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눈사람 펑펑 3 팥빙수 눈사람 펑펑 3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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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3. 나은 동화/보람 그림. 창비. 2025.

어김없이 우리의 펑펑과 스피노가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앗! 스피노가 떠나나? 어디로? 왜? 펑펑과 스피노가 함께 보여주는 이야기여야 더 의미있고 재밌는데, 이렇게 갑자기 스피노가 떠나버리면 안 되는데 말이다. 아, 우리 스피노에게 무슨 일이 있길래 이런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를 만드는 것일까. <팥빙수 눈사람 펑펑3>을 읽기 시작하면서 긴장이 됐다. 펑펑과 스피노가 처음 만나게 됐던 이야기부터 그 동안 둘이 함께 해온 이야기들이 잠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펑펑과 스티노가 헤어지게 된다면 너무 서운하고 쓸쓸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스피노가 이러는 걸까, 궁금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싫어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거짓말을 하는 걸 무척 싫어한다. 아이들에게도 당부하곤 한다. 다른 건 다 봐줄 수 있어도 거짓말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고. 오히려 잘못도 진실되게 다 이야기한다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뭐든 다 용서될 수 있다고, 그러니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부탁하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웨만해서는 속이려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잘못된 경우라도 그 잘못에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 이 경험이 나중에도 또 그 다음에도 아이들이 진실된 태도와 자세를 지켜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가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며, 그 말을 모두 있는 그대로 믿어준다는 것은 무척 소중한 것이니까. 그러니 유주와 수민이, 그리고 스피노가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 건 그만큼 소중한 일이다. 아마 앞으로 이 아이들은 어떤 경우라도 숨기기보다는 인정하고 진실되게 대할 줄 아는 어른으로 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휴우,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그 소중한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직접 물어볼 수도 있지만 물어보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알고 싶지만 잘 모르는 마음들이 있다. 이럴 때 펑펑의 안경이 필요하다. 직접 말해주지 않는 진짜 마음과 모습을 펑펑의 안경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답고 멋진 말과 행동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니까. 혜진이가 선생님의 말과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던 것, 해솔이가 엄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그래서 선생님과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건 어디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 마음을 내 마음처럼 들여다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진심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마음들이 너무 많다. 물론 들여다본다고만 해서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을 이해해주겠다는, 그 마음을 잘 헤아져보겠다는 선한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펑펑의 안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 아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진짜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알겠다는 노력의 마음이 포함돼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펑펑의 안경점을 찾는 이들은 모두, 그런 노력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런 노력의 마음으로 안경을 통해 들여다보기 때문에 펑펑이 전해주는 안경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스스로 찾고 해결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안경으로 볼 줄 안다는 것이 모든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안경은 그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확인시켜주기 위한 작은 매개체에 불과한 것이고, 진짜는 문제의 질문을 안고 그 질문의 답을 찾으려는 손님들에게 있는 것이다. 결국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펑펑과 스피노인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손님들이 제대로 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진정한 조력자, 교육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침반을 손에 들고 길을 찾아 나서는 이들에게 어떤 길로 발을 내딛어야 하는지를 소개해주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붇돋워주는 역할. 펑펑과 스피노에게서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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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 모집! 상상 사무국
브래드 몬태규 지음, 크리스티 몬태규 그림, 김지은 옮김 / 창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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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 모집! 상상 사무국. 브래드 몬태규 글그림/크리스티 몬태규 그림/김지은 옮김. 창비. 2025

상상 사무국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상상 요원이 필요하다고!
편지를 받은 이상, 망설이지 말고 상상 요원으로 상상 사무국에 합류해야한다. 늦지 않도록, 너무 늦어 폭발해버리기 전에, 상상 사무국이 무너지지 않도록, 빨리 서둘러야 한다. 용감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세상 밖으로, 내 안의 이야기들을 펼쳐야한다.

괜히 몸이 들썩여지는 것 같았다. 스파키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들뜨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감추고 있던 내 안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꾹꾹 눌러담기만 했을 뿐 그것을 어떻게 펼쳐야할 지 알지 못했던, 그래서 혼자만 알고 있고 또 감추려고 했던 것들을 이젠 내보여야할 것만 같았다.
용기가 없었던 게 맞다. 선뜻 드러내기 부끄럽고 또 드러낼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다 상상 사무국에 사라진다면 그런 소중한 꿈과 상상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된다. 꿈꿀 수 없다면, 상상할 수 없다면 이보다 더 슬플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큰일이 나기 전, 용기를 내야하는 것이다.

