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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 살 직장인, 회사 대신 절에 갔습니다
신민정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6월
평점 :
가끔 여행하다 절들을 가보면 푸른 나무들에 둘러싸여있고, 산뜻한 바람에 풍경소리가 들릴 때마다 참 평화롭고 마음이 놓였다. 나의 신앙은 기독교였지만, 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이 참 좋았다. 절은 종교와 상관없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공덕(功德)을 쌓기위한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수양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절에서 머물려 배울 수 있는 감정들은 무엇일까, 과연 삶의 어떤 변화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이 책을 읽어 보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 과연 직장대신 절에 간 이유가 뭘까, 직장에서 어떤 일이 작가를 절에 가게 한 것일까.
이 책은 저자가 절에 들어가기 전부터 100일차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그 후 이야기 에필로그로 이어져 있었다.


일기 형식으로 작가가 그 날 느낀 점들에 대해 적은 이야기어서인지, 술술 읽을 수 있었다. 30대 직장인으로서 공감가는 구절이 많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고생하는 작가의 마음에 감정이입되 눈물을 그렁이면서도 읽었던 거 같다. 최근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공감이 많이 간 이야기였다.
회사일에 지쳐있는 직장인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도서다. 100일간의 일기를 통해 저자의 마음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의 마음도 같이 치유되는 듯했다. 그리고 읽는 내내 마치 나도 절에 있는 것처럼 고요함과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삶에 지쳐 힘든 그대에게 도움이 되길
이 책의 첫 장, 프롤로그를 시작하는 말이었다. 종교도 없는 저자가 과중한 업무와 틀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방전되고 시들어가는 본인을 살리기 위해 절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저자처럼 지금 이 순간이 힘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적혀져있었는데, 프롤로그부터 공감하기는 처음이었던 거 같다. 그만큼 나도 지쳐있었던걸까...
나의 경험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 당신의 경험이기도 하고, 내가 느낀 이 마음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의 마음이기도 할 테니.
보름 정도만 머물다가 스님이 100일은 머물어야된다는 한 마디에 100일을 절에서 머물게 되고, 108배를 하는 것부터 경전을 읽는 것까지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것에 익숙해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변화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성장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님, 행자님, 보살님들에게 이유없는 사랑을 받으면서 밝은 마음으로 변하며 감사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저자의 모습을 읽으면서 마치 내 친한 친구가 겪은 이야기를 읽듯 참 행복했고 진심으로 저자의 마음의 치유를 바라면서 책을 읽은 거 같다.
0일차는 '살기위해, 그만해야 했다'로 시작했지만 에필로그는 '오늘에 충실하며 삶을 가볍게 살아간다'로 끝나는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내가 얻을 수 있는 좋은 생각들, 좋은 마음 습관들이 참 많았던 책이었다.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절실하게 깨닫게 된 책인 거 같다. 직접 절에서 100일을 머물 수는 없겠지만, 저자를 통해 나의 마음이기도 한 저자의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내 마음도 치유를 받은 것 같다. 나를 괴롭게 한, 나의 마음을 스스로 상처나게 했던 생각들을 버리고 그 순간들을 묵묵히 견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깨달음을 주는 내용과함께 푸른 잎이 상상이 가는 초록색의 편안한 글자 색 덕분에 읽는 내내 마음뿐만아니라 눈도 편안했던 거 같다. 초록색 폰트라니, 책을 읽으면서 한번도 보지 못한 색상이었는데..책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감각적 색상이었다.
p.157 나를 위한 복을 가득 담기에도 부족한데 나는 미움과 분노를 끌어안고 살았다. 괴로움을 가득 담아놓고 있으면 정작 괴로울 사람은 나인데 상대 때문에 힘들다고, 어떻게 좀 해달라고 울부짖었다. 그래봤자 소용없는 일임을 알지 못한 채 안타까운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나 자신을 마주했다...나를 미워했던 상대를 위해 기도하는 일, 그것이 나를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는 것을.
p.169 내가 웃지 못했던 건 내 마음이 현재에 있지 못하고 과거의 일이나 사건에 대한 감정에 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나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불편하게 했다 하더라도 이미 지나가고 없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고 계속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 순간'에 머물고 있다면 웃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p.177 원하되,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원하는 마음은 가지되 자연스럽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 설령 늦어지거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실망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면 이루어져서 좋고,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것 또한 그대로 좋은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내가 배우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기회와 인연이 다가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