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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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님 - 히라이데 다카시

박하출판사



최고의 우화 5편에 선정된 우리 시대의 고전


총 29개의 장으로 구분되어진 <고양이 손님>은 번개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손님 '치비'를 담고 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본 적이 없어 그런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 외에는 딱히 읽은 적이 없다. 그래서 내게는 동물에게 투영되는 삶의 이야기가 조금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문장들이 따뜻하고 포근해서 그냥 읽고 있는 순간 순간이 좋았다.


이사 점을 통한 부부와 별채의 만남, 아니 치비와의 운명같은 만남인가?

정원이 넓은 주인집 저택 옆의 별채에 살게 된 부부는 애초에 동물을 기를 수 없다는 조건에 집을 계약했지만 옆 집 사내아이가 키우기로 한 고양이 치비가 판자로 된 담을 넘어 이 별채에 드나든다. 부부는 '내 고양이'는 아니지만 친구같은 손님같은 고양이를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참 묘하다. 주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애교를 부리거나 울지도 않고 품에 안기지도 않는다. 그렇게 선을 그은 것 같지만 또 어느 순간 부부네 집에 와서 간식도 먹고, 원래부터 제 자리인 것처럼 잠도 잔다. 곁을 내주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놀자고 달려드는 제멋대로인 고양이 치비. '내 고양이'가 아니면서도 부부를 기쁘게 또 슬프게 하는 고양이 손님이다.


고양이 '치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그게 다인 소설은 아니다. 매 장면 속에는 고양이 치비도 있지만 주인집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 그리고 부부의 삶, 치비네 집의 모습까지 여러 삶이 녹아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치비와의 급작스러운 이별이 찾아오고... 부부의 거처도 바뀌면서 달라진 시대가 연상된다. 이후 찾아온 또 다른 고양이 손님 '언니'와의 만남이 새 시대의 어떤 새로운 이야기 혹은 희망을 투영하는 것은 아닐까? 부부의 마음에는 치비가 늘 남아있을테지만 '언니'와의 또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앞서 말한 것처럼 소설 속 문장들이 참 예쁘다. 아... 소설은 맞는 것일까? 수필 같은 느낌도 있고...

아내가 고양이를 대하는 모습도 참 예쁘고, 그런 아내와 고양이의 모습을 글에 담아낸 남편의 애정도 느껴진다. 이 글을 읽으면서 받는 따뜻함이 단어나 문장에서 풍기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이들 부부에게서 나오는 것 같다. 어떤 굵직한 사건들이 마구 튀어나오거나 화려하게 그려진 풍경들이 아닌데도 그냥 한 발자국 떨어져 구경하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피어날 것 같은 부부와 배경. 그래서 어떤 자극이 있지 않아도 눈을 뗄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치비를 껴안지 않는 것은, 동물이 자기 좋을 대로 하는 게 너무 흐뭇하기 때문이야. (54p)


꼭꼭 닫아둔 큰 창문 쪽에서 소리가 났다. 되풀이해서 둔중한 소리가 이어졌다. 다다미방에서 일어난 아내가 그쪽으로 다가가 커튼을 열어보니 한결같은 외곬의 표정으로 거듭거듭 유리창에 몸을 부딪는 것이 있었다...(중략)... 그것은 하얗고 자그마한, 눈을 크게 부릅뜬 채 온몸을 등대에 부딪는 새와도 같았다. (61p 치비와 절교한 뒤 소출창을 닫아 놓은지 만 사흘이 지난 날 밤에...)


저 느티나무 아래 하나의 시간이 존재한다. 저 느티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작은 소나무 밑동에 소중한 구슬 같은 것이 잠들어 있다. 창문에서 그런 먼 풍경이 보인다면 느린 망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어떻게든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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