행동을 한다는 건 그 행동에 뒤따르는 그만큼의 많은 것들을 감수할 마음을 먹는다는 것이다. 감수해야 하는 것이 책임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관심, 혹은 자신의 삶과 인생, 그리고 정체성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중요한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이 또 다른 상상과 꿈을 가져오고, 그 상상을 또 다시 행동으로 만들어 나가면서 우리는 진짜 '나'가 된다. 그러니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또 무척 소중하고 반드시 꼭 이루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만약, 상상 사무국의 상상 요원이 된다면, 우선 신입 상상 요원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뒤 만물 도서관을 찾아가 맨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꽂혀있는 모든 책을 훑어보고 싶다. 그리고 길 잃은 생각들을 잘 정리해 길을 찾아주고, 낙서 부서에 가서 마음껏 낙서도 해보고 싶다. 상상 사무국의 여러 곳을 둘러본 뒤에는 제일 마지막에, 꼭꼭 숨어라 이야기 동굴에 가서 브렌다와 그 꼭꼭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이 언제 다시 밖으로 터져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논하고 싶다. 조만간 그 이야기들이 모두 빛을 볼 수 있도록, 동굴이 다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꿈꾸고, 행동하세요!"

어쩌면 너무 뻔한 이야기도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이런 뻔하고 당연한 것들이 무척 필요한데, 그런 것들이 꼭 해내기가 참 어렵기도 하다.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꿈, 상상, 그리고 그런 상상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데에는 여전히 미숙한 듯하다. 때론 이런 꿈이란 것을 언제까지 품고 있어도 되나,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조금 용기를 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어른이 된 나에게도 충분히 상상 요원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듯하기도 했고.
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거나 혹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 상상 사무국에 눈앞에 나타나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아직도 그리고 지금까지 내내 쭉, 상상 사무국의 우리 곁에 있어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어느 순간 어른이 되면서, 사회의 시선에 의해 자르고 오려붙이면서 더 이상 어릴 때의 상상으로 꿈꾸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헌데 이 그림책은 그러지 말라고, 지금도 충분히 상상 요원이 될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 나도 오늘부터, 상상 요원이 되어야겠다, 마음 먹게 된다. 더 늦기 전에.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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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피엔딩
김태호 지음 / 타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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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피엔딩 #김태호 #타래 #가정폭력 #가족에세이 #서평단 #서평 #책추천


새피_엔딩. 김태호 지음. 타래. 2025.


가족이 뭘까.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 가족이라는 이름이라면 무엇이든 다 허락되고 허용되어야 하는 것일까. 가족이라는 이름이 뭐든 다 가능해지는 면죄부가 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가족에 대해 꽤 확고한 생각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시선을 갖는 것 자체가 여전히 금기시되어있는 듯한. 무조건 가족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라는 생각. 그런데, 정말 그럴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하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물론, 가족이 참 좋다. 가족의 따스한 느낌, 내 편 혹은 내 거라는 생각의 다정함이 참 좋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할 수 있는 그 편안함과 고마움, 행복을 여전히 사랑한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안다. 누구든 그런 따스하고 사랑 가득한 가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안다. 힘들고 괴롭고 속상한 가족, 아프고 무서운 가족, 어렵고 어렵고 또 어려운 가족, 그리고 가차없이 자신이 하고싶은대로만 가족들을 휘둘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가족까지. 내 가족, 내 편, 내 거라는 생각이 내 마음대로 다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닌데 말이다. 온통 모든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독단적인 태도가 결국 가족이란 이름 안에서 폭력을 묵인하게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 모든 원인은 술, 담배 그리고 그로 인해 잘못된 삶 모두였다.(33쪽)


이 한 문장이 저자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술, 담배보다도 바로 잘못된 삶. 결국 잘못 살았기 때문이란 이유를 말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우린 잘못 살지 않기 위해 또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누구나 완전하고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부모도 또 자식도 잘못 하나 없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누구나 시행착오가 있고 잘못은 있다. 다만 잘못된 삶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잘못 이후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인가에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서 슬프고 속상했다. 내내 아프기만 하다면 책을 읽어나가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이 책이 저자의 아버지 얘기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핏 저자가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힘든 시절을 보낸 것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겠으나, 사실 저자는 가족으로부터 보호받았고 또 가족의 사랑 안에서 잘못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쉬워질 리 없지만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소망을 안고 사랑하는 가족을 품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해피엔딩이라 하지 않겠다. 완전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인생의 항로에서 지진과 해일이 언제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날이 또다시 온다 해도, 그 또한 끝이 아님을 기억하겠다. 우리 인생의 장과 막에 희비는 갈리겠으나, 언제나 진행형임을 믿기 때문이다. 낮아지고 단단해진 마음이 해피에 자만하거나, 새드에 굴하지 않을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133-134쪽)


<새피_엔딩>이 무슨 말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알았다. 우리의 삶은 모두 새피 엔딩이라는 것을.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짠, 하고 늘 해피하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또 인생이 슬프기만 하면 너무 속상하고 힘드니까.


