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사이에서 철학하다 사이에서 철학하다 2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윤예지 그림,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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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라는 단어를 생각해야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어쩌면 우린 너무 이분법적인 사고만을 가지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강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몸과 마음이라고 하면 꼭 몸이냐 마음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또한 무언가를 질문하며 중립 없이 둘 중 하나만 말하라고 했던 기억이다. 여기서도 꼭 몸과 마음 중 무엇 하나만을 콕 집어 말해야할 필요는 없는데, 그럼에도 고민했다. '뒤바뀐 몸과 머리'에서 나는 과연 누굴 선택해야할까를. 사람의 생각이란 것이 이토록 얇팍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몸이 지금보다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면 마음도 그러할 것입니다. 더 많은 마음의 자세가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사실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몸과 마음의 '사이'에는 아직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 펼쳐져 있어요.(...) '사이'로 눈길을 돌려 보길 바랍니다.(141쪽)

딱 내 얘기인 것 같아 눈이 번쩍 뜨였다. 정해진 범위 안에서 나를 밖으로 끄집어내지 못하고 그 안에서만 맴돌고 있었던 내 생각에 그러지 말라고 조언해주는 이야기였다.

이 책이 참 잘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뭔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몸에 혹은 마음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어느 것이 더, 혹은 강하고 세게 나라는 존재에 작용하고 있글자를 말하려는 듯 싶다가는, 결국 몸과 마음이라는 것이 딱 떨어지는 산수 계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연결시켜주고 있었다. 이 흐름에 어쩔 수 없이 말려들었다.
철학이라고 하면 우선 어렵고 심도 깊어 쉽게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들이라면 심지어, 철학이 뭐예요?, 하고 물을 지도 모른다. 어른인 나에게도 쉽지 않은데.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또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는 생각이다. 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고 사전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인간과 세계에 대해 갖는 우리의 생각을 차분히 살피는 것이 곧 철학이 테니까. 이건 우리가 매 순간 하면서 사는 가장 근본적인 생각이니까 말이다.
물론 질문은 어렵지 않다. 다만 답을 내리기 쉽지 않을 뿐. 이유는, 정답이 없으니까. '몸'과 '마음'이 딱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다.몸이 진짜일까, 마음이 진짜일까. 몸과 마음 사이가 끊어져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면, 그 연결고리를 과연 무엇일까. 몸과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을까 가까울까. 그 사이의 거리를 무엇이 결정하는 걸까.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이 좋을까 비워두는 것이 좋을까. 채운다면 무엇으로 채울까. 비운다면 그 비워진 공간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까. 나의 선택이 몸이 때도 혹은 마음일 때도 있을 텐데, 그때 나머지 하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몸의 역할과 마음의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다면, 각 역할을 무엇일까. 사람들은 몸과 마음 중 무엇으로 나를 평가할까. 나의 평가의 잣대는 무엇일까, 무엇이어야 할까.

철학책 맞다! 질문이 끊임없이 생긴다. 이 많은 질문에 똑 떨어지는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또 재미있는 지점이다. 정답 없는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답들이 연달이 나올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난다. 이게 이 책의 묘미겠지. 작은 싹에서 점점 자라나 나무의 기둥이 세워지고 각 가지들에 나뭇잎이 돋아 무성해지는 과정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머릿속의 생각이 퍼져나가는 기분이다. 아이들과 이 질문을 던지도 답하며 한바탕 철학놀이를 하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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