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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ㅣ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평점 :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네메시스의 사자 - 나카야마 시치리
장르소설 / 블루홀6
신간 소식이 정말 빈번하게 들리는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법정소설, 범죄소설, 사회파 미스터리를 대표할만한 일본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올 해 이 작가의 소설을 얼마나 읽은 것인지;; <세이렌의 참회>부터 최근 <은수의 레퀴엠>을 읽기 위해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를 전부 읽은 데다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권인 <테미스의 검> 역시 올 해 출간되어 읽은 작품이니 적어도 대여섯 권은 읽은 것 같다. 쫓아가기 벅찬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출간 소식이 들릴 때마다 눈이 가고 손이 가니 읽지 않을 수 없다는.
이번 소설 <네메시스의 사자>는 와타세 경부 시리즈이기도 하지만 나카야마 월드의 인물들이 여럿 보인다. 일단 '와타세'와 '고테가와' 형사, 그리고 여기서는 차장 검사로 등장하는 '미사키 교헤이', 일명 쥐새끼라 불리는 사이타마 일보 사회부 기자인 '오노우에 젠지'까지... 아는 인물들이 등장하니 괜히 반갑다. 눈에 쏙속 들어오고 ㅎㅎ 이번 사건에서는 와타세 경부와 미사키 검사가 합을 맞춘다. 물론 그들이 전지전능하게 사건을 확확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근 합이 좋은 둘. 같이 술도 한 잔 하러 가시던데 조만간 어딘가에서 또 보게 되지 않을까?
<테미스의 검>에서도 원죄와 사형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네메시스의 사자>에서도 사형 제도에 대한 찬반이 오간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 소설의 특징이 사회적 문제들을 스토리 속으로 끌어들여 마치 그에 대해 토론하듯 자연스레 의견이 오가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여기에서도 사형제 존폐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교차된다. 그 출발은 검사가 사형을 구형한 사건 중 무기징역 혹은 징역형으로 감형된 수감자들의 가족이 살해된 것이다. 그 현장에 남아있던 피로 쓰여진 메세지 '네메시스'. 네메시스는 스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날개가 달린 여신으로 '천벌의 집행자'라고 불리지만 사실 인간이 저지른 몰상식한 행위에 대한 신의 '의분'을 말한다. 복수의 의미로 잘못 해석되기도 하는데 과연 이 현장에 남아있는 네메시스는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일까? 사적인 복수일까, 의분에 의한 처단일까? 일본은 사형 집행이 미뤄지다가 올 해 집행된 사형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이 소설에서 말하듯 사형수는 있지만 실제 형이 집행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전작에서처럼 원죄를 두려워 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형 집행이 복수의 의미가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며, 타인의 생명에 대한 권한이 법에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을 것이다. 법을 잘 모르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법이라는 것이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기에 사형이라는 제도 역시 필요한가? 존폐 어느쪽이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유가 있다 보니 결국 개인 가치관의 차이가 아닐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검찰이 사형을 주장할 정도의 범죄자가 무기징역이라는 형을 받고 모범수로 출소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아... 또 얘기하다 보니 너무 갔나!
아무튼 이 소설에서는 여성 두 명이 희생된 묻지 마 살인 사건의 범인 '가루베 요이치'와 할머니와 손녀를 살해한 '니노미야 게이고'의 가족이 그들이 저지른 범죄와 같은 방식으로 살해된다. 이를 두고 경찰과 검찰에서는 누군가 법을 대신하여 감옥에 수감된 범죄자 대신 그 가족을 처단한다고 여기는데 범인의 목적이 정말 그게 다일까? 반전은 범인이 너무 똑똑했다는 거...ㅋㅋ 잡혀야 되는데 잡히질 않아서 잡혀...(응?) 후반부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속도를 올려 주는데 이번 소설 역시 읽는 맛도 있으면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고민을 남긴다. 나카야마 시치리 다운 소설...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에 이어 와타세 경부 시리즈도 계속해서 기대가 된다.
'재판 제도는 유족의 한을 조금도 풀어 주지 못합니다. 그러기는커녕 괴물 같은 살인자를 극진히 감싸고 죽을 때까지 돌봐 주는 복지 제도였던 겁니다.' (p.98)
'징역형이라는 건 내부에서부터 천천히 인간성을 말살하는 형벌입니다. 그들은 일반 상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과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정신적 장벽을 매일같이 절감합니다. 인간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아닌 현실을 음미하는 겁니다. (...중략...) 저는 그들이 더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게 됐다는 절망을 맛보며 스스로를 영원히 저주하면서 죽어 가기를 바랍니다.'(p.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