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별이 총총 _ 사쿠라기 시노 연작소설집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시쿠라기 시노'는 나오키 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작가인데 나는 [별이 총총]을 통해 처음으로 접했다. 총 아홉 편으로 이루어진 이 연작소설집은 각 편마다 '지하루'루 연결이 된다. 각 편을 나누어 읽어 보면 마치 곳곳에 심어져 있던 지하루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소설 전체를 연결시켜 생각하면 지하루의 반생이 쭉 그려진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지하루'임이 분명한데 정작 그녀의 시점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아홉 편의 소설 모두가 각기 다른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그려져 오히려 지하루 위로 물음표가 가득해진다.


처음 [나 홀로 왈츠]를 읽을 때만 해도 시점의 주인이었던 '사키코'가 소설의 주인공인줄 알았다. 정말 낳기만 하면 엄마인가?라는 생각 부터 어떻게 딸이 자신을 찾아왔는데도 끝까지 자신의 사랑만 바라 보는 것일까? 도대체 작가는 이런 여자의 어떤 스토리를 내게 들려주려 하는 것일까? 하고 계속해서 의심하고 반문했던 것 같다. [바닷가의 사람]에서 천사같은 이웃이지만 결국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처럼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모습이 드러내자 실망스럽기도 했다. 부모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인간의 본성이 저렇게 이중적인 것일까 싶기도 하고...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자라면서도 지하루는 엄마와는 다르게 열심히 잘 생활하고 있다는 대견함도 잠시, 이쿠코의 아이를 품고 지운 지하루가 안쓰러웠다가 또 그 뒤에 이어지는 스토리에서는 스스로를 그다지 아끼지 않는 모습에 화도 났다.


맹한 것 같으면서도 골똘히 생각하는 눈빛이라는 말을 들었던 지하루는 [달맞이 고개], [트리콜로르]에서 점점 아둔한 여자가 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스스로의 삶에 의욕도 없고, 그저 하루하루를 흘려 보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도망쳐 왔습니다]에서는 언젠간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드러내고, 그 꿈을 향해 걸음을 떼는 모습도 보여준다. [겨울 해바라기]에서 주지에게 건넨 얇은 책을 보아도 그렇다. 이렇게 가느다랗지만 끊기지 않고 이어져가는 그녀의 꿈이 소설의 맛을 살렸다. 그저 흘러가는 게 삶이지만 그 방향에는 스스로의 마음이나 의도가 담기기 마련... 신파 같으면서도 담담하고, 건조하다 싶다가도 드라마틱한 묘한 소설이었다.



잃어버린 다리에도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남겨진 다리에도 이야기가 있다...(283p)


아야코의 가슴 안쪽에서 별들은 모두 똑같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빛났다. 몇몇은 흘러가고, 그리고 몇몇은 사라진다.

사라진 별에도 한창 빛나던 날들이 있었다.


그이도 저이도 목숨 있는 별이었다.

밤하늘에 깜빡이는 이름도 없는 별들이었다.(328p)


어디에 있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다.(3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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