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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초등학교 때인가 중학교 때 읽었던 #모리와함께한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의 신간 소식을 듣고 이 책을 신청하여 받아보게 되었다. 어릴 때 읽었던 터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죽어가는 모리 교수님이 제자에게 삶의 가르침을 전하는 이야기에 먹먹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는 느낌이 남아있다.

그 책을 읽은 이후 한동안 잊고 지내던 작가였는데...과연 이번 #미치앨봄소설에서 어떤 감동을 받게될지..기대감을 안고 첫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애니는 젊었기에 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천국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모든 마지막은 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천국은 늘 우리를 생각하고 있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p.10 -

시작부터 책은 주인공 애니의 죽음을 암시하는 말로 시작한다. 과연 어쩌다가 죽는 걸까, 천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등 수많은 궁금증도 잠시, 애니의 죽음 열네시간 전부터 카운트다운되는 문장을 볼 때마다 두근두근거리면서 긴장감마저 들었다.
죽음까지 열네 시간을 남겨두고 애니는 혼인 서약을 했다.
죽음까지 열세 시간,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행진했다.
죽음까지 열두 시간, 신랑 신부는 흰 전구가 줄줄이 걸린 댄스플로어를 차지했다.
죽음까지 열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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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되는 시간들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카운트 다운이 될 때마다 하필 #죽음 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결혼식을 치루고 있다니, 애니가 죽으면 남편 파울로는 어떡하라고 이렇게 비극적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니 너무 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의 죽음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애니와 비슷한(결혼한지 거의 1년이 다되가지만) 나를 그 상황에 대입을 하면서 읽게되었다.
나는 평소에도 가끔 남편 혹은 나의 부모님, 동생이 갑자기 죽으면 어떡해야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감정이 복받쳐오를 때는 정말 상실감과 마음의 고통을 느낄 때도 있다. 일부러라도 이런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한테 더 잘해야지, 상대를 향한 애정을 항상 꼭 표현해야지' 하고 다짐 또 다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애니와 동일하게 간호사로서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과 그의 가족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나중에 나한테 소중한 사람들에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후회 하지 않기위해서라도 일부러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나의 태도를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애니는 외로웠던 과거를 뒤로 하고 진정한 사랑(파울로)을 만나 결혼하게되었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호텔 가는 길에 우연히 열기구를 운행하는 사장님을 돕게 되고, 그 사장님에게 남편 파울로가 받은 명함을 보고 계획에도 없던 열기구를 타고싶다고 애니가 바라여 그 둘은 갑작스럽게 열기구를 타게 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열기구를 타고 있던 둘인 사고를 당하게 되고..그 과정에서 파울로와 애니 둘의 목숨은 위태로워지며, 애니는 그렇게 사후세계(천국)을 떠돌며 5명의 운명의 사람을 만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챕터마다 '애니, 실수하다'라는 제목으로 따로 이야기가 덧붙여질정도로 이 책에서 애니는 항상 작은 실수마저 자책하고 그 실수를 잊지않고 항상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기억을 해둔다. 본인이 어렸을 때 놀이공원에서 당한 사고, 그로 인한 엄마와의 갈등 등 본인의 상처와 감정을 항상 가둬두고 웅크리며 살아왔다. 하지만 천국에서 다섯사람을 만나면서 어딘가에 가두어두고 표출하지 않았던 기억들과 감정들을 표출해낸다. 그 과정에서 애니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용서한다.
책에서 애니에게 나타난 다섯 사람을 보면, #인생 은 여러 사람의 인생과 엮여서 이어져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의 인생과 엮어진 사람들의 끈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내가 천국에 가게 됐을 때 나를 맞이해줄 다섯 사람은 누굴지 기대가 되었다.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죽은 후에 그 다른 세상을 새로 살아가기가 힘들 거 같다고 죽음 후에는 아무 것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이지만,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나를 맞이해준다면, 그들과 또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죽음 이후에 천국이라는 곳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