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속이지 않는 공부 - 공자부터 정약용까지, 위대한 스승들의 공부법
박희병 엮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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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속이지않는공부 #박희병 #창비 #공자부터정약용까지 #공부법 #서평단 #서평 #책추천

필사를 하며 한 문장 한 문장 읽다보니, 이분들 참 공부에 진짜 진심이셨구나, 싶었다. 요즘들어 부쩍 주변에서 자꾸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는데,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렇게 답했었다. 저 공부하는 거 진짜 싫어해요. 이 세상에 공부하는 게 좋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만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도 나 스스로 내가 공부로 성공할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공부를 참 못하기도 했지만, 공부 머리가 없다는 나는 공부하면서 늘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딱, 지금까지한 것만큼의 공부가 나에게 적합하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며 사실은, 내가 그동안 공부 공부 하고 말했던 그 공부가, 진짜 공부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공부의 세계는 참 심오하고도 어렵구나 싶었다.
그리고나서 다시 이 책의 제목을 눈여겨 보게 됐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공부>라. 결국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남들이야 뭐라하든, 내 안에서 나 스스로 만족스런 공부여야 하는 거였다. 다른 사람에 휘둘려서도 안 되고, 나만 잘났다고 유세 떨어서도 안 된다. 견강부회하지 말라는 말도 여러 번 읽었다. 그만큼 겉으로만 보이려는 생각과 행동을 경계해야함을 이야기하는 듯싶었다. 어쩌면 이런 경계의 행동들은 모두 공부가 부족해서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고 무르익지 못한 상태에서 남들에게 으스대려고만 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내가 추천받은 공부가 자칫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바로 세우는 데 쓰인다기보다 누군가에게 나의 공부와 유식함이 이 정도임을 입증받아야 하는 공부. 그렇다면, 과연 나에게 이 공부는 옳은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공부. 이 나이 먹어서도 공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 보면, 평생교육의 시대는 이미 시작된 것 같다. 물론, 이때 공부가 어떤 공부여야 하는가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하지만 말이다. 정말 밤낮으로 책상에 앉아 엉덩이에 진물이 날 정도로 공부해야 하는 공부도 있겠지만, 이 세상을 살피고 나와 주변을 아우르며 생각의 깊이와 무게를 깊고 무겁게 하기 위한 공부도 있으니, 평생 공부의 자세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물론, 위대한 스승들의 공부법이 모두 완벽히 받아들일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그 상황에 어울리는 문장들도 꽤 눈에 띄었다. 물론 그런 문장들도 나에게 적합한 내용으로 달리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공부는 되어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이 가진 장점은 옛 성현들의 이야기 중 일부가 발췌되어 있는 것이어서, 유독 모든 문장에 시선이 멈추고 생각이 확장되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런 인물들의 글귀는 제대로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이게 바로 이런 책이 갖고 있는 매우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라는 흔히 말하지만, 진정한 공부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만들어준 책. 몇 인물들의 좋은 책들을 검색해 다시 찾아 읽어보는 수고를 해도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만들어준 책. 좋은 글귀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준 책. 이 책에 대한 정리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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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안의 아이가 정말 괜찮냐고 물었다 - 내면 아이를 외면하며 어른인 척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자기 치유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홍지희.오지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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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내안의아이가정말괜찮냐고물었다 #슈테파니슈탈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서평 #책추천

표지 그림이 딱이란 생각을 했다. 어른이 되고서도 늘 아이였던 때와 다르지 않다. 얼굴도 빨간 것이 무척 기분이 나빠 보인다. 물컵의 물은 쏟아졌지만, 팔짱을 끼고 잔뜩 심통만 날 뿐 치우려는 마음은 없다. 이 감정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달되었다. 아, 이걸 어쩌면 좋을까. 달라지지 않는, 달라질 수 없을 것 같아 늘 알게모르게 나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는 중이다. 이걸, 알아채기라도 한다면 다행이지만 순간순간 문득문득, 아무 이유 없이(사실은 이유가 있었지만, 여태껏은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화가 났다. 이럴 때 주변에 얘기한 적도 있다. '지금 화가 나는 중이니까, 나 건들지 마!'라고.

내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들었던 의문이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지? 부모님의 양육 태도는 어땠지? 사랑 받고 자랐나, 아니면 미움 받고 자랐나? 누군가의 지지와 믿음 속에서 성장했나, 아니면 방치 속에서 성장했나?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억지로 나를 꾸몄을까, 아니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행동했나?' 결국, 나의 성장기와 관련하여,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없었다. 딱히 부모님으로부터 학대나 차별을 경험했던 것도 없고, 문제 상황이 크게 벌어져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던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부모님의 사랑과 지지를 듬뿍 받고 자랐어요, 라고 하기에는 좀 걸리는 지점이 있었다. 이 책에서 이 고민의 답을 한마디로 말해 주었다.

