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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장의 재판 -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ㅣ 케이스릴러
박은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7년 10월
평점 :

청계산장의 재판 - 박은우
(403p / 고즈넉 출판사)
케이스릴러 다섯 번째 소설 <청계산장의 재판>.
케이스릴러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읽어보는 것은 처음인데 결론부터 들이밀자면 기대 이상이었다.
요즘 국내 작가들이 집필한 한국소설이 다양한 장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나도 요즘 한국소설을 몇 권 읽었는데 정서적으로 공감이 잘 되어서 그런가 대체적으로 책장이 잘 넘어가더라!
작년인가? 한국소설의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하던데 오늘 소개하는 이 소설 역시 매출 신장에 일조하는 소설이 되길 바란다^^
박은우의 <청계산장의 재판>은 스토리가 간결하면서도 몰입감이 강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읽다 보니 예상되는 부분들도 꽤 있었고, 복잡하게 몇 겹의 눈가림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치밀함은 없었지만
굵직하고 깔끔한 스토리라인이 끝까지 물흐르듯 이어졌다.
사회 부조리를 들춰내고 탈탈 털어 세상에 내보였다는 통쾌함.
비록 그들 또한 범죄를 통해 이 일을 해결했기에 박수와 응원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으나
돈과 권력으로 법망을 피해간 악마같은 자들을 심판했다는 점에서 잠시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정녕 정당한 방법으로는 그들에게 죄를 물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마음에서 오는 씁쓸함은 꽤 오래 지속되었던 것 같다.
시작은 다양한 인물들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등장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주요 인물(나쁜놈?)들의 소개 같은 느낌이다.
계속 달라지는 인물과 배경에 정신이 없었는데 뒤에서 다 이어지더라.
뭐 일부러 외워둘 필요는 없고, 읽다가 생각나면 앞에 와서 다시 한 번 봐도 될 정도...
주 무대인 청계산장으로 배경이 옮겨지면서부터 본격 스토리가 시작된다.
인질극의 시작과 과정, 마지막까지 인질범은 치밀하고 뛰어났고,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몇몇 날카로운 수사관도 있었지만 대부분 마냥 끌려다니는 정도.
이때문에 소설이 살짝 어설퍼지는 느낌도 있었지만 양쪽을 대비가 명확했다는 점에서 의도된 것이지 않을까 싶다.
▼▽▼
"최초의 법들은 죄에 상응하는 벌을 규정했습니다. 같은 값으로 갚아야 할 것.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탈리오 법칙.
이건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죠. 이게 복수와 똑같은 개념이 아니고 뭡니까?"
...(중략)...
"왜 탈리오 법칙, 곧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이 구체적인 법으로 규정되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힘이 없어서 직접 복수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공권력이 대신해주는 것이며,
힘이 넘쳐서 몇 배의 복수를 하려는 피해자를 제한하기 위한 것입니다. 바로 공평함이고 정의의 시작이죠."
"그럼 인질들이 같은 값으로 갚아야 할 벌이란 무엇입니까?"
▲△▲
(p265)
J그룹 3세 조성주, L사학재단 이사장의 아들이자 기획실장인 이의방, 사법연수원에 다니는 최상률,
투자 및 M&A 전문회사인 D사의 대표 김주식, 청와대 파견 경찰간부인 이한울, 성형외과 의사 강신조,
검찰 출신 재선 국회의원 이규범의 딸 이윤정.
그들의 이름 앞에 붙어 있는 수식어들만 보아도 세상 무서울 것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들이 과거 어떤 죄를 지었고, 왜 이제와서 인질범에 의해 재판을 받게 된 것일까?
인질범은 왜 사법부에게 재판을 맡겨두지 않고 직접 나서게 되었을까?
자세한 내막까지는 알기 어렵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될 것이다.
'돈만 있으면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말이 딱 맞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작가 박은우가 그려낸 이 소설은 현실과도 너무 닮아 있기 때문에 독자의 마음을 더 쉽게 잡을 것이고,
인질이 된 그들에게 동정과 연민이 아닌 분노를 느끼게 할 것이다.
그렇게 이 소설 속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속은 시원했지만 옳지 않은 방법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 사회도 소설에서와 같이 돈과 권력에 의해 은폐되는 사건이 계속 늘어난다면
결국 불쌍한 범죄자들이 생겨날지 모른다.
사회를 향한 힘 있는 외침이자 경고라고 느껴졌다.
물론 사회적으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재미만 찾고자 한다 해도 만족할만한 소설이다.
인질범이 계획한 무대와 인질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에 가까웠으니까!
처음으로 만난 케이스릴러 작품이었는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꼈다.
케이스릴러의 전작들에게도, 앞으로 나올 책에 대해서도 읽기 전부터 호감을 깔고 시작하게 될 것 같다^^
"펜토바르비탈은 사용례가 안락사나 사형집행용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사형집행용, 아."
(p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