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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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작가님의 그림책을 읽으면, 마음이 어느새 몽실몽실해지거나 어린 시절의 한가운데로 나를 옮겨다놓은 그런 기분이 든다.

눈아이를 보면, 당근유치원의 선생님이, 쓰레기통요정이, 여름휴가 다녀온 할머니가 생각난다.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고 다정한 웃음을 짓고 아무런 불평없이 내가 할일을 잔잔히 다하고 끝내는. 그런 순박한 주인공들이 작가님 그림책에는 많다. 다정한 척 하지 않는데 다정하다.

둘의 첫만남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이 눈밭에서 장난치며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그림책에 (연필로 쓴 대화말고)줄거리를 돕는 문장들이 있는데, 그것이 마치 ‘시’처럼 읽혀졌다. 빨간장갑은 전체내용에서 중요한 의미로 나오는데 이유를 아는 순간, 아마도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버릴 것이다.

마지막에 두 아이들의 이 함박웃음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울컥하고 말았다.
이 아이의 간절함을,
기다림을,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알아줘서.
내 유년의 기억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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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의 소녀가 - 박노해 시 그림책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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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글이야 십수년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번 시그림책에는 그림의 강렬한 색감에 매료되었습니다. 보통 ‘박노해’하면, 사진에 시를 함께 넣은 작품을 기억합니다. 글도 울림이 있지만, 사진과 글이 정말 절묘했거든요. 그런데 이 그림책에는 사진이 아닌 그림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러시아 화가 카지미 세베리노비치 말레비치의 작품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설명되어있습니다. 


박노해시인은 페이스북, 인스타 계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 예전에는 부암동에 있는 <라 갤러리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카페에 상설전시된 작품도 보고 그랬었습니다. 지금은 검색해보니 그사이 경복궁 근처로 이전했네요. 공간도 꽤 넓어졌군요.


푸른빛의 소녀는 질문합니다 <지구에서 좋은 것이 무엇인가>

시인은 꽃과 나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기품있는 여인과 아이들, 푸른 산능성과 강물, 들녘의 가을…가슴떨리는 생의 신비와 경이로움..그리고 사랑. 질문에 나의 답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박노해님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소유하고 인정받는데

짧은 생을 다 쓰느라

자기 자신마저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것

시인의 이 글에서 저는 논어의 문장을 기억해냈습니다.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학이편)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학이편)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 (헌문편)

첫번째 문장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을 수 있다면, 참으로 군자답다고 합니다.

두번째 문장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남들에 대해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고 하지요.

세번째 문장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유능하지 못한 것을 걱정해야 한다라는 내용입니다.

여러번 강조하는 이 문장의 의미는, 어느만큼 인생을 살아보면서 내 민낯을 발견할 때 수치심과 함께 깨달음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억울함이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공부했는데, 노력했는데, 배려해줬는데 어떻게 몰라주지.

또는 내 사회적 지위와 부, 지적능력을 은근히 드러내고 싶은 우월감, 알아주지 않으면 왠지모를 분노와 괘씸함. 사실 다 쓸데없지요.

박노해님의 글을 읽다가 갑자기 논어의 이 글귀들이 생각났어요. 20대에 저 문장을 배울 때는 잘 다가오지 않았거든요. 공자가 이렇게 강조한 걸 보니, 어지간히 이루기 어려운 습성이었나 봅니다.


지금 비록 내 현실이 끔찍하게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되더라도, 시인의 시구처럼 사랑한 기억으로 영원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했던 기억은 절망 속 우리를 일으키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잖아요.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참 어려운 일입니다. 사랑한 기억을 가슴에 머리에 남길 수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늘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캘리로 마음에 닿는 글귀를 적어봅니다.


이 글은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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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냠 뿡뿡뿡 햇살그림책 (봄볕) 45
곽민수 지음, 이철민 그림 / 봄볕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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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무지개 방구 뀌고 싶어요~”

책을 다 읽은 4세 아이가 말합니다.
과연 무지개 방구의 주인은 누구였을까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 밥잘먹고 똥잘누는 것만 해줘도 얼마나 기특한지. 방구냄새도 안나는 것 같았어요.
세 돌이 지나면서 똥방귀 대화도 그럭저럭 재밌습니다. 물아저씨 많이 마셔야 바나나똥 눌 수 있다, (똥 누고나면) 내 똥 무슨 똥이냐, 이건 하마똥이야, 이건 토끼똥이야,
똥,방구이야기는 때로 진지하고 때로는 웃깁니다.

