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의 소녀가 - 박노해 시 그림책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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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글이야 십수년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번 시그림책에는 그림의 강렬한 색감에 매료되었습니다. 보통 ‘박노해’하면, 사진에 시를 함께 넣은 작품을 기억합니다. 글도 울림이 있지만, 사진과 글이 정말 절묘했거든요. 그런데 이 그림책에는 사진이 아닌 그림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러시아 화가 카지미 세베리노비치 말레비치의 작품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설명되어있습니다. 


박노해시인은 페이스북, 인스타 계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 예전에는 부암동에 있는 <라 갤러리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카페에 상설전시된 작품도 보고 그랬었습니다. 지금은 검색해보니 그사이 경복궁 근처로 이전했네요. 공간도 꽤 넓어졌군요.


푸른빛의 소녀는 질문합니다 <지구에서 좋은 것이 무엇인가>

시인은 꽃과 나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기품있는 여인과 아이들, 푸른 산능성과 강물, 들녘의 가을…가슴떨리는 생의 신비와 경이로움..그리고 사랑. 질문에 나의 답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박노해님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소유하고 인정받는데

짧은 생을 다 쓰느라

자기 자신마저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것

시인의 이 글에서 저는 논어의 문장을 기억해냈습니다.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학이편)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학이편)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 (헌문편)

첫번째 문장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을 수 있다면, 참으로 군자답다고 합니다.

두번째 문장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남들에 대해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고 하지요.

세번째 문장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유능하지 못한 것을 걱정해야 한다라는 내용입니다.

여러번 강조하는 이 문장의 의미는, 어느만큼 인생을 살아보면서 내 민낯을 발견할 때 수치심과 함께 깨달음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억울함이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공부했는데, 노력했는데, 배려해줬는데 어떻게 몰라주지.

또는 내 사회적 지위와 부, 지적능력을 은근히 드러내고 싶은 우월감, 알아주지 않으면 왠지모를 분노와 괘씸함. 사실 다 쓸데없지요.

박노해님의 글을 읽다가 갑자기 논어의 이 글귀들이 생각났어요. 20대에 저 문장을 배울 때는 잘 다가오지 않았거든요. 공자가 이렇게 강조한 걸 보니, 어지간히 이루기 어려운 습성이었나 봅니다.


지금 비록 내 현실이 끔찍하게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되더라도, 시인의 시구처럼 사랑한 기억으로 영원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했던 기억은 절망 속 우리를 일으키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잖아요.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참 어려운 일입니다. 사랑한 기억을 가슴에 머리에 남길 수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늘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캘리로 마음에 닿는 글귀를 적어봅니다.


이 글은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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