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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천 년을 사는 아이들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변신(變身) : 천 년을 사는 아이들 -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
(664p / 손화수 옮김 / 위즈덤 하우스)
영원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언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생전 기억을 가지고 무한한 환생을 하게 된다면?! 여기 끊임없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무한한 생을 부여 받았지만 성인이 될 수 없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이 생은 선물일까? 지옥일까?
위성을 연구하는 연구원 너새니얼 윌킨스. 위성을 이용해 지구상의 인간 수를 측정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어떤 특별한 공간속에 존재하는 방해 전파를 측정해 이를 특정 형태로 배치해 측정을 하게 되는데 이상하다. 프로그램을 돌렸더니 지구상에 나타나는 점이 421개 뿐... 이상하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이 421명 밖에 되지 않을리 없지 않은가?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실수를 했는지 고민하지만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었다면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위가 아닌 정확히 육지에만 점이 분포할 리가 없다. 아마도 421명의 뇌파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복잡하거나 더 강한 특정 뇌파를 발산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421개의 점 중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유난히 강한 신호를 뿜어내는 1개는 무엇이란 말인가?
너새니얼의 연구 속의 421개의 점은 <선택된 아이들>을 나타내는 점이었다. 이들은 이 점들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용가치가 있다는 판단 아래 너새니얼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너새니얼은 이들과 함께 누군가를 쫓는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선택된 아이들... 14세 생일이 되면 죽음을 맞고, 다시 환생한다. 7000년 정도를 살아온 아르투르. 열네 살이 되는 날 갓난아기로 환생해야 하는데 이번 생에서는 열네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수호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누군가에게 선택받은 아트루트. 선택된 아이들을 관리하는 그의 시스템에서 사라진 한 명을 찾아야 한다. 전 세계 인류를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그 한 명, 파올로를 저지하는 역할을 맡았다. 둘 다 14년의 삶을 반복해야 하는 아이들인데 어째서 서로 다른 입장에 서게 되었을까?
6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의 소설. 이 소설 안에는 또 다른 소설이 흐르고 있다. 로마자로 표기되어 있는 이 부분을 작가는 따로 읽거나 혹은 읽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소설의 앞부분만 조금 읽은 뒤 이 또 다른 이야기만 먼저 쭉 읽어 내렸다. 뭔가 아리송하면서도 다른 인간들보다 우월하다는 어떤 징후가 없이 전생을 기억한 채 끊임없이 환생하는 삶을 살아하는 그들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되었던 것 같다. 이 세상을 떠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그들. 어른이 될 수 없는 수천 년의 외로움을 간직한 그들의 마음이...
소설을 완독했는데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은 어떤 것들이 있다. 무언가 남은 이야기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에게 또 하나의 북유럽 소설을 선물한 노르웨이의 작가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의 데뷔작이라니 스토리의 흐름이나 구성 보다도 창의적인 설정에 더 눈길이 간 소설이었다. 정말 어렵고 멀기만 한 SF였는데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린아이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된 환생을 거쳐 몇천 년을 살아간 아이들에게 삶의 어떤 부분이 의미있게 다가올 수 있을까... 그저 생이 끔찍하기만 했던 파올로의 마음도 알 것 같다.
'선택된 아이들'이라면 모두 어린이 되어 지난 수천 년 동안 마음속에만 지녀왔던 꿈과 계획을 펼치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했다.
(p116)
또 다른 죽음 속에서 깨어나야 하는 나. 나는 진정으로 이 세상을 떠날 수 없는가.
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가.
(p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