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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가파도에 가다 - 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 철학 소설 ㅣ 사계절 지식소설 18
김경윤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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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가파도에 가다. 김경윤 지음. 사계절출판사. 2025.
_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 철학 소설
가파도에 가고 싶다. 고양이 도서관에 가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싶다. 나도 게스트하우스에 한 1년 살면서 감자, 당근, 가지와 친해지고 싶다. 그리고, '도덕경'을 읽고 싶어졌다. 빠르게 훅훅 읽어나가는 책 말고, 천천히 음미하며 하나씩 알아나가는 책으로 만나, 그 속의 의미를 내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졌다. 조만간 '도덕경'을 사게 될 듯.
공공 기관 종이 사용 전면 금지.(6쪽)
2027년에는 '종이 교과서 없는 학교, 시험 없는 학교'라는 슬로건이 전면화되었다. 이제 모든 학생이 디지털 교과서, 그러니까 태블릿을 들여다보며 수업을 들었고, 학생들의 학습 과정은 자동으로 기록되어 실시간으로 학업 성취도가 평가되었다.(7쪽)
처음 설정이 무척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바로 생각했다. 진짜 종이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 학교에서 종이가 사라진다면? 종이 없이 수업이 이루어져야하고 업무를 처리해야한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지금의 학교에서의 생활을 머릿속으로 그려봐도 종이 없이는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결국은 종이가 가장 기본이 되기 마련. 이를테면, 교과서와 책이 그 기본이다. 물론, 지금도 전자교과서의 사용과 관련한 여러 이슈가 있었고, 아직은 종이책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설정이 어느 때 실제 상황이 될 지 알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많은 종이를 사용하고 버리고 또 사용하고 버리는 그 과정을 생각하면, 종이 사용이 갖는 환경적인 영향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 중에는 책을 읽을 때도 이젠 쌓아놓기 불편한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읽는 것이 오히려 환경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그 말이 어떤 면에서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몸과 정신이 아직은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몸과 정신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손바닥 안의 기계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이미 예전 방식이 길들여진 사람은 여전히 종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노자'라는 사람의 이야기도 참 고리타분힌 예전 방식의 이야기일 수 있다.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노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종이책을 손에 붙들고 놓지 못하고 있는 마음이라면, '도덕경'을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노자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크게 달라졌다 해도,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마음은 노자가 생각했던 삶의 가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잃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고 또 간직해야 할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태도와 방식은 세상이 바뀐다고 해서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 더욱, 바쁘게 돌아가고 바뀌어가는 지금 세상에서 '도덕경'을 다시 읽는 것은 그만큼의 의미가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과 몸 중에서 어느 것이 가까운가?
몸과 재산 중에서 어느 것이 귀한가?
얻음과 잃음 중에서 어느 것이 마음을 끄는가?(...)
만족을 알아야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아야 위티롭지 않습니다._<도덕경> 44장 중(90쪽)
멈출 줄 아는 것과 만족할 줄 아는 것은 한 쌍의 태도다. 알아야 멈춤이 가능하다. 모르면 있는 것마저 빼앗긴다. 재산도, 명예도, 지위도, 권력도, 사랑도, 건강도, 생명도 결국은 그 한 끗 차이다.(92쪽)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지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어느 것에 더 가깝고 귀하게 여기는지도 알아야 한다. 모르면 빼앗길 수 있다. 어떤 것도 내가 지킬 수가 없게 된다. 고양이를 돌보던 청년이 "내가 나를 보살피지 않으면 누가 나를 보살피겠어요."라고 한 말이 딱 맞는 말이다. 내가 나를 보지 않으면서 다른 이가 나를 보아주길 바라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러니, 나를 잘 알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괜한 한 걸음 더, 또 여기까지만 더, 하고 욕심을 부릴 때 화가 닥칠 수 있다. 여기서 그만, 이쯤에서 멈춤. 잘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세 가지 보물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는 자애로움이요,
둘째는 검소함이고,
셋째는 세상에 나서려고 하지 않음입니다._<도덕경> 67장 중(167쪽)
노자는 당대의 사람을 비판한다. 사랑 없는 만용, 절약 없는 소비, 겸손 없는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그러한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죽게 될 것이라고 무섭게 경고한다.(168쪽)
자애로움, 검소함, 나서지 않음. 잘 명심해두고 싶다. 나에게도 또한 보물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나서지 않음. 겸손의 자세다. 사람들은 유독 이 겸손에 취약한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길 원하고 또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위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위치와 자리에 대한 욕심을 부린다. 나는 그런 욕심의 싸움터에서 한 발 물러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노자가 생각하는 나서지 않음이 곧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나도 그 마음을 잘 따르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된다.
아무래도, <도덕경> 81편의 시를 읽어야겠다. 읽고나서 나만의 도덕경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의 삶에 적용시켜 생각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