그림책을 보니
일곱 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맛있게 먹고 뿡뿡 방귀를 뀝니다. 그런데 두 명 친구는 동물이 아니네요. 아이가 얘는 뭐냐고 묻는데 엄마는 우물쭈물ㅋㅋㅋㅋ 같이 놀고 싶어서 왔나봐.

일곱 색깔이 선명하고 캐릭터들이 단순해서
어린아이 눈을 더 사로잡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림체가 익숙하다 싶어 보니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의 그림작가
이철민 작가님이시네요^^


“하나둘셋넷다섯 엄마 나 잘 세지요?”

이 단순한 스토리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또 반복해도
좀 과하다 싶게 읽어주면 또 꺄르륵
재미있는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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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이와 도깨비 얘기줌치 4
하수정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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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이와 도깨비 그림책을 아이와 읽었습니다. 곧이어 퇴근한 아빠에게도 읽어보도록 시켜보았지요. 우리끼리 깔깔깔. 사투리는 누가 읽어도 즐겁습니다.

저는 일단 하수정 작가님의 센스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첫번째 킬포
첫장면부터 글과 그림을 같이 보면서
왠지 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빨간 스니커즈 도깨비가 읽어주는 기분입니다. “봐라~ 일로 온나, 앉아봐라..”

두번째 킬포
“지는 하나도 안 답답한데예~”
맞아요. 애나 어른이나 본인은 1도 안 답답한데 주변인만 보고 있자니 환장합니다.
나도 내가 안답답한데
내아이도 제눈엔 지가 안답답하대
우리가 찾아야할건 무엇일까
그게 문제야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죠. 일년이 후딱 갈 정도로 느낄만큼 재밌게 집중하는 일이 내게 무엇이었던가.
먹고사니즘으로 바뀌어버린 세상, 돈의 가치가 모든 것을 잠식해버린 세상에서 아이들은 이미 주식으로 큰 돈을 벌고 세습이 당연하다 여기며..어른들의 세상을 배웁니다ㅠ

세번째 킬포
아이가 성장하기 위한 카드로, 부모로서 해야 할 일. 세상물정 배우고 오도록 격려하고 독립시키기.
“니 바깥에 나가서 세상공부 좀 하고 온나.”
아이가 성인이 되면 꼭 주거독립도 경험시키고 싶었는데, 하아 세상이 왜이리 무섭습니까..ㅠ
제가 아마도 20대까지는 성장드라마(영화)가 그렇게 재밌었다가
그다음엔 로맨스물로 잠시 짧게 빠졌다가
이제는 딱히 빠지는 건 없는데
성장드라마를 봐도 그 속 어른들만 눈에 보이고
삐딱한 아이들만 눈에 아른거리고

아무튼
성장하고 독립하는 이 이야기는
뻔한 스토리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이포럼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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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꽃이 피었습니다 미래그림책 143
강병인 지음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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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맞아 한글책을 찾아봅니다. 그 중에 캘리그림책이 보여서 흥미로웠습니다. 우선 작가의 말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그러다 제가 캘리를 시작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봅니다.

나름 수업열정이 있었던 30대의 저는, 수업을 좀 더 재미있게 구성할만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이리저리 강의도 듣고 모임도 가고 계속 기웃거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업료가 생각보다 비쌌고, 때문에 이 즐거움을 환경이 좋지않은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그렇게 시작했지만 쓰는 내내 제가 더 즐거웠지요. 내 시간을 확보하고 집중하고…쓰는 즐거움이 이렇게 클 줄을 몰랐습니다. 머릿속엔 항상 글자의 의미를 생각하고, 나의 의도를 생각하고, 균형과 구성을 생각하게 되고..

캘리를 쓰면서 글자의 아름다움은 의미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작가의 말에도, 글자에서 꽃이 보이고 소리가 들린다고 하지요. “보이지 않는 소리,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마음을 보이게 하고 들리게 하는 글씨를 위해 나는 쓰고 또 씁니다. 그렇게 쓰고 있으면 어느새 글씨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화도내고 또 같이 놀자 합니다. 웃고 울고 노래하고 춤추는 글씨. 이렇게 멋글씨가 말하는 한글이야기를 들려주고 살아숨쉬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봄”
땅에서 싹이 나고 가지가 자라고 꽃이 피는 느낌을 표현.
사실 봄이라길래 저는 사람이 두 팔 들고 봄햇살을 만끽하는 장면인 줄…ㅋ

“해”
산 위에 떠오르는 해는 ㅎ이 되고
어깨를 나란히한 친구와 나는 ㅐ가 되었습니다.

“꿈”
걱정마 네 꿈이 가장 멋져



좋은 책 보내주셔서 즐거운 글쓰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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