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스퐁나무 보름달문고 25
하은경 지음, 이형진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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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스퐁나무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그래서인지(?) 다루고 있는 주제가 남다르다.

초등학교 5학년 현이네 아빠는 시나리오작가이다. 그동안 쓴 시나리오가 단 두 편 영화로 만들어졌고 그나마도 흥행에 참패했다. 현이 아빠는 여태껏 우리 동화에서 그려졌던 아빠랑 조금은 다른 성격이다. 대책없는 낭만주의자이고 감성적이고 섬세하고 아이한테 권위를 부릴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걸핏하면 운다. 아이 앞에서도 운다. 그 여리고 섬세한 성격 탓인가. 현이 아빠는 현이 엄마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일로 현이 엄마와 아빠는 지금 별거상태이고 그런 상태에서 현이는 아빠와 함께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캄보디아 타프롬 사원의 스퐁나무는 사원 지붕과 벽을 파고들어서 뿌리는 내렸다. 그래서 나무와 사원이 한 몸처럼 살게 되었다. 나무를 베면 사원이 무너지게 된다. 나무가 그나마 사원을 지탱해주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로를 괴롭히면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 그게 바로 타프롬 사원과 나무의 관계이다. 현이는 여행을 가기 전 자신을 너무 심적으로 괴롭히는 엄마와 아빠를 미워하고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나무를 보며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캄보디아를 여행하면서 만나게 된 신이 누나 가족,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여학생에게 뺏긴 신이 누나와의 제법 깊이 있는 대화, 여행 가이드를 하는 형과의 대화를 통해 현이는 성장한다. 엄마 아빠의 아들이 아닌 박현으로 살겠다는 선언도 하고, 엄마에게 남자 친구 사귀라고 할 것 같다는 말도 하고, 사랑이 변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게 되었고, 엄마의 반대로 접었던 ‘꿈’에 대해서도 다시 날개를 펼칠 생각을 한다.

참 똑똑하기도 하지. 뉘 집 아들인지…….

그런데.... 마음의 울림이 없다.

현이라는 아이가 마음에 푹 들어오지 않는다. 5학년 남자아이답지 않게 너무 조숙하고 너무 어른스럽다. 쉽지 않는 주제라서 일까? 엄마 아빠의 이혼을 두려워하긴 하지만 그런 엄마 아빠에게 커다란 반항도 하지 않고 그저 어른들을 이해해 보려고만 한다.

아빠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 전에 엄마와 아빠가 스퐁나무 처럼 서로를 괴롭히며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아빠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는 엄마와 아빠 사이가 너무 좋았다. 스퐁나무처럼 서로 껴안고 괴롭히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별로 그려지지 않아서 스퐁나무를 보고 부모님을 연상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가 너무 똑똑하다. 너무 ‘애어른’이다. 작가가 주인공한테 너무 많이 남아있다. 그 것이 이 책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든 요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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