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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평점 :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_ 조선희 장편소설
네오픽션 (자음과 모음)
아홉 소리나무가 깨어나면 당신의 얼굴을 한 '그것'이 찾아온다!
그저 친구를 죽게 한 그들에게 벌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진짜 모가지 게임이 시작되었다. 박태이와 여섯 친구들이 김이알과 함께 불러낸 소리나무. '그것'들에게 '얼굴'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반드시 그것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소리나무에 대한 답을 드디어 찾았다! 이제 '그것'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하나, 둘 사라지는 친구들... 하나였던 규칙이 둘이 되었다.
검은 장상 아래 세 개의 크고 길쭉한 발을 가진 그것. 박태이는 국수가 사라지자 종목을 만나러 도동마을로 내려간다. 할아버지께서 기거하시던 완화수방엔 아버지가 계셨고,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서재 열쇠를 내어주지 않으신다. 거기에서 그 기록을 찾아봐야 하는데... 친구들도 나도 어쩌면 답을 찾고 더이상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텐데.
실종된 정국수와 무대에서 공연 중 실종된 용주의 사건을 수사하다가 박태이와 노종목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형사 차강효와 김도한. 그들의 뒤를 쫓다가 알게 된 사실들이 차강효 형사의 외삼촌 실종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차강효 형사의 직감과 김도한 형사의 건조한 논리가 만나 시너지가 나면서 수사에 진전이 보이는데... 그들은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한 장의 그림.
그 그림 속에 그들의 답이 있다. 답을 맞추고 얼른 벗어나고 싶은데 그림이 속 시원하게 풀리질 않는다. 소리나무에게 시달리는 것이 힘들어 가끔 그냥 그것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고 편해질까도 고민했지만 그냥 죽음이 아니다. 나는 사라졌지만 내 모습은 존재하는 것... 그렇다면 다른 이들은 내 모습을 한 소리나무를 '나'라고 생각하게 될까? 그냥 죽음을 맞는 것보다 더 무서울 것 같다. 그것이 내가 된 뒤의 그것과 주변의 모습도, 그리고 내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으니 막연한 두려움이 점점 커져만 갈 것이다. 내가 내 얼굴을 지켜내지 못하면 그것이 내 얼굴을 차지한다. 내가 내 자리를 지켜내기 못하면 그것이 내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서 사라진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이를 악 물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모진 소리를 들어도, 정신적인 학대를 당해도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귀를 막고 버텨야 한다. 이불 속으로 숨어들어 귀를 막던 그들처럼... 어쩐지 웹하드 업체 모 회장과 그 직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 소설보다 더 무서운 현실!!
그들에게 벌을 주고 싶었을 뿐이지만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 공짜는 없다!!
재호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는데, 두려움에 외면했던 그 한 번이 재호의 죽음 뒤에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재호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 어쩌면 재호의 복수를 핑계로 태이는 죄책감을 덜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공짜는 없었다. 자신과 친구들을 거래의 대가로 걸어야만 했으니...
완독 후에도 뿌연 안개가 다 걷히지 않은 느낌이라 뭔가 말끔하진 않았지만 소설의 분량도 그리 긴 편이 아니고 가독성도 꽤 괜찮았다. 근본적인 두려움, 현실의 우리들 모습이 투영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공포소설로서의 그 쭈뼛함과 등 뒤의 서늘함은 크지 않았다. 꿈에 나올 것만 같은 공포스런 장면이 계속 떠다니지 않아 겁 많은 나로서는 다행이었던... 어떤 유혹이든 쉽게 넘어가지 말아야지. 정신까지 탈탈 털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