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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
김해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8년 8월
평점 :

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 - 김해찬
사랑은 원하지만 상처는 싫은 너에게...
<상처 없는 밤은 없다> 김해찬 작가의 에세이 / 시드앤피드
사랑은 레고 블럭처럼 외적인 형태가 꼭 맞아들어가는 곳이 제 자리인 것은 아니다. 사람 사이에 '감정'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교류가 일어나면서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에 그 감정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형태가 분명하지 않으니 종종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상대방이 말이나 행동을 통해 전해주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렇게 어려운 사랑... 그것을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일까?
작가가 들려주는 사랑에 관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눈으로 읽었지만 가슴에 박혔다. 물론 작가와 나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에 100% 공감했다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그런 생각을 했던 부분들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겪었고, 어느새 안정된 가정 안에서 사랑과 배려를 받으며 살아가다 보니 한걸음 떨어져 편안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되게 평온한 마음으로 읽었다. 사실 힘들고 지치는 연애가 아니라 따뜻한 사랑으로 가는 방향, 그리고 그런 사랑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글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어쩐지 읽을수록 쓸쓸함이 느껴졌다. 마치 사랑도, 콩깍지도, 다정함도 모두 사라지고 서늘한 방에 홀로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 같다고 할까? 감싸고 보듬고 싶은,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다.
많은 글 중에 상당히 공감이 갔던 부분들이 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약속에 관한 글이다.
"약속한 것은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말 것. 그냥 지킬 것."(p21)
약속은 참 중요하다. 지나는 말로 약속을 하고, 그것의 이행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신뢰도 그렇고, 상대와 앞으로의 관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이 한 약속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키지 않고 하는 말들은 결국 변명이 될 뿐...
이별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상처를 받았던 사람들은 사람을 만날 때 모든 것을 내어주려 하지 않는다. 한 발 뒤로 뺀 채 경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태도가 지속될 경우 과연 진심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아파하기도 하면서 더욱 단단해 지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상처가 일방적이거나 폭력적이면 절대 안 되겠지만 말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두 사람은 참 많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몇 달, 몇 년을 만나도 부딪히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럴 경우 일방적으로 한 쪽이 배려한다고 해서 그것이 해결될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상대를 구속하거나,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려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사람은 서로를 소유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했다. 상대를 내 공간에 가두거나, 나에게 끼워 맞추려고 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도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맞춰 변화시키려 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을 어릴 적에 알았으면 내 어린 시절이 뭔가 좀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도... ㅎㅎ
"너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사람 옆에서 상처받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애초에 너의 마음을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 옆에 머무르기를."(p72)
"나쁜 남자 말고, 나뿐인 남자를 만나라."(p101)
나는 작가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사랑을 잘 배운 것이지 않을까? 나는 나쁜 남자가 아닌 나뿐인 남자를 만났다. 물론 나 역시 그러하다. 일방적인 관계는 지속적으로 아름답기 어려울 것이지만 서로 그러하니 이상적인 관계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영원을 약속한 것일지도... 작가는 사랑도 배워야 더 잘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이것에 동의한다. 겁을 먹고 멀리 벽을 쌓기 보다는 사랑을 긍정적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헤어짐이 있는 만남도 참 많지만 사랑을 한 뒤의 헤어짐에는 얻는 것도 의외로 많다. 나 스스로가 성장할 수도 있다. 이별을 겁내지 말고, 배우고 노력하고 나와 상대가 모두 빛날 수 있는 더 행복한 사랑을 많이들 이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