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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1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평점 :

사실 소설을 읽기 전 겁이 좀 났다. 요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결국 가장 무섭고 소름끼치는 것은 선한 얼굴 속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이나 이기심, 혹은 지독히도 이중적인 얼굴이었던 탓에 이래서 사람이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타인에게 벽이 생기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구나 싶었던 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그 이상의 충격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도가니>도 소설, 영화 어떤 것으로든 접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그런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외면하고 싶은 사회의 어두운 면...
하지만 외면은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내 일이 아니라고 피하고 외면해 버리면 결국 내가 어떤 일을 겪을 때에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사회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 보려고 한다. 게다가 이 소설은 허구니까... 허구에 의해 쓰여진 소설일 뿐이니까...!
무진의 안개를 그려내는 첫 장면부터 다소 장황한 듯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면이 내 머릿속에 너무나 자연스레 그려지는 것에 감탄한다. 과도한 비유는 오히려 세상과 동떨어진 듯하여 실감나지 않는 법인데 그 경계를 비웃듯 넘어서지 않는다. 그렇게 단 한 페이지만 읽고도 이 소설에 빠져들었다.
기자 한이나. 그리고 고향 무진에서의 어릴적 친구 이해리.
보수적인 무진에서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세상에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백진우 신부.
그러나 보이는 것은 전부가 아니다.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오물 가득한 하수구 같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사람들은 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에 익숙하다. 그들의 이면의 일부를 알고 있는 한이나는 엄마로 인해 고향 무진에 내려오게 되었고, 최별라라는 한 여자의 엄마로 인해 그들이 얽힌 사건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알아보고 다니는데...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선하게만 보이는 신부님.
장애인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이해리.
진실은...
불법 증거는 증거로 채택될 수도 없으며 오히려 그 증거를 제공한 사람이 타격을 받게 된다. 억울한 이는 계속 억울할 뿐이고, 잘못한 사람은 불법으로 획득한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가 눈 앞에 있음에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과연 그들의 죄를 증명할 수 있을까?
아직 1권만 읽은 상태라 그저 분통이 터지고 속이 답답할 뿐이다. 2권에서는 과연 이 숨이 막힐듯한 답답함을 좀 해소할 수 있을까?ㅠㅠ
'봉침 한 번 맞으면 다들 줄 서요. 장애인 애들이 엄마한테 졸라서 맞으러 와요. 천금을 준다고 줄 서요. 그래도 저는 안 되죠, 돈 받으면 안 돼요......'(p150)
"이해리는 숨 쉬는 것도 거짓말이에요." (p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