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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ㅣ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이다. 이미 <귀를 기울이면> 때부터 알아 봤다. 이번 작품 또한 흥미로우면서도 내내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의 소설이었다. 특히 요즘 내가 아이들과 하고 있는 이야기와 맥락이 닿아 있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소개해주고 읽어보라고 추천해주면, 아이들도 재미있어 할 것 같다.
요즘 <야, 춘기야>(김옥) 소설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춘기 딸을 춘기라고 부르는 엄마, 아이에게 뭐든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과거에 모범적인 학생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런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춘기 딸은 어느 날 외할머니로부터 엄마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엄마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거기서 피식 웃음이 나오고 둘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진다.
"응. 엄마는 안 그랬어. 말대꾸하지도 대답 안 하지도 않았어. 짜증 난다고 엄마 말 듣지도 않고 문 쾅 닫고 들어가는 거 한 번도 한 적 없어."(10쪽)
<네가 되어 줄게>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 전에는 절대로 그 사람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해한다고 말해도 그건 일부분만 이해하는 척하는 것일 뿐. 사실 속까지 모두 다 알 수는 없다. 이 소설처럼 둘이 서로가 되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둘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단순히 둘이 서로가 되어봤다는 것만으로 금방 쉽게 이해의 지점이 생길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둘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에는 서로를 향한 마음, 사랑이 있다.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는 사이였다면 자신을 위해 또 서로를 위해 이만큼이나 사건 사고 속에서 챙기고 또 신경써야 할 이유가 없다. 이건 둘 다 기본적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 서로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관심이다. 둘은 서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서로의 행동과 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들은 서로에 대해 귀를 열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살피고 있다. 이러니 서로가 되었어도 쉽게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전혀 남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믿음. 서로에 대한 믿음도 중요했지만 최수일의 언니, 강윤슬의 이모 최수정의 믿음이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줄 수 있었던 일등 공신. 이런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들을 기꺼이 믿어주고 들어주고 보살펴줄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믿음 없이는 있을 수 없으니까. 사람을 좋아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관계의 시작이 신뢰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 바로 언니이며 이모인 최수정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이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기꺼이 '네'가 되어 주겠다는 말. '되어 줄게'라는 표현에서 든든함이 느껴진다. 그러니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서로가 되어 주려고 노력했는지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이러니 재미 없을 수가 없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 모든 면에서,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덧-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건 아닌 것 같아. 미래의 일 덕분에 과거가 다시 이해되기도 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선택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사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고 있지."(113쪽)
_이런 표현들이 자꾸 중간중간 나와서 깜짝 놀란다. 그저 단순히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 소설에서 어른의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