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
시라이시 가오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 - 시라이시 가오루

(일본소설 / 316p /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시라이시 가오루'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자 소설을 탄생시킨 작가의 필명이다.

세상사에 무관심하게 보이기도 하고 방관자의 느낌도 갖고 있는 시라이시 가오루는

의외로 자신이 옳다고 여기거나 하고자 마음 먹은 일이 있다면 방법이 그 과정이 어찌되었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성격이다.

세상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다는 투로 살면서도 은근히 의리나 정도 있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 소설의 후속편인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를 먼저 읽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머리 잘린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스쳐 지나가곤 해서 이 소설에서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전반을 지배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소설의 절반을 읽을때까지도 그저 시라이시가 그녀의 머리를 잘라 그곳에 가져다 놓았고,

다른 부분은 냉동고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드러낼 뿐 뚜렷한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


시라이시 가오루의 회사 생활과 그 주변의 일상을 좀 광범위하게 그려내는 느낌이 든다.

편의점 알바생, 지진, 형사...

그저 그 여자와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내게는 너무 샛길로 많이 빠지는 느낌이었지만

만약 후속편이 아닌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부터 제대로 읽었다면

그저 일상적인 생활을 하던 평범한 한 남자에가 닥친 어떠한 사연이라고만 여기고 읽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리즈는 전작부터 읽는 편이 소설의 흐름에 생각을 맡기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후편에서는 시라이시의 넓은 시야와 관찰력, 감각 등의 장점을 살려 사건의 본질을 잘 꿰뚫었는데

이 전편에서는 오히려 친구이자 동료인 노다의 눈썰미가 참 예리하다.

만약 노다가 범인이었다면 시라이시와 범인의 전세가 역전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상대를 예리하게 살피고, 생각도 판단도 행동도 빠른 남자이다.

반면 시라이시는 생각도 길고, 깊고, 잘 표내지 않다가 마침내 결론을 내린 것만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성격이다.

때문에 그는 그녀의 머리를 자를 수 있었고, 사건을 끌고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전문 탐정처럼 사건의 요점만 추려내어 단시간에 결혼에 도달해 짠~ 하고 해결하진 못해도

그의 깊은 생각은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꽤 매력적으로 보일만 하다.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그저 맹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하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머리 잘린 그녀에 대한 사건을 과연 제대로 다루는 것이 맞을까 싶었지만

역시 끝까지 읽고 보면 나름의 복선이 다 깔린 이야기들이었다.

역시 시리즈는 순서대로 봐야 내멋대로 판단하지 않게 되는 듯.




<나와 그녀의 머리 잘린 시체>라는 제목만 보면 참 섬뜩하고 잔인한 내용의 소설로 느껴진다.

뭐 머리를 자른 것도 사실이고, 역 앞에 가져다 놓았다던가 머리를 제외한 부분을 냉동했다던가 하는 부분은

정말 끔찍하기 이를데가 없지만!!

사실 이 소설을 제대로 읽고 보면 악랄하고, 잔혹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삶에 큰 희망이나 목표 없이 살아가는 주인공에게서 느껴지는 무기력함이나 무관심이

세상에 그가 갖고 있는 외로움을 뿜어내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하여 마음이 좀 쓸쓸했던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보고, 내가 그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각해 봤다.

예전엔 이웃집에 숫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고 살았다던데 어느새 세상은 이렇게 많이 바뀌었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이 오가는 곳이 되길 바라 본다.





"

유일무이한 인간은 세상에 없어요. 그저 그 사실이 주변 사람이나 자기 자신에게 밝혀지면 안 되니까

다들 필사적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죠. 그리고 자기 일이나 입장이 중요하다고 믿으려 합니다.

죽기 싫어서가 아니에요. 자기 자신이 사라져도 세상은 나아간다는 진실을 인정하기 괴로워서죠.

대부분 인간이 삶에 집착하는 이유는 고작 그런 것이고 세상은 다 그런 식으로 유지됩니다.

"

(p23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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