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에게 장미를
시로다이라 교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명탐정에게 장미를 - 시로다이라 교

(360p / 일본소설 / 추리소설 / 문학동네)



"난쟁이 지옥을 아시는지?" (p18)


제 1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작가 '시로다이라 교'의 데뷔작인 <명탐정에게 장미를>.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추리만화 <스파이럴 / 추리의 띠>의 작가였다. 표지의 이미지로는 뭔가 매혹적이면서도 잔인한 스토리가 아닐까 했는데 아주 잔인하면서도 무색 무취를 자랑해 사람의 마음을 유혹할 듯한 '독약'이 등장하고, 그 독약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가 해결하는 본격 추리소설이다.


한나는 매달자 거꾸로 매달자

니콜라스는 삶자 부글부글 끓는 물에 삶자

……

플로라는 벗기자 가죽을 빙글빙글 벗기자

……

(메르헨 난쟁이 지옥 中...)


각 언론사에 도착한 문서에 한 동화가 담겨 있었다. 독약을 완성하기 위해 난쟁이들이 희생됐고, 독약을 만들던 사람이 죽자 난쟁이들이 복수를 위한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아주 잔혹한 방법으로... 삼십 년 전 '다케바야시 겐조'가 만든 '난쟁이 지옥'. 소문만 무성했다 흩어져 버렸지만 이것은 실제했고, 누군가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희생자는 미하이 소이치로가 과외를 하고 있는 후지타 스즈카의 엄마 게이코. 그녀는 한나처럼 그렇게 죽어갔다. 그리고 두 번째 희생자가 등장한다. 두 번째 피해자는구니미 도시오. 그의 정체는 무엇이며 완벽한 알리바이를 자랑하는 용의자는 정말 범인이 아닌 것일까?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미하이 소이치로는 친구인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그녀의 추리쇼!

1부가 이렇게 흘러갔다면 2부는 후지타가의 이야기에 미유키 개인사가 섞여 들어 본격 추리소설의 맛에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스토리까지 어지럽게 펼쳐진다. 후지타가의 새 식구와 미하이의 후배 후유미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난쟁이 지옥'. 거기에 미유키의 개인사가 스토리를 휘저어 독자로부터 다양한 감정을 끌어낸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지만 인물들과 사건의 중심에 있는 독약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이 완성되어 각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독자들은 한 권의 소설을 통해 다양한 맛을 보게 될 것이다.


진실이 늘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다 보면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고, 듣고 싶지 않은 것도 듣게 된다. 그래서 사건을 해결했다고 늘 좋을 수는 없다. 우리의 명탐정은 경찰이 아니다. 사건을 해결한다고 큰 보수를 받아 챙기거나 엄청난 명예가 뒤따르는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서 어떤 불이익이나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고통을 감수하고 명탐정 역할을 한다. 그녀의 가슴을 커다란 돌덩이처럼 짓누르고 있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참 가슴 아프다. 감정도 표정도 없이, 누구보다 냉랭하고 강철같아 보이는 그녀의 인간적인 면을 궁금해 하고 끄집어내려 하지 말기를... 그녀가 더이상 버티고 서 있지 못할테니까...


일반인들과는 다른 예리한 시선으로 사건을 꿰뚫고, 조목조목 따져가며 논리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 오랜만에 읽은 본격 추리소설에 읽는 내내 두근두근 했다. 그녀가 들려주는 진실이 행복으로 연결되어야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정당성을 더해 갈텐데 그렇지 못하게 된 부분이 안타까웠다. 세가와 미유키 시리즈가 나와 그녀가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내고 행복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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