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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평점 :

'앤서니 호로비츠'의 장편소설 <맥파이 살인 사건>을 손에 쥔 순간 묵직한 두께감이 느껴졌다. 페이지는 대략 300대 초반. 응? 내가 숫자를 헷갈렸나 싶어 다시 살펴 보았는데
약 300페이지가 두 번 반복되어 있었다. 소설을 읽고 보니 소설 속에 소설이 담겨 있었다. 작가가 작가를 그려냈고, 그 작가가 탐정을 그려냈다. 독자들은 그렇게 그들을 행적을 따라가다가 소설 속에 끌려 들어간다.
앞쪽에 있는 300여 장은 '앤서니 호로비츠'의 <맥파이 살인 사건>이 아닌, '앨런 콘웨이'가 만들어낸 탐정 '아티쿠스 퓐트'가 등장하는 소설 <맥파이 살인 사건>이다. 하단에 그림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 그림이 있는 전반부와 마지막 끝 부분이 '소설 속 소설' 부분에 속한다. 앨런 콘웨이의 소설이, 또 탐정 '아티쿠스 퓐트' 이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수전 라일랜드'는 클로버리프 북스의 소설 팀장이다. 이 출판사는 앨런의 소설을 출간해왔고, 앨런의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 <맥파이 살인 사건>의 원고 역시 수전의 손에 들어왔다. 하지만 소설의 결말이 없다?! 사장인 '찰스 클로버'에게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되질 않고, 수전은 라디오를 통해 앨런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최근 추리, 스릴러를 읽다가 그런 경우는 별로 없었지만 예전에 셜록 홈즈에 빠져 있을 땐 나도 모르게 홈즈처럼 되도 않는 추리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홈즈와 묘하게 닮아 있는 퓐트 시리즈를 읽은 수전 역시 그랬다. 소설의 결말을 추리해 보다가 앨런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사라진 이 소설의 결말을 찾아 헤매는데... 결국 탐정 못지 않은 무언가를 발휘하는 수전. 수전과 마찬가지로 결말이 없는 <맥파이 살인 사건>을 읽은 나 역시 이 소설의 결말이 너무 궁금했다. 수전의 뒤를 열심히 쫓게 된 이유가 수전의 행동에 흥미를 느낀 것도 있지만 그보다 앨런 소설의 결말이 궁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수전과 나에게 결말에 대한 집착을 만들어 낸 '앨런 콘웨이'의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 <맥파이 살인 사건>은 메리 블래키스턴의 죽음과 매그너스 파이의 연이은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죽음을 앞둔 탐정 '아티쿠스 퓐트'가 파헤치는 스토리다. 동네 사람들은 온통 의심스럽고, 사람들을 조사하는 탐정 퓐트의 뒤를 따라다니며 지켜 보아도 뭐가 어떻게 흐르는 것인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나 퓐트의 조사가 끝나갈무렵 희미하게 진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조사한 사실들이 의미하는 바를 혼자만 알고, 자신이 세운 가설 증명에 필요한 퍼즐 조각을 정확히 찾아내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부분들을 중요한 단서로 탈바꿈 시키는 퓐트의 모습은 흡사 셜록 호움즈를 보는 것만 같았다. 경찰을 도와 사건을 명쾌하게 종료하고는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 모습 역시 그러하다. 물론 이 소설은 퓐트의 이야기로 단순하게 끝맺음을 하고 있지는 않다. 퓐트의 이야기를 쓴 작가 앨런의 이야기도 풀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사라진 결말을 찾는 순간 모든 것은 그렇게 해결된다.
읽는 내내 재밌고, 분명 내 취향인 소설이었는데 읽어도 읽어도 진도가 안나가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워낙 읽는 속도가 좀 느리긴 하지만 이 소설은 꽤 오래 쥐고 있었던 것 같다. 총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 탓일까? 하지만 앞서 얘기했 듯 재밌다는 내 감상은 변하지 않는다. 전반부를 담당하는 사건과 홈즈처럼 사건을 추리하는 퓐트의 모습도, 사라진 결말을 찾아 탐정 못지 않은 능력을 발휘하는 수전의 모습도 좋았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재료를 준비해서 한 번에 딱 알맞게 버무려내는 재미, 매그너스 파이의 최후와 닮은 느낌에 섬뜩했던 수전의 위기... 시간을 오래 들여 읽은 만큼 오래 기억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한 마리면 슬픈 일이 생기고,
두 마리면 기쁜 일이 생기고,
세 마리면 딸이 생기고,
네 마리면 아들이 생기고,
다섯 마리면 은화가 생기고,
여섯 마리면 금화가 생기고,
일곱 마리면 절대
얘기하면 안 되는 비밀이 생기고. (p56)
일곱, 절대 얘기하면 안 되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