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에 어울리는 단어들을 떠올려봤다.
그리움, 간절함, 소중함, 그리고 건강한 밝음, 그래서 기분 좋음.
이 단어들로 모두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수빈을 생각했고, 그를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인생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주어진 삶을 아깝지 않게 써야 한다고 스스로를 독려했다.(219-220쪽)

사람의 행동 중 계산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의도하고 계획하고 노력해서 실행에 옮기기 위해 무던히 애쓰게 되는 순간들. 그렇게 애쓴 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워하거나 혹은 안타까워하거나. 하지만 우리 삶에는 예상하지 못한 결정과 행동 또한 무수히 많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고. 그런 면에서 우리 삶이란 것이 무척 복잡하게 얽혀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수빈과 나은, 은호와 도희. 이 아이들이 얽힌 운명의 실타래가 헝크러져있는 느낌이었다. 어디에서 그 끝을 찾아 엉킨 실을 풀어내야할지, 풀어질 수는 있을지 막막한 상태. 실의 끝을 찾는다고 해도 중간에 뭉쳐 매듭이 져버린 부분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끈질기게 실이 통과해 간 사이를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고 화가 나는 마음을 잘 참아야 한다. 안 그러면 금방 포기하고 실을 잘라내고 싶어지니까.
그런 면에서 나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은호와 도희를 찾아 갔을지, 꿈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었고 수빈의 팔목을 놓아 주었을지 말이다. 이 소설은 은호와 도희가 중심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나은이 이 모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인물이다.

"아니, 좋아해. 그래서 어떻게든 미래를 바꾸고 싶었어. 우리가 함께 있는 미래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러도 상관없다고, 기꺼이 치를 거라고까지 생각했어. 그렇지만......" (...)
"미안해. 그렇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어."(209쪽)
"결국은 이게 최선이야. 믿어 줄래?"(...)
"그렇다면 후회는 없어."(210쪽)

나은에게 주어진 열 번의 기회에서 나은이 알게 된 것, 깨닫게 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은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그 마음을 갖기까지 감내해야했던 그 기회와 시간들에서 결국 스스로 도달할 수 있었던 그 마음이, 나은이 지금 다시 괜찮아질 수 있었던 치유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웠고, 그래서 못 다한 순간들이 간절했지만, 소중한 것을 잃지 않고 싶었고, 다행히도 건강하게 밝아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은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이 소설을 '그리움, 소중함, 그리고 건강한 밝음, 그래서 기분 좋음.'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이유이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과 마음 사이에서 철학하다 사이에서 철학하다 2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윤예지 그림,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이'라는 단어를 생각해야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어쩌면 우린 너무 이분법적인 사고만을 가지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강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몸과 마음이라고 하면 꼭 몸이냐 마음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또한 무언가를 질문하며 중립 없이 둘 중 하나만 말하라고 했던 기억이다. 여기서도 꼭 몸과 마음 중 무엇 하나만을 콕 집어 말해야할 필요는 없는데, 그럼에도 고민했다. '뒤바뀐 몸과 머리'에서 나는 과연 누굴 선택해야할까를. 사람의 생각이란 것이 이토록 얇팍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몸이 지금보다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면 마음도 그러할 것입니다. 더 많은 마음의 자세가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사실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몸과 마음의 '사이'에는 아직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 펼쳐져 있어요.(...) '사이'로 눈길을 돌려 보길 바랍니다.(141쪽)

딱 내 얘기인 것 같아 눈이 번쩍 뜨였다. 정해진 범위 안에서 나를 밖으로 끄집어내지 못하고 그 안에서만 맴돌고 있었던 내 생각에 그러지 말라고 조언해주는 이야기였다.

