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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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방문객 - 마에카와 유타카


장르소설 / 공포 / 스릴러 / 역자 이선희 / 창해




"사시겠어요? 아니면 살해당하시겠어요?

정말 강렬한 멘트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소설 <한낮의 방문객>. 작가의 이름이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크리피>의 작가였다. 크리피를 읽지는 않았지만 크리피도 이웃과도 단절된 채 고립된 생활을 하는 현대 사회를 그렸다고 하는데 이번 소설에서는 저널리스트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관심사가 '고독사'이다. 작가는 공포, 스릴러를 담은 장르소설을 쓰고 있지만 그만큼 외부와 단절된 채 외롭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이면을 이야기 속에 담았는데, 특히 이 소설에서는 내 이웃도 낯설지만 오랜 친구의 모습 마저 너무나 낯설기만 하다.


저널리스트이자 사립 도타쿠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다지마'는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

월간종합지 <<시야>>로부터 의뢰를 받고 미타카에서 일어난 '모녀 아사사건'을 취재하게 된다. 그는 '고독사'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하는데 이번 사건은 나이가 젊어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만 분명 '고독사'라는 생각이 든다. 수돗물로 굶주림을 버틴 모녀에게 급수를 중단한 수도국은 당사자가 급수를 중단해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는데...

미카타의 모녀 사건을 담은 글을 완성하기도 전에 다지마는 아가씨 둘이 사는 옆 집을 통해 아주 악질인 방문판매원을 마주하게 된다. 정수기가 말도 못하게 비싸다. 50만엔(혹은 100만엔)이라니... 일단 써보고 반품해도 된다는 식의 영업방식, 끈질기게 달라붙고 사용하지 않겠다고 회수를 부탁하면 협박하듯 밀어붙인다. 그런데 도쿄에서 발생한 강도살인의 피해자가 방문판매를 강요했던 여섯 명의 사람들에게 살해 당한 것으로 추정이 되자 옆 집 아가씨들을 찾아온 방문판매원들을 쫓아보낸 미도리카와 형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 사건 심상치 않다. 또 다른 강도살인 사건과 다카라즈카 사건 등 자꾸 얽혀 간다.


모녀 아사사건, 강매를 하는 듯한 정수기 방문판매원, 연쇄강도살인...

이 사건들은 서로 다른 것 같으면서도 연결 고리가 있고, 사망자는 늘어만 가는데 여기서 의문스럽다. 그들은 '사기'를 위한 조합일까? '살인'을 위한 조합일까? 돈이 목적이었다기엔 뜯어낸 돈이 얼마 되지 않고, 살인이 목적이었다기엔 악의를 품을만한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왜? 범죄를 위한 범죄일까?


예전엔 대문도 걸어잠그지 않고, 이웃집도 내 집 드나들 듯 하며, 친척보다 더 가까운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였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옆 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이웃간에 단절이 되어 있다. 나부터도 집에 들어올때면 번호키를 누를 때 조심스럽고, 초인종이 울리면 인터폰으로 얼굴을 확인하고, 확인이 되지 않으면 현관에 있는 렌즈를 통해 밖을 살피기도 한다. 이는 내가 조심성이 많고 예민한 성격이라서가 아니라, 결혼 초에 집에 혼자 있을 때 종교인들이나 광고를 하는 이들로부터 설문조사라는 명목으로 문을 여는 순간 현관으로 밀고 들어오려는 행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각종 범죄들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소설 <한낮의 방문객>에서는 좀 곤란하긴 하지만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법한 상황 속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강력 범죄들을 담고 있다. 끔찍한 사건의 연속인데도 불구하고 범죄자들은 자신들의 죄에 대해 크게 자각하지 못한다. 심지어 주범이 아닌 인물들은 마치 그들이 한 짓이고 자신은 어쩌다 엮였을 뿐 안타깝다는 식으로 제 3자처럼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 모습이 나에겐 사건보다 더 큰 충격을 주었던 것 같다. 치밀한 트릭 속에 숨겨진 사건은 밝혀내거나 영화같은 스펙타클함이 담긴 내용은 아니라서 그런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좀 다르게 다가올 수 있으나 현실감 있는 범죄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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