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 24시 - 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장안 24시 - 마보융

중국소설 / 현대문학



작가 '마보융'의 중국소설 <장안 24시>

이게 정말 단 하루의 이야기란 말인가?! 나처럼 믿을 수 없단 반응이 많을 것을 예상한 것인지 소설의 목차가 시간의 흐름으로 되어 있다. '상'권은 10시를 뜻하는 사정(巳正)부터 21시를 뜻하는 해초(亥初)까지, '하'권은 그 이후의 12시간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상'권만 읽었으니까 이제 12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어찌나 사건 사고가 많은지 휙휙 바뀌는 장안의 운명을 따라가다가 숨이 차올랐다. 미스터리, 스릴러 이런 장르 소설을 참 즐겨 읽는 편인데 최근 읽은 책 중에 마보융의 <장안 24시>가 가장 스펙타클한 소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역사 소설, sf, 수필, 단편 코미디, 역사 논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내어 놓은 작가라서 그런지 그 필력이 화려하기 그지 없다.


상관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수가 된 '장소경'. 그는 형 집행을 앞 둔 죄인일 뿐이지만 지금 장안성을 구할 자는 장소경 뿐이다.

당나라의 원소절에 맞춰 장안성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돌궐족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감옥에 있던 장소경을 정안사로 데려온 정안 사승 '이필'. 돌궐족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계획이 틀어지자 탈출한 돌궐족 늑대전사 '조파연'을 잡기 위해 장소경을 이용한다. 하지만 조파연이 잡힌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장소경이 그들의 꼬리를 잡을 수록 점점 사건의 종착지는 보이지 않고, 사건의 몸집은 거대하게 불어난다. 정말 단순히 돌궐족의 몸부림일까? 조파연이 잡히고 사건이 일단락 되면서 이제 그 다음을 향해 갈 줄 알았는데 어찌된 것일까? 등장 인물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사건의 중심도 묘하게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진정한 칼날은 어딜 향해 겨누어져 있는 것일까!


300페이지가 넘는 티저북을 읽고 이거 내용이 다 담긴 게 아닌가 했었는데 전체 분량의 1/4 정도였나 보다. 상, 하 합쳐서 총 24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티저북은 그 중 6시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총 12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인 것이다. 역사 소설이 이렇게 두꺼우면 덥썩 달려들기 겁이 나지만 이 소설만큼은 덥썩 물고 쭉 읽어내길 추천한다.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가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 하나하나가 모두 기가 막히다. 상권에서 돌궐족에 시선을 두었다면 이제 하권에서는 진정한 적을 노려보아야 할 것인데... 궁금해서 얼른 마저 읽어야 할 것 같다.


한정된 배경, 한적된 시간... 그러나 작가의 필력은 그 한계가 없었다.




"나는 오로지 장안 백성의 안위를 지킬 뿐, 나머지는 내 알 바 아닙니다. 조정의 국운이라니, 뭔가 오해한 모양입니다." (p58)


"이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분명 잘못된 일이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니까 하는 것뿐이네.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난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하지만 잘못은 분명히 잘못이야." (p203)


정보를 얻기 위해 동료를 팔아먹는 파렴치한, 악랄하고 냉혹한 전임 불량수, 목숨 바쳐 힘없는 백성을 구하겠다는 성인군자, 조정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도 온 힘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려는 장 도위…… (p299)


"비부라는 작은 벌레는 온몸이 하얗고 쌀알 크기만 하다오. 아주 보잘것없는 미물이지. 그런데 이놈들은 이빨이 아주 강해서 나무를 갉아먹고 산다오. 특히 서까래나 대들보, 나무 벽과 나무 기둥을 파고드는 걸 좋아하지. 으리으리한 대저택도, 천리 제방도 이 작은 미물이 파고들기 시작하면 한순간에 무너진다오." (p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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