이 책이 참 잘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뭔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몸에 혹은 마음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어느 것이 더, 혹은 강하고 세게 나라는 존재에 작용하고 있글자를 말하려는 듯 싶다가는, 결국 몸과 마음이라는 것이 딱 떨어지는 산수 계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연결시켜주고 있었다. 이 흐름에 어쩔 수 없이 말려들었다.
철학이라고 하면 우선 어렵고 심도 깊어 쉽게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들이라면 심지어, 철학이 뭐예요?, 하고 물을 지도 모른다. 어른인 나에게도 쉽지 않은데.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또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는 생각이다. 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고 사전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인간과 세계에 대해 갖는 우리의 생각을 차분히 살피는 것이 곧 철학이 테니까. 이건 우리가 매 순간 하면서 사는 가장 근본적인 생각이니까 말이다.
물론 질문은 어렵지 않다. 다만 답을 내리기 쉽지 않을 뿐. 이유는, 정답이 없으니까. '몸'과 '마음'이 딱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다.몸이 진짜일까, 마음이 진짜일까. 몸과 마음 사이가 끊어져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면, 그 연결고리를 과연 무엇일까. 몸과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을까 가까울까. 그 사이의 거리를 무엇이 결정하는 걸까.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이 좋을까 비워두는 것이 좋을까. 채운다면 무엇으로 채울까. 비운다면 그 비워진 공간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까. 나의 선택이 몸이 때도 혹은 마음일 때도 있을 텐데, 그때 나머지 하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몸의 역할과 마음의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다면, 각 역할을 무엇일까. 사람들은 몸과 마음 중 무엇으로 나를 평가할까. 나의 평가의 잣대는 무엇일까, 무엇이어야 할까.

철학책 맞다! 질문이 끊임없이 생긴다. 이 많은 질문에 똑 떨어지는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또 재미있는 지점이다. 정답 없는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답들이 연달이 나올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난다. 이게 이 책의 묘미겠지. 작은 싹에서 점점 자라나 나무의 기둥이 세워지고 각 가지들에 나뭇잎이 돋아 무성해지는 과정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머릿속의 생각이 퍼져나가는 기분이다. 아이들과 이 질문을 던지도 답하며 한바탕 철학놀이를 하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이다. 이미 <귀를 기울이면> 때부터 알아 봤다. 이번 작품 또한 흥미로우면서도 내내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의 소설이었다. 특히 요즘 내가 아이들과 하고 있는 이야기와 맥락이 닿아 있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소개해주고 읽어보라고 추천해주면, 아이들도 재미있어 할 것 같다.
요즘 <야, 춘기야>(김옥) 소설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춘기 딸을 춘기라고 부르는 엄마, 아이에게 뭐든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과거에 모범적인 학생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런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춘기 딸은 어느 날 외할머니로부터 엄마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엄마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거기서 피식 웃음이 나오고 둘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진다.

"응. 엄마는 안 그랬어. 말대꾸하지도 대답 안 하지도 않았어. 짜증 난다고 엄마 말 듣지도 않고 문 쾅 닫고 들어가는 거 한 번도 한 적 없어."(10쪽)

