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 전승환
허밍버드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의 에세이.
에세이를 잘 읽지 않아서 전작 <나에게 고맙다> 역시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100쇄를 넘긴 베스트셀러였다고... 추리와 스릴러 소설로 더운 여름을 서늘하게 나기 위해 몸부림 치던 내가 내 자신을 감싸안을 수 있는 그런 도서를 손에 들었다. 전작이 워낙 인기였다고 하니 괜한 호기심이 일었는지도 모르겠다. 에세이를 잘 읽지 않았던 것은 머리로는 다 아는데 마음에 오래 새겨지지 않아 제자리 걸음이라는 생각? 그런데 계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막상 이 책을 펼치고 나니 마음이 울리더라.
전승환의 에세이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는 총 다섯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컨셉이 있는데 책 소개를 통해 본 컨셉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마 내 나이나 환경이 대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마 가장 잘 맞는 연령은 20대 중후반 정도가 아닐까 싶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부딪히며 살아가는 세대... 그에 반해 나는 결혼하고 열 번째 해를 보내고 있으며, 10년 째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채 육아를 하는 육아맘이니 사랑과 이별에 아프거나 대인관계가 복잡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약간 뭔가 나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람은 참 이기적이다. 이 중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찾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저 나에게 맞춰 읽고 공감하고 있다. 그 시작은 바로 첫 문장이었다.
"무심해지세요."
예민하고 주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 인생에 큰 문제를 겪어본 적은 없지만 스스로 매우 피곤한 스타일. 나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었다. 뭔가 좀 내려놔야 하는데 늘 혼자 안달복달 하는 여자. 너무 예쁜 내 아들들을 예뻐할 시간도 부족한데 육아를 전담하는 엄마로서 무조건 잘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끼니 때마다 전쟁이다. 쌀을 제외하고 뭐든 잘 먹는 아이들. 밥을 잘 먹이기 위해 반찬에 공을 들이는데 그럼 반찬만 잘 먹는 아이들. 그럼 또 속을 끓이고...ㅠㅠ
정말 중요한 것을 생각하고, 그 외에는 좀 무심해 질 줄 아는 내가 되었으면...
내려놓자. 내가 자라는 과정에서 큰 굴곡이 없었고, 불행을 느끼지 못했으며 가정에서 늘 사랑받고 보살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훗날 우리 아이들도 엄마가 사랑만큼은 가득 주었다고 생각하길... 밥보다 사랑을 더 주자.
첫 문장에서부터 별 생각이 다 들다 보니 책장은 계속해서 넘어갔다. 이 에세이의 다섯 장에서 작가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겠지만 나는 각각 나를 위한 삶, 친구, 사랑, 열심히 살아가는 현재 우리의 삶, 앞으로 다양한 일을 겪으며 살아갈 우리를 향한 위로를 떠올렸다. 의도와 다르면 어떤가? 내가 무언가 느끼고, 얻어지는 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신기한 것은, 책을 읽는 동안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생각했던 부분을 제외하고는 글을 읽으면서 계속 특정 인물들이 떠올랐다. 주로 남편과 오랜 친구의 얼굴이었는데 그런 점이 참 좋았다. 그냥 형식적으로 느껴지는 글이 아닌 정말 공감할 수 있는,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에세이라고 느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내가 정말 결혼을 잘 했구나...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있어서 내가 많이 행복하구나. 뭐 그런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언젠가 살다가 스스로 힘든 시기가 온다면 그 때 이 책과 이 리뷰를 꼭 읽어봐야지. 지금처럼 주변을 너무 의식하기 보단 사랑하는 내 사람들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면 늘 행복하기만 할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에세이를 늘상 꺼내 읽게 되진 않을 것 같아서 내가 공감가는 페이지를 다 체크했다. 이건 따로 필사를 해서 종종 꺼내 읽기도 하고 간직하고 싶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20대 중후반 혹은 30대... 삶을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이 읽었을 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음을 울린 부분을 필사 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게 되지 않을까...
"행복의 실마리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다."(p23)
"애쓸 만큼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애쓰지 말앗어야 했다."(p77)
"내가 빛나지 않아도 내 곁을 지켜 줄 사람.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편안한 사람."(p97)
"불필요한 관계에서도 소모되어 그 안엥서 활활 타고 사라져 버린 나를 발견했다. 상처만 깊숙이 남았다."(p207)
"많이 소유할 수 없음에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자고 그 행복에 눈물겨울 수 있는 여유를 갖자고 그렇게 당신에게 말해 주고 싶다."(p27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당힌,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p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