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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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24 _ 김유철 장편소설

네오픽션 (주)자음과모음



"버티고 버텨서 여기까지 온 거야." (p.53)


요즘 한창 이슈가 되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 최상위권 학생들과 자녀들의 교육에 열을 올리는 부모들이 모여 사는 화려한 그 곳의 어두운 이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김유철 소설 <콜24>에서는 학교와 사회 모두 어린 학생들을 자신들의 이익이나 목표를 위해 내몰거나 쓰고 버리는 패로 소비하는 행태를 보여준다. 전혀 다른 그룹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 역시도 결국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자 아직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의 욕심에 휘둘려 벼랑 끝까지 내몰리는 모습을 그려낸다. 어려서 철이 없고 끈기가 없는 게 아니라 어리기 때문에 순진하게도 무조건 앞만 보고 악착같이 버티고 노력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거기에 더 강한 채찍을 휘두르는 사회. 그리 길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다양하고 풍성하거나 곡예를 하는 듯한 스토리가 아닌 정직하게 제 노선을 달리는 소설이지만 그 담담한 내용들이 마음속에 더 깊이 들어왔다.


콜센터 해지방어팀으로 실습을 나갔던 마이스터고 학생 '해나'는 친구들이 포기하고 돌아갈 때에도 악착같이 버텨냈지만 결국 차가운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전날 같이 술을 마시고 밤을 보낸 선배 '재석'이 강간 치사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는데 해나는 정말 재석 때문에 차가운 물에 몸을 던졌을까?

후배 변호사로부터 부탁을 받고 재석을 변호하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던 '김'은 사건에 다가갈수록 아이들이 안타깝기만 하고...

사실 소설의 보여지는 소설의 내용은 너무 간단히 정리되기 때문에 쓰기 시작하면 너무 큰 스포가 될 것 같고 책을 읽는 재미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건 배경은 언급하지 않겠으나 결국 그거다. 어디 하나 지목할 것 없이 사회 모두가 잘못하고 있었다는 거...


지금은 어떻게 배우는지 모르겠지만 내 학창시절 사회 수업에는 3D 직종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 물론 물질적으로 신체적으로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도 있을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 이 세 가지를 다 포함하는 직업도 있다. 콜센터 직원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해나가 있던 해지방어팀은 해지 고객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통화를 하면서 마음이 돌아선 고객에게 새로운 상품 판매까지 하는 역할이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차례 성희롱 전화를 받아야 했고, 해지하려는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마음일 리 없으니 그 안좋은 감정들을 다 받아내야 했다. 감정의 쓰레기통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3 어린 학생이 그런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해지 고객이 많아지면 직장 상사에게도 욕설을 들어야 했으니 정말 버티고 버텨서 여기까지 왔다는 해나는 의지가 약한 아이가 아니었던 거다. 해나를 강간했다고 지목된 용의자 재석을 변호하는 '김'은 그런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회인이고, 해나처럼 학생인 딸이 있는 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김을 좇다 보면 다양한 시선과 감정으로 소설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소설 속 김의 대사 중에 "미진인 좀 더 다른 세상에서 자랐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p.213) 라는 말이 있는데 나도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막연히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라고 하지만 지금보다 나아질까? 라는 물음에 yes라는 대답을 하기 쉽지 않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사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 되어 간다. 지독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오늘도 잘 살아내길. 내일은 좀 더 나아지길. 우리의 미래, 아이들의 미래에 조금 더 따뜻하고 밝은 빛이 가득 내리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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