<네가 되어 줄게>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 전에는 절대로 그 사람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해한다고 말해도 그건 일부분만 이해하는 척하는 것일 뿐. 사실 속까지 모두 다 알 수는 없다. 이 소설처럼 둘이 서로가 되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둘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단순히 둘이 서로가 되어봤다는 것만으로 금방 쉽게 이해의 지점이 생길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둘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에는 서로를 향한 마음, 사랑이 있다.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는 사이였다면 자신을 위해 또 서로를 위해 이만큼이나 사건 사고 속에서 챙기고 또 신경써야 할 이유가 없다. 이건 둘 다 기본적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 서로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관심이다. 둘은 서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서로의 행동과 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들은 서로에 대해 귀를 열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살피고 있다. 이러니 서로가 되었어도 쉽게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전혀 남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믿음. 서로에 대한 믿음도 중요했지만 최수일의 언니, 강윤슬의 이모 최수정의 믿음이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줄 수 있었던 일등 공신. 이런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들을 기꺼이 믿어주고 들어주고 보살펴줄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믿음 없이는 있을 수 없으니까. 사람을 좋아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관계의 시작이 신뢰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 바로 언니이며 이모인 최수정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이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기꺼이 '네'가 되어 주겠다는 말. '되어 줄게'라는 표현에서 든든함이 느껴진다. 그러니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서로가 되어 주려고 노력했는지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이러니 재미 없을 수가 없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 모든 면에서,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덧-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건 아닌 것 같아. 미래의 일 덕분에 과거가 다시 이해되기도 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선택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사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고 있지."(113쪽)
_이런 표현들이 자꾸 중간중간 나와서 깜짝 놀란다. 그저 단순히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 소설에서 어른의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돼지 복지 - 공장식 축산을 넘어,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의 모든 것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을 먹지 않는다. 먹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한다. 내가 먹는 그 동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입으로 들어오게 되는지를 알게 된 후로 먹고싶지 않아졌다. 주변인들은 묻는다. 고기 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지는 않냐고. 그런 적은 없다. 먹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먹어지는 경우를 참은 적은 있지만.
돼지의 삶에 대해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은 <돼지 이야기>(유리, 이야기꽃)라는 그림책을 통해서였다. 너무 충격이었다. 그동안 돼지의 살처분에 대해 주의를 기울리지 않았던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도 내내 돼지고기를 먹었었다. 연결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돼지가 어떤 환경과 공간에서 자라 어떤 경로로 진열장에 놓이고 또 어떻게 우리 식탁까지 오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 생각만 하지 말고, 먹지 않는 삶을 실천해야겠다고.

이 책을 읽으며 고민에 빠졌다. 이 책이 말하는 '돼지복지'에 대해서, 농장에서의 돼지의 삶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마지막, 결국 그런 돼지의 삶이 필요한 건 더 안전하고 건강한 돼지를 인간이 먹기 위해서라는 결론이 조금 불편했다. 6개월. 태어나서, 태어난 이유를 다 하기까지 살 수 있는 기간이 딱 6개월이었다. 더 이상 돼지를 키우면 손해라고 하니, 그 짧은 기간을 살다 인간의 식탁에 놓여야 할 운명으로 태어난 돼지라는 존재를,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농장에서 동물복지는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축산업 종사자, 동물복지 인증제도 활성화를 위한 방향과 평가 지표를 고민하는 담당 관계자, 동물복지 축산물을 유통하고 싶지만 인증받은 농장이 턱없이 부족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체, 그리고 지속 가능한 축산 시스템을 공부하는 동물자원 전공 학생들이 동물복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며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15쪽)