이 책을 다 읽고 마음이 오히려 더 편해졌다.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면 이상할까. 분명 아버지로부터 아팠던 이야기였는데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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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속도
이진경 지음 / 이야기꽃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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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속도>대로 달리면 된다는 말이 가장 위로가 된다. 남들과 꼭 같아질 필요 없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지금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해 나가도 좋다는 허락으로 들리기도 한다. 얼마든지 달리고 또 쉬고 또 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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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 인권 최전선의 변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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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창비. 2025.

차별이 얼마나 무섭고 폭력적인 것인가를 여지없이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사람을 살리자는 것이 법이지 않나, 그런데 왜? 하는 생각이 자꾸 들게 만들었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법이 무서워 겁을 먹기가 쉽다. 법을 어긴다는 건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국가의 힘을 대신하는 곳의 말이라면 꼭 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쉽게 싸우지도 부당하다고 말하지도 못 한다. 반박도 못하고 따지지도 잘 못한다. 그렇지 않다고 억울하다고 생각만 하고 그 다음은 또 시키는대로, 하라는대로 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당연한 것처럼 말을 듣다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다. 당연히 국가(의 대변인 정도)가 하는 말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잘 모르거나 혹은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누가 매번 의심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통지받은대로, 말 들은대로 그대로 할 수밖에. 힘들어도 그래야 한다니 그러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는 것이다.

헌법 제 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한 대표적 제도가 기초생활보장 제도입니다.(181쪽)

당연히 사람을 살리자고 마련한 제도인 것인데, 이 제도가 결국 사람을 죽이는 용도로 사용이 되었다는 것이, 이 책 전체에서 가장 무서운 지점이었다. 사람을 인간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살피고 삶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 문서에 불과했던 것이란 느낌이 가장 크다. 사람과 삶 한번 들여다볼 진심이 없었구나 싶었다. 직업 사람들의 삶 안으로 들어가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돌보려던 것이 아니라 그저 책상 앞에서 편하게 종이만 들여다본 게 전부였고, 그것이 결국 사람의 목숨 담보로 한 게으름이 되었다. 이런 게으름이 얼마나 많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까 싶어, 소름이 돋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들이 어디에서도 도움받지 못할 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있있다는 것이다. 약하고 힘없는 이들에게는 잘 알고 힘을 보태줄 한 사람이 무척 소중하다. 감히 안다고 아는 척할 수 없어지는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이 있는데, 바로 보건과 법이다. 의학 앞에서 기가 죽고 법 앞에서 힘을 쓸 수가 없어진다. 그러니 이 두 집단은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직접 받지 않으면 일반적인 우리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대응하지 못할 채 그들의 말을 무조건 따르기만 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억울하지만 모르니 왜 라는 질문조차 쉽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우리를 대상으로 특히 법은, 사람을 품어가기보단 밀어내는 쪽을 선택했고, 더 이상 밀려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나마 함께 힘을 써주는 이들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한 가닥의 동아줄인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회적 강자 혹은 약자라는 개념이 성립한다는 건 곧 이 사회가 힘에 의해 움직여지는 사회라는 반증일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약자 혹은 소수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될 지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다. 아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소송과 일화들은 우리 사회의 아주 일부분만을 포함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외에도 당연하다는 듯 자행되고 있는 차별들이 얼마나 많을지. 억울한 죽음이 또 다른 억울한 죽음을 보며 부러워한다는 것조차 허탈해지는 순간이지만, 이런 약자들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닿으려면 또 얼마나 많은 희생과 포기가 있어야 가능할지. 동성애자인 것도 외국인 이주민인 것도 잘못이 아닌데, 마치 이 사회는 정상의 범주를 자기들 멋대로 정해놓고 그 안과 밖을 구분하고 있으니, 이 지점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관용은 나에게 편안한 사람들과 편안한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삶의 방식을 함께할 공간을 내어주는 것으로서 차이를 뛰어넘는 동등과 배려와 존중을 의미한다.(143쪽)

이 결정문 속 문장에 내내 마음이 남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어야함에도 그러지 못했던 생각의 기본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잘 정리해준 부분이었다.

불편. 사람들은 불편을 못 견딘다. 왜 불편해야하냐며 화를 낸다. 불편함은 약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니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자신들의 기준으로 모든 이들이 맞춰 따라야한다고 우긴다. 찍 소리도 내지 말고 시키는대로만 살라고. 그러지 않으면 죽음까지도 각오하라고 말이다. 마치 디스토피아 사회의 모습을 담은 미래 SF 소설의 한 대목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우리 사회의 민낯이었다.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지금 한국사회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범주를 넓혀가며 인권, 즉 '사람'의 권리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진정한 포용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혐오와 증오, 차별과 침해가 만연한 혐오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112쪽)

우리 사회가 어느 지점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예의 주시하고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내야할 것이다. 이게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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