. 또한 어느 누구도 자신이 암에 걸릴 것을 예상하고 있던 사람은 없을 것이고, 또한 암 앞에 무방비상태로 놓이게 될 것을 미리 조심하고 준비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말 그래도, 누구에게나 닦칠 수 있는 일이고 또한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는, 저자의 말처럼 '사람, 성별, 직업, 직책을 가리지 않는' 것이 암이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이 꼭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대충 넘길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 책이 꼭 암 환자 혹은 암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하는 사람만이 봐야하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 오히려 자신을 돌보고 또한 자신이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오고 있는 중인지, 과연 나는 지금의 나 자신에게 얼마나 충실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중인지를 생각해보고 되는 것이다. 나도 저자와 같이 여자이고, 아내이고, 엄마이며, 나의 직업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20년 이상 해 오고 있다. 내가 해왔던 모든 순간이 모두 올바르고 영리했던 것은 아니지만, 부족하고 어리석었던 일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나 자신을 잃고 살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이 사회에서 여전히 여자, 엄마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이들 학원은 어떻게 할꺼냐, 그것만 해결해 놓고 가라"는 남편과 "애들은 어쩌고 혼자 병원에 들어가냐. 어린 애들을 생각해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엄마, 뭐라고요? 아이들 건사하겠다고 내 삶을 포기하라고요?' 속으로 소리쳤다. 암 수술 후 32회의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있는 내 마음은 아무도 모르는 걸까. 힘든 순간에 '너만 생각해!'라고 말해줄 사람이 오직 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69쪽)
진짜 엄마가, 남편이 이런 말을 한다고? 이 대목에서 내 눈을 의심했다. 다시 살폈고 진짜 글에서 읽히는대로의 의미였을까 확인하게 됐다. 남편이, 그것도 엄마가, 자신의 자식이 암으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 모든 것을 다 뒤로하고 아이들 돌보는 것을 우선으로 하라고 했다는 것인가. 아,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그런데 그 영상 속에서 나라는 사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배경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진심으로 후회되기 시작했다.(69쪽)
그렇게 살아온 시간은, 비단 저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시대의 엄마라는 이름은 이와 비슷한 삶을 알게모르게 강요당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삶이 당연하다는 듯한 사회적 시선 속에서 자신 또한 그렇게 사는 것이 마땅한 듯 의식없이 자신의 많은 삶을 자식의 삶을 위해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니 제 자식의 고통보다도 그 자식의 자식을 돌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겠지, 싶었다. 무척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나는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내 자신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이었다. 내가 집에서 가장 사랑했던 공간은 화장실이었다. 두 평 남짓한 그곳에서 혼자 앉아 긴 숨을 쉬었다. 문을 열고 나가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집안일과 내가 챙겨야하는 모든 것들, 아이들을 위해 해야하는 많은 것들에 몸을 바쳐 헌실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걸 감당하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눈치챈 나의 뇌는 자꾸 화장실에라도 숨으라고 속삭였다.(156쪽)
결국,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 돌봐주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나 자신을 돌보려 애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온전한 한 사람의 삶으로 들여다보고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정말 저자의 말대로,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었다. 보험 얘기에서부터 수술 이후 운동하는 이야기까지. 어떤 영상소가 필요하고 또 남들이 얘기해주지 않는 어느 부분까지를 신경써야하는지를 세세하게 잘 말해주는 책이었다.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보려해도 뭘 물어봐야할지 알지 못할 때, 이 책을 가만히 읽다보면 자연스레 몸과 마음, 생활을 정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황스럽고 또 슬프고 막막할 때, 어디에라도 기대 도움을 처하고 싶을 때, 분명한 대답이 필요할 때 꺼내 들춰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꺼내 꼼꼼하게 다시 읽어볼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만 저자가 말해주는 삶의 가치관은 잊지말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