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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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IMF 이후 한 카드회사의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광고가 나온 지 15년 가까이 지났지만 저 메시지는 아직 많은 사람들의 목표이자 희망사항입니다. 제 주변에도 매주 로또를 사고 당첨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로또 당첨시간 이후에는 여지없이 로또가 실시간 검색어순위 1위를 차지합니다. 로또 판매량은 2014년에는 3조원을 돌파했다고 하네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돈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돈 많은 사람이 부럽기도 하고, 정말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미국 뉴욕대 로스쿨 조사에 의하면 로또 1등 당첨자의 파산확률은 3분의 1에 이른다고 합니다. UC버클리의 심리학자 캐머런 앤더슨 교수는 갑자기 불어난 재산으로 인한 행복감이 고작 9개월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영원히 행복을 누릴 것으로 예상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생기는 돈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사실 우리는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돈은 많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떤 사람들은 평생 힘들게 모은 돈은 전액 사회에 기부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른 채 단지 큰돈을 모으는 것만을 목표로 하기도 합니다. 누구의 인생이 행복할까요?


저자는 일본에 ‘돈의 본질’이나 ‘돈의 교양’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화가 없다는 점에서, 경제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파이낸셜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머니스쿨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돈과 관련된 교육이 재테크에 대한 부분에만 집중되는 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이 책은 돈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소설형식으로 쓰인 책입니다. 한때 연매출 12억의 주먹밥 가게 오너였다가 도산하여 3억 원의 빚을 짊어지고 이혼까지 한 사업가가 우연히 스스로를 ‘조커’라고 부르는 노인을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저자가 생각하는 돈의 본질을 하나하나씩 펼쳐 나갑니다. 돈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다보니 소설에 대한 기준으로 보자면 짜임새는 당연히 부족한 면이 있으니 이 부분은 감안하고 읽는 게 좋습니다. 아울러 행여나 제목에 ‘부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보다 현실적인 돈에 대한 내용을 기대하신 분들께도 만족스럽지 않은 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금전적으로는 충분하지 않는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궁금하거나, ‘나는 돈이 얼마나 있으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경험이 있는 분들께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생각을 쉽게 접하게 하는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독서를 즐기는 분께는 하루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기도 하구요.


책을 읽으며 많이 공감된 문장은 돈을 다루는 능력은 경험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인데요, 경험을 통해 사람마다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로또에 당첨됐지만 오히려 파산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이 부족한 거겠죠. 그로 인해 오히려 여유가 없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큰 돈이 생기면 항상 문제가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의 제목인 <부자의 그릇>에서 부자라는 단어보다는 그릇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이 이야기에서 일관되게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는 ‘돈 자체의 소중함보다 돈과 어울리는 방식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길’임을 밝힙니다. 그 방식을 잘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게 돈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 경험도 바로 돈과 어울리는 방식에 대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를 보면 사람보다 돈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고, 돈 때문에 가족이나 우정이 깨지기도 합니다.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냐에 따라 성공한 인생인지 실패한 인생인지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돈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정말 쉽지 않은 문제이고 책을 한권 읽는다고 쉽게 마음을 잡을 수도 없을 겁니다. 다만 이런 마음을 먹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기엔 적당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그릇이 반드시 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은 그릇이라도 가치가 담겨 있다면 그 어떤 그릇보다 아름답고 단단한 그릇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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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네가 시작하기만 기다리고 있어 - 우물쭈물 기웃대는 당신을 위한 마법의 주문
샬롯 리드 지음, 최고은 옮김 / 샨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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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건 좋은 겁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긍정을 강요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미국의 사회비평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저서 <긍정의 배신>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은 면만 보고, 너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긍정주의의 메시지가 불편한 사회 현실을 외면하고 개인의 책임을 가혹하게 강요하는 긍정의 이면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이 책 <우주는 네가 시작하기만 기다리고 있어>도 다를 바 없습니다만, 다른 책에서 논하는 긍정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등장하는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기 위해 필요한 긍정 에너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자신을 달련시키라는 식의 긍정 에너지를 강조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기에 대한 친절, 자신에 대한 믿음이 우리 안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 한마디로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라고 볼 수 있죠.



