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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명 공주 1~2 세트 - 전2권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8년 5월
평점 :

제명공주 1, 2 - 이상훈
(340p / 304p / 한국소설 / 장편소설 / 박하)
백제의 역사...
이 소설은 비록 역사책은 아니지만 백제와 일본 사이에 걸쳐 전해지는 사실들과 작가의 추론을 더한 역사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나는 역사책을 얼마 읽진 않았지만 그 마저도 주로 신라 중심의 삼국시대, 그리고 조선시대의 역사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백제와 왜의 역사라...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정확하게 전해지는 사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일본에 그 자료가 더 많다고 할 정도이니. 하지만 백제에서 직접 전해진 역사가 아닌 만큼 모두 각 나라의 입맛대로 점차 왜곡이 되어 내려왔을 것이다. 아무리 철저한 고증을 통한 사실에 바탕을 둔다고 해도 자신들의 약한 모습이 드러나는 부분이나 숨기고 싶은 부분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는 것일테지. 그저 없는 셈 치고 깎아내고 적당히 메꿨을지도.
제명공주.
백제와 왜의 역사보다 더 낯선 이름이 이 제명공주다. 백제의 공주이자 일본 천황의 자리에 여인의 몸으로 두 번이나 오른 제명(사이메이) 천황. 우리나라나 일본 적어도 어느 한 곳에서는 제대로 된 이야기가 전해질 법도 하지만 두 번이나 천황의 자리에 올랐던 그녀에 대해 내려오는 역사적 기술은 양쪽 모두 너무나 부족하다. 일본 역사학자가 민간 기록을 바탕으로 임성 태자의 손녀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역사적 사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스카 지역에는 백제역, 백제 소학교, 백제교 등이 남아 있고, 칠지도에 새겨진 글이나 임성태자의 양날 검 등이 존재하는데 백제와 왜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적 진실들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전해진 바가 없다. 이 소설은 위해 작가는 10년 동안 일본에 수십 차례를 드나들며 자료를 조사하였고, 분명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사료가 부족한 부분들은 작가의 추론과 상상을 더해 집필했다고 하니 의자와 제명의 로맨스에 살짝 마음을 홀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을 역사책 읽는 기분으로 읽어내렸다.
마치 백제가 양 국을 이끌면서 위험한 시기에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기반으로 삼았던 것과 같은 모양새. 왜의 천황을 정하는 부분에도 영향력을 미쳤다는 설정은 진실일까? 읽을 수록 어려웠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추론인지... 검색엔진을 꽤 많이 돌렸던 것 같다. 그 가운데 아키히토 일본 천황의 2002년 기자회견도 찾아보게 되고 말이다. 아키히토 일본 천황도 자신이 백제 무령왕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사실 일본 왕실은 알지만 숨기고 있는 과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누군가 속 시원하게 확 터뜨려 줄 인물이 없을까...?! 문규백 교수와 조민국 조교가 스즈키 교수와 마사코와 함께 한국, 일본을 가리지 않고 역사적 근거가 될 <씨족기>를 찾아 헤맨 여정에 비해 그 끝은 허무하면서도 안타까웠지만 소설에서처럼 언젠가는 또 다른 자료가 세상에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시련이 많은 나라였던 백제. 나는 정말 역사를 너무 몰랐던 탓인지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힘 없는 작은 나라였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들은 힘이 약해서라기 보다 그만큼 탐할 것들이 많은 나라였기에 시련을 겪은 것은 아닐까? 백제의 찬란한 문화를 일본이 그들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을 정도이니...
"그 식솔들을 거느리고 왜에 도착한 임성 태자의 행렬을 보기 위해 나온 왜의 백성들로 해변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했다. 그들을 본국 백제 대왕의 가족들을 진심으로 환영하였다." (1권 81p)
"본국 백제의 의자왕께 의논드리도록 하라. 분명 대왕폐하의 지시가 있을 것이다. 그 지시를 따르도록 하라." (1권 271p)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당시의 왜가 백제의 속국, 혹은 왜가 백제를 섬겼다고 느껴지게 하는 부분들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그러한 역사적인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나라를 더 침략하고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을까? 일부 일본인들은 혐한을 외치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사실 일본이 과거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잘못을 했으므로 우리가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우리가 당시의 일본을 원망하는 마음보다 일부 일본인들의 한국 혐오가 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무언가 우리에 대한 지우고 싶은 흔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들의 약한 모습을 덮어두기 위해 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닐지.
사실과 추론의 경계를 모르다 보니 소설을 읽어도 내 머릿속은 계속 추론으로 막을 내린다. 그랬던 것은 아닐까? 이랬던 것은 아닐까? 두 권을 합쳐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인데 역사책처럼 읽다 보니 내게는 가독성 높은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상황인데도 진짜 역사책처럼 수많은 내용이 빼곡하게 담겨 있어서 그리 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비슷한 내용이 반복 등장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이는 작가가 이 소설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어떤 울분을 느껴 그 부분이 계속 반복된 것은 아닐까... 또 한 번 생각해본다.
역사서나 소설, 하다못해 역사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 우리 역사에 대한 지식이 늘 부족하기만 한 나를 느낀다. 그래서 따로 공부할 엄두는 내지 못하지만 이렇게 역사가 담긴 책이 보이면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시대 뿐 아니라 곳곳에 잠들어 있을 우리의 역사에 대해 늘 눈과 귀를 열어두고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마음이 반복된다. 아이들에게도 이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