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섬광 - 김은주 미스터리 소설
김은주 지음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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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섬광 - 김은주

 한국콘텐츠 진흥사업 선정작 / 미스터리 소설 / 한국소설 / 아르테 누아르



병원과 의사, 간호사와 환자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니까 '의학소설'이라고 불리는 게 맞을 지도 모르겠다. 아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의학 미스터리 소설이랄까?

흔히 메디컬 소설이라 하면 긴박함, 응급, 수술, 병원 내 정치 등을 떠올릴 수 있지만 작가 '김은주'의 소설 <녹색 섬광>은 아이들의 죽음, 그리고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끔찍한 얼굴을 드러낸다.


5년 전 세현병원.

여섯 명의 아이들이 사망하고, 두 명의 아이들은 코마 상태에 빠진다. 그 중 한 명은 1년 뒤 깨어났으나, 한 명은 깨어나기 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5년만에 소녀가 깨어났을 때 1년만에 깨어났던 그 소년은 이 세현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병원은 환자들의 정보가 가득한 곳이라서 정보를 감추는 데 뛰어난 것일까? 소년의 흔적은 금방 사라지고 병원장 '강철주'의 업적은 날이 갈 수록 더 빛나게 되는데...


고윤이 자살한 현장에서 이어폰은 발견되었지만 핸드폰은 그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휴대폰은 의외의 사람에게 전달되는데... 휴대폰이 담고 있는 진실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고윤이 늘 찾아갔던 소녀 수인은 무엇을 들었고,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어린 나이, 게다가 누워있던 기간이 5년이나 되는 열다섯 살 이 소녀의 행동이 답지 않게 지나치게 치밀하며 날카롭다.


나도 대학병원을 주기적으로 드나드는데 주차타워, 지상주차장, 지하주차장 할 것 없이 늘 차가 가득하다. 주차를 하려고 몇 바퀴를 도는 날도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어쩜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 싶다. 대학병원이 아닌 동네 소아과를 가도 기본 30분~한 시간은 대기를 해야 하고, 좀 잘 본다 하는 선생님은 두 시간은 기다려야 잠시나마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세현병원에도 많은 환자들이 있을 것이다. 병원장과 의료진들의 업적이 높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몰릴 것이다. 그런데 모두들 살고자 온 이 병원에 누군가는 죽기 위해 왔고, 스스로 망설임 하나 없이 몸을 던졌다. 이 의외의 죽음에는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움직였다. 추악하기 그지 없는 인간들도 있지만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양심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이 소설에서도 그랬다. 현실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양심을 택하고 살았으면...


어린 아이들의 죽음으로 얼룩진 곳에서 누군가는 부와 명예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니... 정말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일까?


"어른이 할 일은 아이 마음속에 맺힌 것을 풀어서 어서 제가 가야 할 길을 가도록 해주는 것이야."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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