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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가우디다 - 스페인의 뜨거운 영혼, 가우디와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4년 9월
평점 :
개인적으로 스페인은 정말 좋아하다보니 스페인과 관련한 에세이, 역사, 미술, 문학 등 출간되는 족족 구입을 합니다. <스페인은 가우디다>라는 책도 당연히 제 레이더망에 포착됐구요.
얼마전 <스페인은 건축이다>를 출간하기도 한 김희곤님의 신작입니다. 두 책 모두 간혹 개인적인 감상이 과한 부분이 있다는 평도 있지만 제가 읽기엔 그리 거북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여행에세이는 아무래도 지나친 미사여구가 동원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는 실제 건축가이자 스페인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공부한 저자의 보는 눈과 감성이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부분까지 표현했다고 생각됩니다.
책은 총 네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가우디의 탄생부터 소년시절까지, 2장은 가우디의 청년시절을, 3장과 4장은 가우디의 건축물을 소개하며 그 속에 담긴 인간 가우디의 천재성, 고뇌, 그리고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의 정치 사회적 상황까지 잘 버무려 설명합니다.
저는 2010년에 스페인을 다녀왔습니다. 물론 바르셀로나에 가서 가우디의 명작을 실제로 보고 왔죠. 여행 전에도 가우디와 관련된 책을 읽긴 했지만 당시엔 스페인의 역사에 대해선 아는 게 많지 않다보니 가우디의 천재적 재능과 건축물의 독특함에 감탄만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후 스페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면서 카탈루냐가 왜 그토록 독립을 외치는지, 스페인내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차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특히 마음에 든 부분은 단순히 건축믈의 외관을 설명하고 가우디의 천재성을 드높이기 보다는 스페인의 정치 사회적 환경 속에서 가우디의 건축물이 가지는 의미와 가우디가 가진 철학의 변화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입니다.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철역에서 나와 성가족성당을 처음 마주한 순간의 경이로움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이래서 가우디를 천재라 부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성가족성당을 보며 더욱 놀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성당 한켠에 공사에 참여하는 현장근로자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죠. 성가족성당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구분없이 헌금을 모아가며 건축되었고 지금도 건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 스스로 성가족성당을 보호했기 때문에 1909년 바르셀로나 비극의 주 기간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카사 밀라 이후 부자들의 건축물은 더이상 짓지 않고 성가족성당 건축에만 매진한 가우디. 그러한 가우디의 생각이 아직까지 성가족성당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바르셀로나에 꼭 다시 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시 가우디의 건축물을 본다면 아마 많이 달라 보일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말처럼 전과 다른 바르셀로나와 가우디를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분명 만족스러운 책읽기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