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달콤한 노래 - 레일라 슬리마니

( 300p / 방미경 옮김 / 아르테 arte )

 

 

2016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

길지 않은 소설 속에서 사랑스럽고 달콤함이 느껴지다가도 한없이 무겁기만한 감성이 표현된 작품이다.

 

 

 

폴과 미리암 부부. 그리고 딸 밀라와 아들 아당.

그와 그녀는 달콤한 결혼 생활을 꿈꾸었고, 완벽한 그들의 미래를 그려왔지만

출산 이후의 그들의 생활은 그들의 꿈과는 180도 달랐을 것이다.

폴은 현명한 남편이자 아빠가 아니었고, 미리암은 자신의 모습을 잃은 채 엄마로서 살아감에 지쳐버렸다.

 

그런 그들의 선택은 '보모' 채용이었다.

정확히는 육아의 모든 것을 도맡아야만 했던 미리암의 결정이었다.

 

아무에게나 아이들을 맡길 수 없었기에 까다롭기 그지 없었고, 그렇게 고르고 고른 보모는 그녀 '루이즈'였다.

루이즈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폴의 바깥 일도 잘 풀리게 되었고, 변호사로서의 미리암도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퇴근해 온 집은 언제나 깔끔했고, 아이들과 루이즈의 관계 또한 좋았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완벽한 여자였다.

 

특히 미리암은 삶의 변화에 매우 만족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가져다 준 루이즈를 존중하진 않았다.

매사에 똑부러지는 자신이라 여겨 왔겠지만

루이즈가 이른 출근, 늦은 퇴근, 심지어 집에서 자고 가는 날도 생기는 등 일하는 시간이 늘어갔지만

미안함 대신 잘하니까 부탁하게 된다는 말로 넘어갔다.

 

폴과 미리암은 점차 루이즈에게 많은 짐을 지웠다.

그러나 루이즈는 그 짐을 무겁게 여기지 않고 자기의 영역을 넓혀 갔다.

점차 루이즈의 영역이 넓어지자 폴과 미리암은 그녀가 불편해졌다.

루이즈에게 그 불편함은 자신의 입지에 대한 불안함으로 다가왔고, 그녀의 외로움, 고독에 독약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비극이 된 이들의 관계.

달콤한 노래는 비극을 알리는 그것이자 공포였다.

 

 

 

나는 엄마다. 엄마로서 폴과 미리암이 출산 후 느겼을 답답함이 당연히 이해가 되었다.

나 역시 세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 일을 놓을 수 밖에 없었고, 언젠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과 불안도 있었다.

그러나 나에겐 현명한 남편이 있고, 좋은 부모님들이 계시기에 힘든 마음들이 극복되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미리암에겐 그 어떤 것도 없었으니 자신을 갉아먹는 일종의 우울감을 떨치기 위한 선택이 '보모'였을 것이다.

 

루이즈는? 루이즈는 성장 과정에서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

결혼한 뒤에도 자신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자신을 무시하고 모욕했던 남편, 그리고 가출해 사라져 버린 딸 스테파니.

그녀는 늘 타인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고, 외로움과 고독에 휩싸인 채 지냈다.

자신의 열악하다 못해 처참한 현실 또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드러내지 않았다.

 

아이들로부터 탈출하고 싶었던 엄마 미리암.

아이들로 인해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루이즈.

같은 여성인데 아이들을 바라보는 입장과 시선은 참으로 달랐다.

그래서 그녀들은 전혀 다른 감정선을 보여주었다.

둘의 감정 모두가 너무나도 이해 되었지만, 그녀들 중 그 어떤 이의 감정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 역시 여자이고 엄마인데 말이다.

 

 

 

두 여성의 입장과 감정이 모두 이해가 되어 읽는 내내 안타까웠지만

가장 안쓰러운 대상은 두 아이들이다.

어른들의 감정들 사이에서 상처받고 무너지게 되는 것은 결국 아이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내내 동화되어 푹 빠져들어 읽었지만

그 결말은 잿빛이었다.

 

누구를 위한 '보모'였는지...

 

 

 

"

미리암은 이제 늦는다고 알리는 전화조차 하지 않고, 밀라는 엄마가 언제 오느냐고 묻지도 않게 된다.

...중략...

하루하루 그녀는 고마운 루이즈에게 일을 하나씩하나씩 넘겨버린다.

"

(본문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