어린 시절이 대개 행복했고 근원적 신뢰가 잘 형성된 사람이라 해도 모두가 아무런 걱정도 문제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에요. 이들의 내면 아이도 분명 어느 정도 상처를 받았어요. 완벽한 부모나 완벽한 어린 시절은 없으니까요.(17쪽)
부모를 지금처럼 사랑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지금 어떻고 과거에 어땠는지 평가할 수 있어야 해요. 부모가 항상 완벽하고 무결점일 필요는 없답니다. 살면서 만난 사랑하는 사람과 마찬가지예요. 완벽한 존재만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지 않을까요.(67쪽)

이러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마치 내 안의 내면 아이를 들여다보는 것이 부모의 양육을 평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내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아직까지도 쉽지 않은 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좋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내 싫었다고 말할 것도 아니니어서 어려웠던 숙제가, 여기서 해결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를 들여다보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므로 타인(즉 자기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관찰하는 것을 그만두고 세상을 직접 바라보며 뭔가 볼만한 게 있는지 찾아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107쪽)

사실, 이게 제일 못하는 부분이었다.

삶에서 겪는 모든 문제 가운데 자신과 직접 관련된 것을 살펴보면 그림자 아이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어요. 사실 이게 전부예요. 주제는 항상 똑같고 끊임없이 변형될 뿐이지요.(162쪽)

그리고, 이걸 모르지 않았던 것 같다. 알고 있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을 뿐. 어쩌면 나는 지금껏 투사에 빠진 채 살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에서처럼 이런 '나'가 되어야겠다.
이해심이 많아져야겠다.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마음을 열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신념과 가치를 지키고 다른 사람의 말도 경청할 줄 알아야겠다. 나의 가치관을 따르되 자만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인정해야겠다. 솔직하게 나를 이끌어 나가고 성실하게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태양 아이 모드로의 삶을 잘 기억해야겠다.
책에서 제시한 모든 것이 나에게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대부분'을 담아내고 있으니 이 중 나에게 맞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건 내가 이 다양한 방법들 중 어떤 것을 취할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하면 되는 일. 혹여라도 아직도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이 책을 찾아보면 될 일이다.

다만, 좌우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음 문장을 오늘의 일기에 적어놓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언젠가, 오늘 이 책의 이 문장을 읽었던 것을, 일기를 들춰보며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여러번 반복해 소리내 읽어봐도 좋겠다. 자연스레 이 문장을 다시 말할 수 있게 되도록.

"나는 나이고, 그게 내 전부야!
I am what Iam and that's all Iam!"(330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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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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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미술관 #이진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남녀의 관계, 권력, 계층, 관습과 사회적 시선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의식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왜 늘 한결같이 비슷한 철학적 사유로 연결되는 하나의 고리가 되는지, 생각할수록 씁쓸해지기도 한다. 과거에도 지금 현재에도 비슷한 사고와 가치관이 사람들의 삶과 생활 사이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이 사이에서 결국 어떤 사고의 과정을 거치는가에 따라 우리는 그 진짜를 발견하게 될 수도 혹은 거짓 투성이에 눈이 가려질 수도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집중하다보니, 어쩌면 지금껏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를 생각해보게 됐다. 이 책은 그림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기보단, 우리의 삶과 사고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었다.
<언니네 미술관>이라고 해서 저자가 미술 전공으로 그림을 해설해주는 것이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림은 하나의 매개가 될 뿐. 그 매개를 통해 우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사고방식과 가치관 속에서 살고 있는지. 그리고 또 느낀 것은, 이런 우리의 삶과 생각, 가치관과 사회적 통념 등이 그림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예술! 그림 작품이 괜히 예술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그려진 것 없이 화가의 사상과 신념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림으로 화가의 생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그림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하는 철학적 사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걸 들여다볼 수 있는가 없는가는 얼마나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있었다. 정치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들려주는 그림 속 정치적 관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렇게 입을 닥치라고 말하는 사람들 곁에서, 언어를 빼앗긴 여성들이 갈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을 것이다. 닥치거나, 미치거나. (68쪽)

무릎을 탁 쳤다. 그렇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세상 속 생각은 어쩌면 굉장히 단편적일 수 있을 것 같다. 실은 선택지가 그리 많지도 않고 또 어떨 때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조차 없다. 그저 세상이 그렇게 만들어주는 대로만 마치 등떠밀려 살아지고 있는 것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밀려 나온 사회는 있는 그대로 혹독하기 짝이 없고.

