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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평점 :
반가운 책이다. 채식하는 분들의 책은 언제나 반갑다. 또 나를 살리는 책인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하다. 부제의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중 그 '남'이 나의 수도 있으니까. 헌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남'에 또 포함될 수 있는 것이 동물이겠다 싶다. 동물을 이제 그만 죽여도 되지 않을까. 생명이란 것은 제 목숨의 값을 저마다 갖고 태어날텐데, 누가 멋대로 다른 이의 목숨을 함부로 취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 역시, 인간이 가장 잔인한 종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채식을 지향한다고 하면 다들 첫 질문이, 고기가 몸에 안 받아서 그러냐이다. 어느 때인가부터 체중이 줄었고 남들 눈에 마른 체형으로 비춰진 이후, 그리고 그런 때와 맞물려 채식을 지향한다고 하니, 몸이 아파서 그러는 거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지 않다고, 나는 건강하며, 의식적으로 동물성을 먹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럼 두번째 질문이 이어서 나온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어떻게 단백질을 섭취하려고 하느냐고. 그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냐고. 그럼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는 것처럼, 식물성 단백질을 잘 섭취하고 있다고 답한다. 그럼 마지막 염려의 소리가 들린다. 그것만으로 안 될텐데, 그러다 몸 망가질텐데. 이런. 사람들이 나의 건강을 참 많이 걱정해주고 있구나 싶어 고맙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의 짐으로 갖고 있던, 완벽하지 못했던 채식을 제대로 실천해봐야지 결심한 것이 있다. 김치.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를 먹고 싶다. 김치를 한번도 직접 담가본 적이 없어 지금까지도 부모님의 김치를 얻어 먹거나 사먹어야 하는 처지여서 시도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비건 김치전을 해먹고 싶어졌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까지 잘 끊지 못하고 있던 것이 어묵이었다. 아, 떡볶이 떡과 어묵이 소스에 버무려져 있는 이 조합. 이걸 끊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젠 어묵도 그만 먹을 때가 되었다.
이 책이 반가운 건 가끔 혼자만의 채식 지향이 힘들고 지칠 때가 있는데, 그런 나를 지지해주고 잘하고 있다고, 우리 같이 해내보자고 응원해주는 것 같아 힘이 생긴다는 거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역시 요리 레시피들. 사실 내 냉장고에도 비슷한 식재료가 있지만, 이렇게 저렇게 해먹을 생각은 안 하고 그저 한 가지 방식(채소를 씻어 냄비에 넣는다. 물 약간에 식물성 조미료를 살짝 뿌린다. 뚜껑을 덮고 익힌다. 끝.)만 고집하고 있었다. 간단하고 쉽고 빠르다는 이유로. 나도 여기 소개된 여러 레시피 중 몇 가지는 꼭 해봐야지 싶다.
치킨은 안전하고 편리한 선택입니다. 육식 마케팅은 사회에 가깝습니다. 모두가 고기를 좋아한다는 믿음이 공급자뿐만 아니라 소비자까지 적극적으로 획일화된 욕망을 재생산하게 만듭니다. 육식 숭배는 무지성적으로 공공연하게 이루어집니다. 다른 종교나 신념에 비해 맹신 검열로부터 자유롭습니다.(112쪽)
예를 들면 누군가 나 때문에 고기를 참고 있다고 여기는 마음입니다. 모두가 육식을 욕망한다는 착각이죠. 물론 개인의 탓만은 아닙니다. 이 사회가 끊임없이 그런 메시지를 주입하고 있으니까요.(243쪽)
채식을 지향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어떤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될까보다는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질 것이 염려되었다. 같이 식사를 할 때, 특히 우리나라에서 외식을 할 때 비건식은 매우 어려운 미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먹고 싶은 것의 선택권을 주변인에게 주고, 그 선택지 안에서 최선을 택했었다. 이제는 조금씩 그러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선택을 지지해주는 이들에게 함께 맛있는 비건식을 먹자고 제안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