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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ㅣ 케이스릴러
장민혜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8년 4월
평점 :

곤충 - 장민혜
(320p / 소설 / 케이스릴러 / 고즈넉이엔티)
고즈넉이엔티의 여섯 번째 케이스릴러 <곤충>.
법의학이 중심에 있는 스릴러 소설을 여럿 보았지만 에메랄드빛 딱정벌레는 처음 접했던 것 같다. 참신한 소재에 더해진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한 권의 소설 속에 왕창 쏟아부어져 있다.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행동들, 이웃에게 일어난 엄청난 사건에 분노하기 보다는 사건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들의 이익을 향한 이기심들, 심지어 자신의 가족까지도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삼는 사람까지. 사람 냄새가 풍기는 것이 아닌 콘크리트 벽 사이에 갖혀 확연히 드러나진 않지만 썩어가는 냄새만 가득한 동네. 소름끼치는 이 곳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 일까?
매미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가 매미 소리와 함께 돌아온 소녀, 이예린. 가온 신도시 18단지의 하늘 마을 화단에서 발견된 예린의 시신은 바싹 말라 있었고 귓가에서 에메랄드빛 딱정벌레 한 마리가 발견되었을 뿐이었다.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을 빨리 해결하라는 압박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딱정벌레를 쫓게 된다. 때론 곤충이 시신의 많은 것을 이야기 해 주기도 하니까...
곤충 수사에 앞장서는 서준. 다른 이들은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지만 곤충학자를 찾는 등 이 딱정벌레의 정체를 찾고자 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 곤충은 같은 종의 딱정벌레를 집에서 키우고 있던 열다섯 살 소년 '다인'에게로 이끌어 주고, 이 소년은 살인죄 준현행범으로 체포된 이력이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는데...
다인이 용의자로 잡혀있는 상태에서 또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 사건을 조사하면 할 수록 사건은 커져 실종 아동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범인의 단서는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의 후반으로 갈 수록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단서와 유서와 함께 발견된 진범으로 보이는 남자의 시신. 과연 이 에메랄드빛 딱정벌레가 가르키는 방향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소설을 읽기 전에 블로그와 카페에서 읽어내기 조금 힘든 내용들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이 내용들이 이웃간에 혹은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 문제도 있지만 아이들의 감정, 아이들을 이용한 어떤 욕구의 해소, 아이들을 향한 범죄 등이 마구 드러나다 보니 정말 가독성에 비해 내용을 소화하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예린의 엄마 현지의 포기할 수 없었던 심정이 이해가 가고, 예린의 시신을 확인한 뒤에도 놓지 못한 범인을 향한 집착이 많은 아이들을 돌려보낼 수 있게 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정말 다행일까? 이 아이들이 또 다시 거리로 내몰리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들은 가정에서의 어떤 문제들로 인해 스스로 거리로 나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조'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범인이 잡히고 소설은 막을 내렸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된 것이 아니지 않을까... 때문에 진범이 잡혔음에도 사이다의 시원함은 맛볼 수 없었다. 물론 이것은 청소기로 먼지를 휙 빨아들이듯 간단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소설의 한정된 페이지 속에 전래동화처럼 개운한 결말을 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그렇게 했다면 현실이 아닌 정말 상상속의 세계라고만 느껴졌을 것이다. 그저 이 사회 문제에 대한 속상함이 남는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런 감정을 제외하고 이 소설에서 분명한 것은 독특한 소재를 연쇄살인과 연결짓고, 그 안에서 현 사회 곳곳에 포진된 많은 문제들을 엮어 어떤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 문제들에 좀 더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