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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역 폭발사건
김은미 지음 / 제8요일 / 2018년 7월
평점 :

신주쿠역 폭발사건 - 김은미
한국소설 / 제8요일
1900년대와 2000년대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신주쿠역 폭발사건>. 1900년대의 이야기가 2000년대를 살고 있는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모든 것은 '강복순'으로 이어진다.
과거 일제치하에 놓여있던 시절 일본에 거주하던 조선인 유학생들이 경찰에 체포되어 유치장에 감금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유학생 '동주'를 찾아 경도에 와 있던 복순 역시 동주의 면회를 가다 잡혀 감금되고 만다.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독방에 수감된 그녀는 그곳에서 강압적으로 성분을 알 수 없는 어떤 주사를 반복해 맞게 된다. 그 횟수가 늘어날수록 감옥에서 시체가 되어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강복순은 무사할 수 있을까?!
코헤이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서류봉투 안의 편지와 사진. 그땐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의아했지만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했고, 잠이든 코헤이는 부모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 꾼다. 그 꿈은 곧 현실에서 일어났고, 코헤이는 혼자가 됐다.
국제교류단 활동의 일환으로 일본을 방문하게 된 18세 윤하. 그녀는 누군가로부터 쪽지를 받았고, 그 쪽지에는 <당장 돌아가!>라고 쓰여 있었다. 그 쪽지를 통해 시작된 그들의 인연! 국제교류를 위해 방문했던 일본, 그 뒤 윤하는 코헤이로 인해 일본에 두 번의 방문을 하게 된다. 생각보다 코헤이와의 인연의 끈이 길었나보다. 코헤이는 그녀를 구해주기도 하고, 그녀는 코헤이로 인해 위험에 처하기도 하는데...
도쿄의 신주쿠역 어두컴컴한 공간에 놓인 하얀 종이봉투가 폭발한다. 불길은 금방 사그라들었지만 범인의 행방이 묘연하다. 이것은 소설의 첫 장면이자 절정이다. 이 폭발사건의 범인은 누구이며 왜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폭발을 위험을 무릅쓰고 실행해야 했을까?
"일미회라는 조직은 국가라는 대의를 위해 행동하는 조직이긴 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모인 이들에 불과했다."(p243)
가끔 누군가의 의도 혹은 어떤 거대한 세력에 의해 커다란 움직임이나 변화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 정점으로 올라가 이유를 찾아 보면 의외로 대수롭지 않아 허탈할 때가 있다. 어떤 큰 뜻이나 희망을 품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개인의 아주 사소한 욕심이나 감정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 것도 같으면서 또 독특한 능력이 스토리를 이끌어 가기도 한다. 장르를 딱히 뭐라 할 수 없는 이 소설은 재미도 있으면서 아픈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아주 단편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도대체 그들의 나쁜 행동은 어디까지였던 것인지... 정말 저런 일이 있었을까? 싶다가도 얼마전 읽었던 위안부 소설만 떠올려도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 소재나 인물을 독특하게 재구성 한 소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다만 코헤이의 능력에 대한 부분이나, 윤하와의 접점 등이 좀 더 개연성 있게 연결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자꾸 생각나는, 다시 말하자면 더 알고 싶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