고민했다. 이 책을 어렇게 받아들여야할지. 내가 읽을 책이 맞나, 내가 알고자 하는 동물복지의 최종 지점이 다를 경우, 이 책의 의도를 어디서 찾아야하나 고민이 됐다. 그리고 이 책의 의도를 처음부터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생각했다. 이미 전에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이동호, 창비)에서도, 돼지를 분양받아 잘 키웠고, 행복한 돼지의 삶을 보장해 주었으며, 마지막에는 부위별로 잘 나누어 지인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분명 이 책이 갖고 있는 의미는 있다. 우리가 돼지를 식재료로 생각하고 축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그 전제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 동물복지이고, 동물복지 농장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보장해줘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돼지를 키우다 생명이 다 하면 장례를 시켜줄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면, 교수가 하고 있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는 건 분명하니까.
다만, 이 모든 생각은 인간중심적인 사고라는 것. 인간이 모든 세상의 종을 모두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 먹잇감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사고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덧-
한겨레출판에서 함께 출간된 <비건한 미식가>(초식마녀)와 함께 읽으니 더 혼란이 왔다. 이미 동물권에 대해 알고 있고 책도 여러 권 읽어본 입장에서, 그리고 채식을 지향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책이 딱 와닿지는 않았다. 일정 부분 동의되는 지점이 있었지만, 결국 먹는다는 결론에서는 거부감이 생겼다. 나의 내공과 공부가 더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가운 책이다. 채식하는 분들의 책은 언제나 반갑다. 또 나를 살리는 책인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하다. 부제의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중 그 '남'이 나의 수도 있으니까. 헌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남'에 또 포함될 수 있는 것이 동물이겠다 싶다. 동물을 이제 그만 죽여도 되지 않을까. 생명이란 것은 제 목숨의 값을 저마다 갖고 태어날텐데, 누가 멋대로 다른 이의 목숨을 함부로 취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 역시, 인간이 가장 잔인한 종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채식을 지향한다고 하면 다들 첫 질문이, 고기가 몸에 안 받아서 그러냐이다. 어느 때인가부터 체중이 줄었고 남들 눈에 마른 체형으로 비춰진 이후, 그리고 그런 때와 맞물려 채식을 지향한다고 하니, 몸이 아파서 그러는 거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지 않다고, 나는 건강하며, 의식적으로 동물성을 먹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럼 두번째 질문이 이어서 나온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어떻게 단백질을 섭취하려고 하느냐고. 그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냐고. 그럼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는 것처럼, 식물성 단백질을 잘 섭취하고 있다고 답한다. 그럼 마지막 염려의 소리가 들린다. 그것만으로 안 될텐데, 그러다 몸 망가질텐데. 이런. 사람들이 나의 건강을 참 많이 걱정해주고 있구나 싶어 고맙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의 짐으로 갖고 있던, 완벽하지 못했던 채식을 제대로 실천해봐야지 결심한 것이 있다. 김치.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를 먹고 싶다. 김치를 한번도 직접 담가본 적이 없어 지금까지도 부모님의 김치를 얻어 먹거나 사먹어야 하는 처지여서 시도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비건 김치전을 해먹고 싶어졌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까지 잘 끊지 못하고 있던 것이 어묵이었다. 아, 떡볶이 떡과 어묵이 소스에 버무려져 있는 이 조합. 이걸 끊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젠 어묵도 그만 먹을 때가 되었다.
이 책이 반가운 건 가끔 혼자만의 채식 지향이 힘들고 지칠 때가 있는데, 그런 나를 지지해주고 잘하고 있다고, 우리 같이 해내보자고 응원해주는 것 같아 힘이 생긴다는 거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역시 요리 레시피들. 사실 내 냉장고에도 비슷한 식재료가 있지만, 이렇게 저렇게 해먹을 생각은 안 하고 그저 한 가지 방식(채소를 씻어 냄비에 넣는다. 물 약간에 식물성 조미료를 살짝 뿌린다. 뚜껑을 덮고 익힌다. 끝.)만 고집하고 있었다. 간단하고 쉽고 빠르다는 이유로. 나도 여기 소개된 여러 레시피 중 몇 가지는 꼭 해봐야지 싶다.

치킨은 안전하고 편리한 선택입니다. 육식 마케팅은 사회에 가깝습니다. 모두가 고기를 좋아한다는 믿음이 공급자뿐만 아니라 소비자까지 적극적으로 획일화된 욕망을 재생산하게 만듭니다. 육식 숭배는 무지성적으로 공공연하게 이루어집니다. 다른 종교나 신념에 비해 맹신 검열로부터 자유롭습니다.(112쪽)
예를 들면 누군가 나 때문에 고기를 참고 있다고 여기는 마음입니다. 모두가 육식을 욕망한다는 착각이죠. 물론 개인의 탓만은 아닙니다. 이 사회가 끊임없이 그런 메시지를 주입하고 있으니까요.(243쪽)

채식을 지향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어떤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될까보다는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질 것이 염려되었다. 같이 식사를 할 때, 특히 우리나라에서 외식을 할 때 비건식은 매우 어려운 미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먹고 싶은 것의 선택권을 주변인에게 주고, 그 선택지 안에서 최선을 택했었다. 이제는 조금씩 그러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선택을 지지해주는 이들에게 함께 맛있는 비건식을 먹자고 제안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