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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이렌의 참회 - 나카야마 시리치
(424p /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 / 블루홀6)
TV 방송에서의 편파보도. 혹은 자극적인 제목이나 정확한 사실이 아닌 '의혹'이라는 문구가 붙은 채
사람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인터넷 기사들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한두 번 있었던 일은 아니다.
물론 때로는 그 의혹들이 진실로 판명나기도 하지만 단지 앞선 보도를 위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내보내는 언론은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만에 하나 진실이 아닐 경우 그 당사자가 입을 피해는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더라', '아니면 말고~' 식의 언론 보도는 정말 언론인 답지 않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 답지 않은 행동이라 보여진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세이렌의 참회>라는 소설을 통해 사회부 보도국의 한 면을 드러내 보였는데,
이들을 향한 '구로'형사의 시선과 송곳같은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읽으면서 내내 현실에 대입하게 되었다.
*세이렌 :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미혹시켜 우인한 뒤 배를 난파시키거나 조난 당하게 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 요정
매의 눈으로 먹이를 낚아챌 수 있는 프로지만 사실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행동하는 기자 사토야.
안타까운 일로 곁을 떠난 동생으로 인해 세상에 진실을 알리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기자를 꿈꾼 2년차 신입 다카미.
그들은 한 유괴사건을 쫓게 된다.
유괴범으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러나 유괴된 피해자는 폐공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으며, 사망 시점은 전화가 걸려오기 전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경찰이 대대적 수사를 벌였고, 기자들이 총 출동했으며,
가족은 울었고, 여러 인물들이 용의자로 지목당하게 된다.
사건이 종결되면 언론의 관심도 금방 사그라들겠지만 수사가 계속되는 이상 기자들은 끊임없이 따라 붙는다.
그 과정에서 언론이 가진 힘에 의해 진범이 아닌 누군가가 희생될 뻔 했다.
보도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자 자신에게는 신념이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던 기자도
초심을 잃고 가면 뒤로 숨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진정 자신의 임무에 대해 생각한다.
"
보도를 당하는 이의 불안감, 실명으로 용의자 취급을 받는 부조리함, 그에 따른 사회적 신용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공포를 상상하면
조금 더, 조금 더 신중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무의식중에 행사하는 힘의 크기를 인식해야 했습니다.
"
(p413)
언론이 가진 힘. 기사만으로 내가 그 상황을 다 안다는 착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소설.
너무나도 쉽게 각종 언론 기사를 접하는 우리들에게도 확인된 진실만을 판별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지 않은 이 소설은 사건이 매우 복잡하거나 머리아픈 추리를 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범을 일찍 눈치채버렸다.
하지만 범인을 밝히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라, 진범을 찾아가는 그 과정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에 대한 문제 뿐 아니라 아직 자신의 행동이 야기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이 행하는 시기와 폭력의 무서움,
대외적 이미지만 생각하는 학교,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생활에 찌들어 감정을 닫고 살아가는 사람 등
다양한 시각에서의 현대 사회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소설 <세이렌의 참회>.
가독성이 좋아 금방 읽을 수 있으니 한 번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소설을 세 권이나 더 구매해 놓았는데... 너무 아껴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소설들도 얼른 꺼내어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