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죽어야 하는 밤 - 제바스티안 피체크

(소설 / 스릴러 / 공포 / 460p /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끊임없이 섬뜩함을 자아내는 스토리.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작품을 읽은 것은 처음이지만 <눈알사냥꾼>, <눈알수집가>라는 소설의 표지를 본 적이 있었는데 제목과 표지가 주는 충격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죽어야 하는 밤>은 일단 꽤 두툼하게 느껴졌지만 뛰어난 가독성을 생각하면 두께가 주는 압박감 따위 가볍게 무시해도 좋을 듯 하다. 스토리가 시작되고 벤이 쫓기기 시작하면 소설을 읽는 독자 또한 누군가에게 쫓기듯 엄청난 속도로 읽어버릴 테니까...(내가 그랬다.)


"혹시 죽여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 (중략) ……

"저는 사냥의 여왕 다이아나예요. 자유롭게 딱 한 명을 죽일 수 있다면 누구를 죽이고 싶으세요?"

(p381)


8N8.

살인 복권.

8월 8일 8시 8분에 '8N8 사냥감'이 정해진다.

그리고 약 12시간 동안 이 사냥감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며, 이 사냥감을 사냥하는 사람은 상금 1,000만 유로를 받게 된다. 사냥에 성공한 사람이 본인일지라도...


사냥에 참가하는 비용은 단 1유로. 당연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살인 복권이 합법적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스타 변호사 크리스토프 마르크스는 방송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능력있는 변호사라면 사냥감을 죽이려 한 것이 합법적인 행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고 그렇다면 과실치사, 운이 좋을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라고... 그렇다면 1유로를 투자해 1,000만 유로를 탈 수 있다는 어떤 심리적인 기대감으로 인해 그 정도는 감수하거나 그저 유명해져 관심 받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런 이들에게 뒤를 쫓기게 되는 벤. 딸 율레의 자살이 자살이 아닐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있는 그에게 아내가 보여준 사진 한 장은 큰 충격을 가져온다.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는데 연달아 터져버린 이 커다란 사건. 다이아나가 사냥감으로 정한 사람은 '아레추 헤르츠슈프룽'이지만 벤은 추가후보자였다. 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지만 규칙에 따르면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죽으면 게임이 끝나게 된다. 둘 다 쫓기는 목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이 바로 아레추였다. 범죄 심리학을 전공한 아레츠는 사회심리학적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를 한다. 이것은 어떠한 루머가 SNS에서 사람을 숙주삼아 마우스 클릭을 통해 전염병처럼 순식간에 번지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사회심리학적 바이러스가 인터넷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 연구하기 위해 생각해낸 일종의 실험적 장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이 낸 아이디어에서 왜 사냥감이 되어 쫓기고 있을까? 벤은 어째서 추가 후보자로 뽑히게 되었을까? 그들이 '어째서' 사냥감이 되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말도 안되는 게임을 향한 주변의 반응이다. 엄청난 사람들이 이들을 쫓기도 하고, 이들의 행적을 담은 영상을 올려 SNS로 돈을 벌 궁리를 하기도 한다. 목숨이 걸린 문제에 이렇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끔찍했다. 이것이 소설 속 현상이라고만 볼 수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우리가 사는 현실을 들여다 보자. 종종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에 갑자기 누군가의 이름이 등장하면 다들 궁금해 클릭을 한다. 그렇게 검색어 순위에 오른 사람에 대해 오래된 사건부터 현재 집중되고 있는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뉴스, 블로그, 카페, 실시간SNS 등 모든 페이지를 뒤덮어 버린다. 진실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칼날이 될 수 있고, 그것이 거짓 루머라고 하면 그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과도한 소통 세계.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에게 매우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면서도 끊임없이 섬뜩함을 가져다 주었다. 아마 나와 같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 모두 재밌게 읽고, 경각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 모순이지만 솔직한 마음이 그렇다. 그만큼 재미도 의미도 주었던 소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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