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루프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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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다른 소설도 챙겨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소설가는 청소년들과 결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청소년이 쓴 소설을 읽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 수도. 전체적으로 소설들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가끔은 맞아! 우리 애들도 그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건 아이들이 읽었을 때 공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일 거다. 공감이 되지 않으면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슬그머니 이 책을 추천해봐도 좋을 것 같다.
3부로 이루어져있는 각 부분마다 작가의 말이 각각 들어가있는 구조가 낯설었다. 마치 각 부의 이야기를 친절하게 추가 설명해주고 있는 선생님의 마음과 닮았다고나 할까. 좋았다. 2-3편씩 묶어놓은 이유를 말해주고 각 작품에 담긴 의미와 소설을 쓰면서의 생각이 담겨 있으니, 소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훨씬 수월했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게 좋다. 긴 호흡으로 책 한 권을 읽기엔 아직 좀이 쑤시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중간에 한번 씩 정리해주면서 가는 게 좋다. 그런 면에서 딱,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가 다루는 세계의 범위가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만큼 좋아해>나 <고-백-루-프>는 좋아하는 마음,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통해 어떤 관계가 가능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들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서 그 안에서 신중한 선택과 행동이 필요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시>나 <발톱>도 죽음에 대한 상실과 슬픔에서 다시 세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관계를 소중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보름지구>에 대한 말이 낯설면서도 씁쓸했다. 지구에서 보름달을 보듯 달에서 보름지구를 본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보름지구라는 말이 익숙해지는 세상이 오면 어쩌지, 달은 하늘의 달로 올려다보았을 때에야 소원을 빌 수 있는 법인데, 그런 달을 하늘에서 볼 수 없게 된다니. 하늘을 올려다보면 달이 아니라 지구가 보인다면 그 보름지구에 소원을 빌어야 할까. 어떤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난감한 마음이 들었다.
<안녕, 장수극장>은 따뜻했고, <솔직한 마음>은 차가웠다. 마을 사람들의 추억과 감정이 작품 전체에 흐르면서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소설이 <안녕, 장수극장>이었다면, <솔직한 마음>은 내내 인상을 쓰며 읽게 되는 소설이었다. 아이는 온 마을이 함께 키운다는 말처럼, 마을에서 잘 크고 다 큰 것 같은 윤송과 다르게 걸 그룹의 막내는 아직 제대로 크려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잘 키울 수 있을까, 괜히 내가 고민하게 되기도 했다.

가볍게 읽혔으나 결코 가볍지는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작품들 내면에 우리가 더 생각하고 이야기해봐야하는 주제들이 숨어있었다. 결국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는 그 안에 문제 의식을 품고 있을 수밖에 없고, 그 문제 의식을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겠지. 그 독자의 몫을 우리 아이들에게 한번 돌려봐야겠다. 아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 보여줄 것인지, 궁금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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