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_ 후지마루 장편소설

아르테 arte





이 아르바이트는 최악이지.

시간 외 수당은 안 나와.

교통비도 없어.

아무렇지도 않게 이른 아침부터 불러내지.

게다가 유령 같은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상식 밖의 일을 시켜.

무엇보다 시급이 300엔이야.

300엔이라고.

어이없는 수준을 넘어서 웃음이 날 정도지.

정말로 돼먹지 못한 아르바이트라니까.

"하지만 말이야."

그래.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이 아르바이트를 추천할게."

(p.344-345)



죽었지만 세상에 미련이 많아 떠나지 못한 '사자'들을 만나 그들의 미련을 풀어주고 떠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가 있다. 그들의 이름은 '사신'.


축구선수로서 장래가 기대되었던 소년 사쿠라 신지. 중학교 때 다리를 다쳐 축구를 그만두게 되었고, 아버지의 회사가 도산한 뒤로 그의 인생에서 빛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빛 대신 남은 빚... 사쿠라는 아르바이트를 제안받게 되는데 그 아르바이트 시급이 글쎄 300엔이란다. 하루 4시간, 일당 1200엔. 시간외 수당도 없는 근로기준에 절대적으로 어긋날 것 같은 아르바이트이며, 할 일은 '사자'를 돌려보내는 '사신'이라는데 이건 무슨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그런데 그렇게 납득을 못하면서도 동급생 하나모리가 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마는 사쿠라. 사신을 믿지도, 반년의 채용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준다는 것도 믿지 않지만 5만엔을 벌어보기로 목표를 세웠으니 해보기로 한다.


사쿠라가 사신으로서 처음으로 만난 '사자'는 '아사쓰키 시즈카'. 사쿠라, 하나모리와 같은반인 아사쓰키 시즈카는 한 때 사쿠라의 연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쿠라는 이때까지도 '사신'이니 '사자'니 아무것도 믿지 않았다. 그저 이게 무슨 아르바이트냐며 하나모리의 못된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사쓰키가 미련을 놓고 저세상으로 가고, 또 다른 사자 '구로사키', '히로오카', '시노미야 유' 등을 만나면서 사쿠라는 점점 진지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그들을 위해 움직인다.


죽었지만 이 세상에 살아있는 그들. '사자'가 떠나는 순간 이 세상은 없어지는 것이기에 진짜 현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이 세상에 미련을 품고 남아있는 추가시간 동안만 존재하는 세상인 것이다. 미련을 풀기 위해 어떤 것을 했다 하더라도 추가시간이 끝나버리면 모든 게 사라지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그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없어지지만 '사신'의 기억속에는 계속 존재하긴 하지만 사신으로서의 기간이 끝나면 사신이었던 자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버린다. 사자도 사신도 절망, 후회, 미련, 아픔 등만 마주하고 결국 어느쪽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텐데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작가는 끝까지 공을 들였던 것 같다. 모든 게 사라진다면 그 뒤가 허무할 법도 하지만 끝까지 아름답게 풀어갔다.


표지도 내용도 애니메이션에 잘 어울릴 것만 같은 감성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 가벼울 것 같았지만 술술 넘어가는 책장에 비례해 마음이 묵직해진다. 아픔과 거짓으로 쌓여 있던 사자들도 한 명씩 출렁임을 만들어 냈지만 장난스럽기만 했던 하나모리는 파도를 몰고 왔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들과 사쿠라가 들려주는 이야기. 가볍게 펼쳤다가 감정적으로 푹 빠져버렸던, 그러면서도 결국엔 미소지으며 책을 덮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이었다.



언제나 잃고 나서야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알고 있었는데, 행복은 반드시 망가진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또 실수하고 말았다. (p.60)


이제는 안다. 지금이 행복함을 아는 게 행복임을.

잃기 전에 깨닫는 것.

잃었더라도 행복했음을 기억하는 것.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기억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 (p. 334-3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