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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피엔딩
김태호 지음 / 타래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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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피_엔딩. 김태호 지음. 타래. 2025.
가족이 뭘까.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 가족이라는 이름이라면 무엇이든 다 허락되고 허용되어야 하는 것일까. 가족이라는 이름이 뭐든 다 가능해지는 면죄부가 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가족에 대해 꽤 확고한 생각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시선을 갖는 것 자체가 여전히 금기시되어있는 듯한. 무조건 가족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라는 생각. 그런데, 정말 그럴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하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물론, 가족이 참 좋다. 가족의 따스한 느낌, 내 편 혹은 내 거라는 생각의 다정함이 참 좋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할 수 있는 그 편안함과 고마움, 행복을 여전히 사랑한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안다. 누구든 그런 따스하고 사랑 가득한 가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안다. 힘들고 괴롭고 속상한 가족, 아프고 무서운 가족, 어렵고 어렵고 또 어려운 가족, 그리고 가차없이 자신이 하고싶은대로만 가족들을 휘둘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가족까지. 내 가족, 내 편, 내 거라는 생각이 내 마음대로 다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닌데 말이다. 온통 모든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독단적인 태도가 결국 가족이란 이름 안에서 폭력을 묵인하게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 모든 원인은 술, 담배 그리고 그로 인해 잘못된 삶 모두였다.(33쪽)
이 한 문장이 저자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술, 담배보다도 바로 잘못된 삶. 결국 잘못 살았기 때문이란 이유를 말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우린 잘못 살지 않기 위해 또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누구나 완전하고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부모도 또 자식도 잘못 하나 없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누구나 시행착오가 있고 잘못은 있다. 다만 잘못된 삶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잘못 이후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인가에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서 슬프고 속상했다. 내내 아프기만 하다면 책을 읽어나가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이 책이 저자의 아버지 얘기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핏 저자가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힘든 시절을 보낸 것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겠으나, 사실 저자는 가족으로부터 보호받았고 또 가족의 사랑 안에서 잘못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쉬워질 리 없지만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소망을 안고 사랑하는 가족을 품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해피엔딩이라 하지 않겠다. 완전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인생의 항로에서 지진과 해일이 언제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날이 또다시 온다 해도, 그 또한 끝이 아님을 기억하겠다. 우리 인생의 장과 막에 희비는 갈리겠으나, 언제나 진행형임을 믿기 때문이다. 낮아지고 단단해진 마음이 해피에 자만하거나, 새드에 굴하지 않을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133-134쪽)
<새피_엔딩>이 무슨 말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알았다. 우리의 삶은 모두 새피 엔딩이라는 것을.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짠, 하고 늘 해피하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또 인생이 슬프기만 하면 너무 속상하고 힘드니까.
이 책을 다 읽고 마음이 오히려 더 편해졌다.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면 이상할까. 분명 아버지로부터 아팠던 이야기였는데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