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스트 - 끝나지 않은 팔레스타인 이야기 만만한 만화방 3
원혜진 지음 / 만만한책방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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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는 미래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꿈꿀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주체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어른의 시선으로 세상을 가르는 잣대을 깨우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에게는 평화가 깃든 사회 속에서 마음껏 자신을 뽐낼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고통과 공포, 모든 아픔은 어른이 감수해야 한다. 어린이가 이 모든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나가도록 허락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서는 이 모든 것이 다 소용없는 외침이다. 그들은 거센 폭력과 죽음의 공포가 삶 전반에 퍼져 있으며, 인간다움을 어디에서도 보장받을 수 없는 엄혹한 현실 속에 놓여 있다.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어디에서도 미래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미래를 잘라 다시는 어떤 삶도 꿈꿀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는 곳이 지금의 팔레스타인이다. 이들의 고통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힘들고도 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신이여, 우리에게 평화를 허락하소서!'
오래 전 올리브나무에서 노래하던 검은 새 필리스트가 다시 돌아오기를, 평화로운 노랫소리가 다시 들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우리가 다 이해할 수는 있을지. 이 무거운 이야기를 우리 몫의 삶 속으로 끌어들여 깊이 공감할 수는 있을지. 하지만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우리가 반드시 해야하는 것은, 그들을 잊지 않는 것, 그들의 외침을 귀기울여 듣는 것, 그들에게 그들의 온전한 삶과 미래, 권리와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같은 목소리를 내줄 줄 아는 것, 그들의 어머니나무에 싹이 트고 열매가 맺을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다해 간절히 바라는 것이지 않을까. 그들에게 다시 평화가 깃들 수 있도록.

우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내 이웃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평화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나아가야 할 세상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아이들이 공존과 공감 속에 함께해야 할, 우리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리나와 파디의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나탄이 올리브나무를 찾아 걷고 또 걸으며 드디어 스스로를 찾아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는 단단한 걸음을 걸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 이야기는 이미 우리가 과거에 거쳐왔던 역사를 그들은 더 참혹하고 더 잔인하게 현재형으로 겪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더 아프고 무섭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간절해지는 이야기이다.
'인샬라' '알라후 아크바르'
우리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성,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감히, 사람이 사람을 차별의 목적으로 무참히 짓밟을 권리는 없다.

읽고 생각하고 또 읽고 생각했다. 되풀이할수록 점점 화가 났다. 그리고 이 화를 건강하게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당하고 마땅한 분노를 낼 줄 알아야 하고, 그런 분노의 목소리를 충분히 소리 높여 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 문득 떠오른 단어가 '연대'.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문 채 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알고 알리고 또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 멈추지 말고, 이 사회와 역사를 알고 또 알아야 한다. 우리 주변의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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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장석주 지음 / 난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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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은 매우 익숙하고 또한 좋아하는 시다. 익숙한 이유는, 아이들과 함께 수업 중 작품으로 다루었던 시였고, 이 시를 보며 아이들은 힘든 시기의 위기를 또 한 번 넘길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 시가 참, 마음을 단단하게 해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구나, 하고 느꼈었다. 그래서 이 시를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는 자연스레 단어 하나 하나에 더 힘을 주어 읽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좋아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없'고 '저 혼자 둥글어질 리'가 없으니 이보다 더 나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표현이 또 있을까. 어찌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시어 몇 개가 독자에게 울리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지, 싶어 시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그런 시이다. 이러니 안 좋아할 수가 있나.
그런 시의 구절을 딴 장석주 시인의 시선집이다. 이미 읽기도 전부터 감동이 밀려온다. 그러니 시 하나 하나를 읽어나가는 속도가 빠를 수 없었고, 천천히 읽으며 또 시 한 편 한 편을 필사하며 이 차디찬 겨울 밤, 시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시를 필사할 때면 느낀다. 시를 읽을 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마치 내가 시를 쓰기 위한 단어를 고르고 숨을 고르고 줄을 고른다는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종종 시를 읽으며 필사하지만, 이번 시선집은 특히나 더욱 시 속에 흠뻑 빠져들어 읽게 되었던 시선집이었다.
또한 4부의 "사자 새끼가 사자 소리를 내는 것"은 자꾸만 이 제목의 의미를 스스로 되뇌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는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만큼이나 가득찰 수 있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생각했다. 시인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을 느끼며, 시인의 삶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시선집은 온통 시에 빠져 시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자꾸 표지에 붙어 있는 그림을 손으로 쓸어내리게 된다. 대추 한 알 한 알이 모두 다르고, 그 다른 대추 한 알 한 알이 그렇게 영글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느끼게 된다. 손으로 만져지는 겉표지의 질감과 그 속에 숨어 있는 매끈한 대추 그림이 마치 촉감으로도 시집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 같은 느낌에 자꾸 손이 간다. 앞으로도 가까이 두고 자주 손으로 쓰다듬으며 들쳐보게 될 책이다. 뭔가 위안이 되는 듯한 느낌. 괜히 울컥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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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
김중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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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신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100가지!
그럼, 최소 100일은 '신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뜻이고, 3~4번 반복하면 1년을 '신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 여기서 잠깐! 우리에게 '신나고 즐겁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이, '도전'이다. 뭐든 머릿속으로만, '해볼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은 어떤 것도 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뭐든 고민이 된다면 무조건 '해보는 쪽'으로 결론 내리고, 실제로 행동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삶을 살아야 '신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게 평소 생각이었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도전', 그리고 '실천'이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책을 구입한다.'/'선행 학습 금지!'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건 안 된다. 그 사람에게서 이 책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빼앗는 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저자의 유쾌함과 엉뚱함이 벌써부터 전해졌고, 그래서 이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패! 성급한 마음에 차례를 다 봐버렸고,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버렸다. 100가지를 100일동안 하루에 하나씩 하는 건 실패! 하지만, 난 이게 더 좋다. 이렇게 전체를 먼저 다 훑어본 후,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하나씩 지워나가는 게 더 재밌으니까.
함께 온 활용노트를 채워가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였다. 사실은, 활용노트에 해당하는 방법을 책에서 찾아 제일 먼저 읽었다. 그리고, 나만의 생각으로 노트를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성급하게 따라가지는 않을 생각이다. 급하게, 하루에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하다가는, 진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의무적인 실천에 그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진짜, 이것만은 작가의 방법을 따라해보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 하나! 그 하나를 온전하게 하루의 삶에 녹여내는 것을 앞으로 100일동안 채워 해 볼 예정이다. 이렇게 해보겠다고 시작하는 마음으로도 벌써 '신나고 즐겁게' 살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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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괜찮아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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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을 수 없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말기.
힘들고 외로울 때는 누구에게라도 곁을 내어주기.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사람이 되어보기.
이해한다고 섣불리 말하지 않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는 그냥 마음 가는대로.
그냥, '네가 있어서 괜찮아'라고 소리내어 말하기.

