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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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이국종

외상외과 외과의사 이국종의 기록... 에세이 _ 흐름출판



외과의사, 중증외상센터 센터장 이국종.

이국종 교수에 대해서는 석해균 선장, 북한 귀순 병사 등의 수술로 인해 더욱 널리 알려졌다. 나 역시도 석해균 선장의 수술 때 처음 들었던 이름이다. 그 때의 기록도 이 책에 실려 있다. 그런데 참... 읽을수록 내가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열악한 상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세상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든다. 최악을 예상했는데 그보다 더한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드라마 제목으로도 쓰였던 <골든 타임>, 어딘가에서 이국종 교수가 이는 잘못된 용어라며 <골든 아워(Golden hour)>가 바른 표현이라고 전했었다. 이 부분을 평소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다시 떠올랐다. 골든아워... 중상을 입었을 경우 한 시간 이내에 응급 치료를 했을 때 성공 확률이 가장 크다는 의미의 말이라고 한다. 이국종 교수가 실제 샌디에이고에서 연수할 때 그들의 외상환자 이송 시간은 20분이었다고 한다. 런던에 있을 땐 환자가 있는 곳까지 15분 내에 런던 어디든 도착하는 그들의 시스템을 경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중증 외상센터로 이송되기까지 평균 시간이 245분이라고 한다. 골든 아워가 한참을 지난 시각... 그는 외국의 선진 시스템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 시스템 도입을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봐야 저 잘났다고 나대는 것으로 보였던 것 같다(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제대로 된 이유와 근거가 없다면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무작정 외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이 경우에는 그들이 이 교수가 외치는 근거나 운영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도 않았거나, 득 되는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지도 모른다. 심지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병원에서도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느낌이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증 외상환자를 많이 겪은 이국종 교수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많이 실려 온다고 한다. 없이 산다고 해서 그들의 목숨값 마저 비루하지 않은 것인데... 사람 목숨 누구나 하나씩인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 행정을 담당하는 고위층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을 일이 별로 없어서 관심이 없는 것일까? 난 참 평범한 소시민이라 그런가 이런 시스템의 중요성을 잘 알겠는데 말이다.

석해균 선장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 작전 이후 그를 본국으로 이송해 수술한 뒤 뭔가 중증 외상센터의 시스템 정비와 지원에 관한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힘든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인력도 부족하고, 지원도 부족하지만 그는 언제가 되더라도 이 외상센터가 발전할 그 날을 위해 여전히 나아가고, 기록하고 있다. 본질, 본업에 충실하기 힘든 조직생활을 하며 정치, 행정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지켜주길 소망하게 된다.


이 책은 솔직히 어지간한 소설보다 더 잘 읽힌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은 분명 아니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이들의 마지막 희망이었기에 뒤로 물러설 수 없었을 그들의 힘겨운 버팀. 그것이 결국 많은 생명을 붙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국종 교수의 희망인 외상외과의 선진국 시스템 도입은 도무지 그 빛이 보이질 않으니... 수많은 벽에 부딪혀 지치고 지쳤을 그 마음은 아직도 정치와 행정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위로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현실이 널리 알려지고 개선되어 환자에게도, 그리고 환자를 놓지 않는 의료진들에게도 빛이 비춰지길 바라본다.


- 세상이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를 건조하게 응시하다 대답했다.

- 원래 세상이 이런 건데요.

(p.196)


2003년 말부터 시작된 끊임없는 사직 압력 속에서도 '잘리는 순간까지는 최고의 수술적 치료를 제공한다'는 것이 내가 스스로에게 내건 직업적 원칙이었다. (p.247)


내 몫이 어디까지인지 나조차도 모르지만 내가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될 때가 오면 정경원이, 권준식이, 김지영이, 그다음의 누군가가 또다시 나아갈 것이므로 아직은 조금 더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밥벌이의 이유는 늘 헐거웠으나 그것만큼은 중요했다. (p.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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