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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평점 :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욥기 43장) - 이기호
현대문학 소설선 PIN 005
현대문학 소설선 핀 시리즈 다섯 번째 소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를 통해 작가 '이기호'를 처음으로 만났다. 사실 그간 주변에서 이기호 작가의 책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았고 추천해주신 분들도 계셨던 터라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구입해 책장에 모셔 두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현대문학 문학독후의 책으로 첫 만남을 했다. 왜 그렇게 이 작가님의 필력을 칭찬했던 것인지 짧은 소설이었지만 확실히 느껴졌다. 문장이 지나치게 길지 않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 간결함 안에 감정들이 담뿍 담겨 있더라. 담담하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어투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목양면 교회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 목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았다. 글은 마을 사람들의 진술로 이어지는데 처음엔 이 진술을 통해 교회에 불을 지른 범인을 추적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그건 이기호라는 작가를 너무 몰랐던 데서 비롯된 착각이었다. 증언을 하는 사람들은 가지각색. 최 목사를 안타깝게 여기기도 하고, 추악하게 그리기도 한다. 최 목사의 아버지이자 이 교회를 만든 장로 최근식을 비롯, 최 목사의 아내의 이야기까지 서슴치 않는다. 사람들의 시각은 각기 달랐다. 범인을 추측하기 보다 그냥 삶을 이야기 한다.
술술 읽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없지만 사람들의 증언을 눈에 담을 수록 어지럽다. 소설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냥 어지러운 삶 같다고 해야 하나... 글자 그대로 읽고 받아들이면 어려울 것도 없지만 인간의 삶과 심리를 들여다 봤을 때 참 어렵다. 가벼운 글 속에 큰 숙제를 숨긴 듯한 무거움이 있고, 아직 이해가 부족한 나는 그 숙제를 명쾌하게 건져내지 못했다. 곳곳에서 지뢰가 빵 터지는 것이 아니라 분명 지뢰가 있는데 발견하지 못한 찝찝한 느낌? 내공을 더 쌓아서 다시 읽어봐야지.
비록 내겐 숙제같은 무언가가 남았지만 글은 전반적으로 이기호 식의 유쾌함이 녹아 있고, 정말 금방 읽힌다. 카페에 한 시간 좀 넘게 앉아 있으면 완독할 것 같은... 막판에 하나님까지 진술하게 하는 작가의 대담함 ㅋㅋ [으응, 나? 나도……?] 하나님마저 당황하게 만드는 작가님께 반해 버렸다! 이쯤되면 묵혀놓은 책을 꺼내지 않을 수 없겠다는!
불난 시간이 뭐 중하고 누가 거그서 뛰나오고, 그랑 게 이제사 다 먼 소용이 있어라?
다 지나가뿌린 일을…… 그런다고 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갔어라?
다 타고 흩날려뿌린 재가 다시 딱딱하게 굳는다요? 다 부질없는 말이어라. (p36)
가족을 다 잃어도 제 목숨을 스스로 끊기 어려운 것이 사람이니라.
슬픈 것은 슬픈 것이요, 살고 싶은 것은 살고 싶은 것. (p155)
왜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이 고통 받아야 하는 것인지…….
고통에 무슨 뜻이 있다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