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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라플란드의 밤 - 올리비에 트뤽
(608p /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라플란드의 밤>은 배경부터 소재까지 너무나도 낯설다.
하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이 곳 라플란드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또 절절하게 그려져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그 필력에 감탄했는데 작가 올리비에 트뤽이 실제 사미족에 관심을 갖고 순록경찰과 함께 생활하며 다큐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런 그의 경험이 독자로 하여금 낯선 그 곳을 잘 그려내며 읽을 수 있도록 표현해 놓았던 것 같다.
사미족. 순록을 치며 살아가는 사미족은 이곳에 마지막 남은 소수민족으로,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정신과 샤머니즘이 존재했다.
그들에게는 사미족의 정신을 담아 그들을 상징하는 북이 있었는데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종교적 탄압을 받았고 북은 불태워졌다.
현재 단 71개만이 존재한다는 그 북은 안타깝게도 사미족의 땅 라플란드에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하나의 북이 이 곳으로 돌아와 공개를 앞두고 있었다.
삼 주 후 유엔에서 주최하는 소수민족에 대한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이다.
그리고 바로 그 소수민족인 사미족을 상징하는 이 북을 컨퍼런스 직전 공개할 예정이었는데 그 북을 도둑맞았다.
처음으로 그들의 손에 돌아오게 된 북이었는데 사라져 버렸다.
사라진 북... 그리고 두 귀가 도려내어진 한 구의 시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경찰도 수사를 하지만 순록 경찰들도 수사에 나선다.
사건의 수사과정, 클레메트와 아슬락을 비롯한 사미족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어떠한 위화감은
신참 순록 경찰인 니나의 시건에서는 온통 이해되지 않는 것들 뿐이다.
내 시선 역시 니나보다 낫지 않았다.
초반 니나에게 말을 아낀 클레메트처럼 작가 또한 독자에게 한 번에 많은 것을 던져주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발자취를 한걸음씩 쫓다 보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 고요하고도 느리게...
사미족에 대한 인종차별, 종교적 관점에서의 박해. 그것들은 어떤 관점과 기준을 갖고 자행되었을까?
대단한 가치관이나 정신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었을 뿐.
그리고 현재도 퍽 다르지 않았다. 끝없는 욕심이 불러온 재앙이랄까...
막 속도를 내서 읽게 되는 소설은 아니었다.
아마도 낯선 환경을 작가의 언어를 통해 머릿속에 그려가며 읽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천천히 읽어가는 동안 점점 더 이곳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가독성보다는 흡인력이 있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지금도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우리 선조들이 당했던 핍박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거칠게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우정이나 사랑 등의 따뜻함이 드러나기도 해
뒤로 갈수록 상반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게 되는 소설이었다.
난 언제나 전설이 진실이 아니길 바랐단다.
(라플란드의 밤 p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