이 소설을 읽고 떠오르는 감상을 솔직히 적어보면, 이렇다. 글쎄. 내가 지금껏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진짜 다 알고 있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 나이를 먹고 그 동안 경험이란 것을 그만큼 했으면, 사람의 마음 정도, 특히 아이들의 마음 정도는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초희, 채웅이, 그리고 인우. 온전히 이 아이들을 마음으로 품고 그들을 마음껏 끌어안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난 아직도 덜 산 사람 같은 느낌. 오히려 더 살아보면 이 아이들의 마음에서 더 멀어지는 것은 아닐지, 한편으로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들 옆에 그들이 함께 있다는 것. 누군가의 색안경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살아낼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보다도 더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 마치 전부가 되어주고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것처럼 기대하게 만들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긴말 필요없이 '있어'주기만 하는 것으로도 살아도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 준다는 것. 이보다 더 확실한 이유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아마도 이것이 초희에게 채웅이에게, 그리고 인우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고, 그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너무나 어린 나이에 아픔과 상처를 겪어야만했고, 평생을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삶에 대한 어떤 희망과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는, 현재를 현재로만 살아가는 이 아이들에게, 이제야 드디어 삶과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 어린 나이에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온전하게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래서 초희는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는 것으로, 채웅이는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으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감내하고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들에겐 그들과 같은, 나와 같은 서로가 있으니까. 이젠 상처로 더 큰 상처를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
또 다행인 건, 서로 잘 알아봤다는 것. 서로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 다시 살아날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기댜려줬다는 것. 이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를 기다리며 생각하고 이유를 찾고, 그러면서 서로 마주보며 한 번에 답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괜찮다. 이제 마음을 좀 놔도 될 것 같다. 사실 읽는 내내 너무 조마조마하고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했다. 그들의 말, 행동, 삶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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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창비청소년시선 38
신지영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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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만으로 연상되었던 이야기는, 해피 버스데이 투유~ 하면서 부르기 시작하는 생일노래였다. 그런 우리 동네이니 동네가 생일을 맞이했나? 그런 생일을 맞이한 것과 같은 행복한 우리 동네의 이야기를 담고 있나? 생각했다.
이 시집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처음 생각이, 어쩌면 맞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마을이 품고 있는 생명들은 여전히 해피 버스데이 축하를 받아야 하고 그런 이들을 모두 품고 있는 우리 동네 역시도 해피 버스데이 축하를 받아 마땅하니까. 그런 면에서라면 이 동네보다 더 따뜻하고 축복받는 마을은 없어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표지 그림 속 우리 동네에 내리는 차가운 눈송이도 환하고 밝은 불빛처럼 보이는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고 미소 지었다.
작가가 말하는 동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솔직히 이런 동네에 대한 경험이 없다. 그저 책으로만 소설 속에서, 그리고 그 외의 이야기 속에서만 동네를 접해 왔다. 그럴 때마다 이런 공간의 사람들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마치 그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이 공간의 의미와 가치를 교과서적으로만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았다. 시를 읽으며 사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야기 못지 않은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다. 감히 섣불리 다 아는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우리에게 선물인 건 믿어요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는 추운 봄날이에요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중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선물'인 동네와 동네 사람들이 지금 찬공기가 더해지는 이 시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오히려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시집이 고맙고, 따뜻함이 전해지는 시들이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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