슬픔은 부지런하고 현명한 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슬픔이 더 잘 보이는 이유는 일의 명암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160쪽)
어른이 되어가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명쾌하게 구분된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그렇지 않음을 본다.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 자신이라고 믿었다가도 내가 나를 제일 모른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만다.(247쪽)

그럼에도 우리는 알 수 없어 갈팡질팡하는 세상 속을 이리저리 휘둘리고 흔들리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살아갈 때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며 가슴 속으로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던 지점이었다. 우린 생각보다 조금 더 철학적인 삶을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

이번 글에서는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실은 무척 어려운 주제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고 너는 더더욱 알 길이 없는데 나와 너라니. 하지만 내가 지금 쓸 수 있는 말들을 쓰기로 한다.(297쪽)

이 부분에서 답을 찾았다. 내가 과연 이 저자처럼 철학하는 시늉이라도 내보려고 할 때 할 수 있는 방법. 지금 쓸 수 있는 말들을 쓰고, 지금 할 수 있는 생각을 하고, 지금 볼 수 있는 주변을 둘러보는 것. 그랬을 때 얻게 되는 소중한 경험들이 결국 쌓여 우리 인생이 될 것이다.

'어디, 지금부터 시늉 좀 해 볼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덧-
책을 읽고, 아쉬운 마음에 책의 아무 페이지를 펼쳐 그 페이지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앗! 펼치는 페이지마다 인상적인 구절들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친구와 책을 펼치며 놀이했던 것마냥 손에 느껴지는 감각만으로 책장을 펼쳤을 때, 어떤 부분인지를 다시 살피는 재미가 있었다. 매일 한번씩 책장을 펼쳐 그날의 문장을 찾아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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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직 좌절하지 마 - 인공 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에 대하여
김재인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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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부라하는 소리인가. 학교와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어필하고 있는 책인가 싶기도 했다. 분명 인공 지능이 굉장히 많이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지금 현실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왜 중요한 지를 조목조목 안내해주고 있었다. 특히 인공 지능의 발전으로 쉽게 지금의 아이들이 간과하고 넘길 수 있는 지점들을 콕 집어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이건 학교에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마치 학교의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저자가 대신 다 해주고 있는 듯 싶었다.

"내가 할 줄 알아야 시킬 수 있다. 그러니 내가 할 줄 아는 능력을 먼저 키우고, 그 다음에 활용해라."
학교에서 요즘 자주 하는 이야기이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도, 혹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할 때도 무조건 챗지피티나 생성 인공 지능을 활용하려고만 하는 아이들에 잔소리처럼 하게 되는 말이다. 아이들은 저자의 말처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빠르게 결과만을 받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스스로 찾는 노력 없이 쉽게 질문으로만 답을 찾으려고 한다. 물론 이때, 어떻게 질문을 해야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지 조차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이다. 그러니, 어른이면서 또한 교사의 입장에서 이런 아이들이 자꾸만 이런 디지털 활용 능력만을 키우는 것이 걱정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인공 지능이 답한 대답이 사실인지 여부 조차 파악하려 들지 않는다. 어떨 때는 정말 기계식으로 답변해놓은 말을 그대로 읽으며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무슨 대답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내뱉어버리고는 어떤 의미인지를 몰라 다시 어리둥절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글쓰기 그 자체가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기르고자 하는 역량이에요.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생각의 근력을 훈련해요. 즉 글쓰기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에요. 이 힘은 반드시 내가 직접 글을 써야만 늘어요.(116쪽)
문화와 이과를 통틀어 '공통 핵심 역량'이라 할 만한 것을 길러야 합니다. 수학이 그중 하나입니다. 인문 사회 계열로 진학하건 이공계로 진학하건 혹은 에체능계로 진학하건 '누구나'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공통'이고,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필수이기 때문에 '핵심'이라고 표현했어요.(132쪽)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기초 소양 함양이 바로 이거다. 언어, 수리, 디지털 능력을 모든 교과에서 골고루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국어에서도 수리 능력을 함양할 수 있어야 하고, 과학에서도 언어 능력을 함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 사회에서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초 능력이란 것이 곧, 이 세 가지라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인공 지능과도 연결되는 지점이겠구나 깨달았다.

