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화자도 독특하다. 중간 중간 그림도 들어가있고 복잡한 수학 공식도 들어가 있어 더더욱 독특하게 느껴진다.

자폐증을 가진 소년이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개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건을 셜록 홈즈 같은 탐정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간다. 주인공이 작가가 되어 책 속에 책을 써나가는 액자형 구성이다. 

자폐증를 지닌 사람이 글을 쓰고  책을 내고 화자가 되는 경우가 외국엔 종종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본 일이 없고 그래서 우리나라 화자들에겐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런 만큼 주인공이 자신에 대해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영화나 책에서만 겨우 만나고 있는 자폐증.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교류하는 방식. 어떤 것에서 혼란과 두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해 작가에게 자폐증을 가진 가족이라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떠올릴 만큼 자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별한 도움을 가진 아이들이건 그렇지 않건 아이들은 모두 성장한다. 성장에 대해 기대와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존재가 바로 아이들이다.  주인공 크리스토퍼 또한 성장에 대한 욕구를 가진 아이이다. 어느 날 우연히 이웃집 개가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범인을 찾기 위한 크리스토퍼의 모험은 시작된다. 자폐라는 장애를 가진 아이로서는 어려운 '낯선 사람에게 말걸기'도 해보고, 책을 써보기도 한다. 어느 날 죽은 줄만 알았던 엄마의 소식을 알게 되고, 이웃집 개를 아빠가 죽였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되어 이에 위협을 느낀(엉뚱하게도 아빠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크리스토퍼는 혼자 집을 나와 런던으로 가게 된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을 보는 방법', '지하철 풍경과 소음'등이 자폐아의 시선으로 새롭게 다가오며 자폐아에게는 매우 어려운 몇가지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하려는 모습에 안스러운 마음도 들고 자폐아를 새롭게 이해하게도 한다. 타인의 감정을 읽을 줄 모르고 공감할 줄 모르는 주인공. 크리스토퍼가 담백하게 서술하는 그를 둘러싼 어른들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인생살이가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이 책을 동화책으로 분류하는 것은 다소 어려워보인다. 청소년이나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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