이 책, 무척 흥미로웠다. 쉽게 잘 정리되어 있었고,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지점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를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인공 지능과 관련해서 학교에서는 고민이 많다. 과연 어디까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할까. 그리고 과연 이런 활용에 있어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었다. 이런 고민에 한 가지 답은 찾은 것 같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타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할지, 혼자 있을 때 뭘 해야 할지 등등의 질문이 물밀듯이 들이닥칠 거예요. 그 질문에 답하는 것 역시 확장된 문해력, 확장된 인문학입니다.(137쪽)

아이들과 나누어야 할 질문들이다. 아이들에게 왜 계속 공부해야 하는지, 이 공부들이 어떤 부분에서 필요하고 또 중요한 지에 대해 이야기 나워야 할 시점일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내리지 못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이 질문들이 중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천천히 심층적으로 이 질문들에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교육 속에서, 공부 속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으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시작해봐야겠다. 우리는 아직, 좌절하지 않아도 되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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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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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눈사람펑펑 #나은_동화 #보람_그림 #창비 #가제본서평단 #서평 #책추천

팥빙수를 좋아하는 펑펑에게 무엇을 가지고 찾아가면 좋을까. 상큼한 딸기나 귤, 달콤한 바나나를 한입 크기로 잘라 가져갈까? 쫀득쫀득하면서도 달달한 젤리를 넉넉히 준비해 갈까? 아니면 초코시럽, 딸기시럽, 꿀, 연유를 통에 담아갈까? 그래도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잘 삶아진 팥을 가져가는 게 좋겠지? 그럼, 펑펑이 솜씨 좋게 조각해 나에게 딱 맞는 안경을 만들어 줄 거야. 그러면 그 안경을 쓰고 나도,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겠지. 펑펑이 살고 있는 팥빙수산, 도래산을 찾아갈 수만 있으면 참 좋겠다.

"오래전에 안경점에 다녀간 손님이 말해 준 적이 있어. 모든 일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간대."(76쪽)

하지만, 펑펑의 안경점을 찾아가지 않아도 안경을 쓰고 원하는 것을 보는 것과 같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저 펑펑이 말처럼, 모든 일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간다고 했으니,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 원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고, 생각하고, 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으면 된다. 사람은 마음먹은 대로 다 되게 되어 있다는 말과 비슷하겠구나 생각했다. 물론 그 마음 먹기가 제일 어려운 이야기는 하지만. 어쨌든, 펑펑의 안경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어떤 노력도 없이 이루어지거나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안경이었다.
하지만 이 안경이 고마운 것은, 지금껏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순간 알아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나 혼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을 안경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거나 혹은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볼 수 있도록 해, 내가 어떤 태도와 행동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힌트를 주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똑똑해도 우리가 하는 행동이 모두 옳을 수 없으며 또한 우리가 하는 생각이 늘 올바를 수는 없다. 그럴 때 펑펑의 안경이 우리를 다시 제대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갈팡질팡 결정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순간이 찾아올 때, 펑펑의 안경에 잠시 기대보면, 어떤 결정을 내리면 좋을지에 대한 좋은 조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펑펑을 안경을 꼭 한번 써보고 싶다. 그 안경을 쓰고 내가 지금 이 순간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리면 좋을지에 대해 도움을 얻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이 동화를 읽으며 얼마나 펑펑을 찾아가고 싶어할까. 우선은 빨리 겨울이 오기를 바랄 것 같다. 펑펑과 같은 눈사람을 만들고 펑펑을 찾아가는 상상을 할 것 같다. 그리고 펑펑을 찾아가 안경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고, 그 안경을 쓰고 꿈을 꿀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행복한 것 들을 안경을 통해 보며 자신을 조금씩 알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향해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지, 또 어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며 우정을 쌓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지, 그렇게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눈 안경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
"아니야. 손님의 이야기를 잘 듣는 거야. 내가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해야만 안경에 신비한 힘이 깃들거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즐겁게 노는 방법이야."(42-43쪽)

이렇게 아이들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펑펑이 도와주는 것이다.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펑펑 스스로도 뿌듯하고 기분 좋아질 것이다. 그런 후 먹는 팥빙수는 이 세상 어느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맛있을 것이고. 그런 팥빙수를 펑펑은 스피노와 함께 나눠먹을 것이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풍성한 마음을 안고서.
어쩌면 이런 펑펑을 마음이 아이들을 보는 어른, 혹은 선생님의 마음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국, 이런 펑펑을 마음을 나도 닮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에게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마치 펑펑의 안경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처럼, 나의 시선과 손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펑펑을 찾아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흐뭇해할 펑펑의 모습도 상상이 된다. 그리고 이런 상상을 하며 내 기분도 무척 행복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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