사실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의 이력과 출간 과정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저자인 샬롯 리드는 극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무기력증에 빠져 항우울제로 삶을 버텨가던 중 자연스러운 치료법에 도전하게 됩니다. 친구들을 만나고 운동을 하고 식습관을 바꿉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행복하고 긍정적인 생각들을 매일 적어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2년간 꾸준히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다 보니 많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생기고, 그녀의 친구들은 페이스북에만 남겨놓기 아깝다며 책을 제작해 보라고 권유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다시 시련이 찾아옵니다. 만성건초염이 발병해 결국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됩니다. 그때 책에 대한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 깨달음을 종이에 손글씨와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물론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출간할 수는 없었죠. 200부를 직접 만들어 주변 지인에게 판매하기도 하고, 런던 노팅힐의 포토벨로 마켓에서 좌판을 펼치기도 합니다. 책을 본 사람들로 인해 소문은 점점 퍼져나가고 판매 첫해 2,000부가 팔리게 되는데, 책을 본 사람 중 한명이 베스트셀러 저자인 샤 워스문드였고, 샤 워스문드는 이 책을 세계적인 유명 출판사인 헤이하우스에 연결해 줍니다. 정식 출간이 되면서 수천 권이 팔려나갔고,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과정 자체가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원 제목인 <May the thoughts be with you>는 스타워즈의 명대사인 포스가 너와 함께 하기를(May the force be with you)”에서 따왔습니다. 제목부터 뭔가 발랄한 느낌이죠. 그 느낌 그대로 진실학과 교수, 영리한 고양이, 신발을 신지 않는 구루, 지혜로운 지렁이, 깨달은 부엉이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115개의 긍정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림과 어우러진 짧은 글이다보니 마음먹기에 따라 아주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번역자인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은 책을 느리게 읽기를 권하고 자유분방하게 읽기를 권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밝고 친절한 이야기가 담긴 책인 것 같지만, 작가는 웃음과 희망 이전에 경험한 아픔과 슬픔이 담긴 느린 태도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느리게 읽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기승전결 형태로 쓰인 책이 아닌만큼 어느 페이지의 어떤 이야기를 읽어도 그 나름대로 충분히 음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분방함을 권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책을 빠르게 읽으며 특히 마음에 드는 페이지는 별도로 표시해 둔 후, 나중에 그 페이지의 글만 천천히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아마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짧은 글과는 달리 더해지는 생각이 더 많아지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별도로 표시해 둔 몇가지 문장입니다. 참고로 첨부한 이미지는 영문판 이미지입니다.


 ● 만약 네가 그 과정을 즐기지 않는다면, 목표를 이룬다 해도 무의미할 거야. (19p)

 ● 내가 아는 한 말이야. 사람들한테 다정하고 친절하고 다가가기 편하게 구는 건 하나도 나쁠 게 없어. 예의바르고 진심 어린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는 건, 그건 결국 네 자신을 잘 대하는 것과 같거든. (21p)

 ● 행복이란 운 좋은 사람들이 받는 어떤 축복 같은 게 아니야. 너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마음의 상태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행복이 너를 선택하는 건 아니란 말이지. (29p)

 ● 무언가 가치있는 것을 배웠다면, 잊지 말고 그 배운 것을 사람들과 나누며 살자. (35p)

 ● 우리 삶은 문제들로 가득한 게 아니라 배울 기회들로 가득한 거야. (47p)

 ● 삶을 가장 크게, 멋지게 변화시켜 주는 건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몇 걸음도 안 되는 가까운 곳에 있는. (55p)

 ● 마음이 닫힌 사람들에겐 커다란 행운이나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아. (73p)

 ● 우리는 자기 파괴나 자기 비판 같은 행동으로 마음속의 회피 바이러스를 정말 감쪽같이 감춘다. (85p)

 ● 역사가 반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어. 그 안에 뭔가 더 담겨 있거나 더 배울 게 있기 때문이야. (87p)

 ● 원치 않는 걸 거절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네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겠어? (109p)

 ● 네가 너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더 신경을 써봐. 남들이 널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말고. (125p)

 ● 가장 진심어린 말은 귀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 말은 가슴으로 느껴진다. (157p)


저자는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aythethoughtsbewithyou )에 가면 새로운 이야기와 그림이 정기적으로 올라옵니다. 물론 영어로 올라오긴 하지만 그렇게 많이 어려운 문장은 아니니 영어공부를 겸해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타워즈의 제다이들에게 포스가 함께 한 것처럼 여러분께는 행복하고 긍정적인 생각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인 샨티는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한다고 하는데, <우주는 네가 시작하기만 기다리고 있어>는 출판사 이름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되네요.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이구요.

 


저자가 주는 메시지 중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열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이 부분은 특히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남들과 비교해서 나의 목표를 정하는 건 행복하지 않을 일이죠. 어제와 나와 비교해 더 나아진 나를 만들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됩니다.


 1. 너에게 진실된 삶을 살아라, 다른 누가 아닌.

 2. 가능한 한 늘 진심으로 웃어라.

 3. 우정을 소중히 해라.(친구들은 너를 지지해 줄 네트워크이다.)

 4. 바보스러운 행동을 삶 속에 초대해라.

 5. 창조해라!(그게 너의 영혼을 행복하게 할 거다.)

 6. 열심히 일해라, 하지만 너무 열심히는 하지 마라.

 7.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라.

 8. 용감해져라. 너의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라.

 9. 사람들(낯선 이라도)에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행동하도록 노력하라.

10. 아이의 시선을 가져라. 나이가 든 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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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1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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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 어린왕자에게 깨달음을 주는 사막여우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입니다. 최근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실린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에 살고 있는 척추동물 중 322종이 1500년부터 점차 사라졌고 남아있는 종들도 평균적으로 그 숫자가 25%가량 줄어들었다. 모든 척추동물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떤 한 종의 생물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멸종이라고 하는데요, 지구상에 등장했던 종의 99% 이상이 이미 멸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멸종 중에서도 특히 규모가 커서 전 생명 역역에서 70% 이상의 종이 사라진 사건을 대멸종이라 하는데, 지구의 역사 속에서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에 일어난 다섯 번의 멸종 사건을 5대 멸종이라 부릅니다. 이 중 페름기 대멸종 때는 모든 종의 95%가 멸종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대멸종은 살아남은 종을 진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대멸종은 생태계를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멸종이 없었다면 인류의 운명도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고생대의 대멸종은 어류라는 척추동물을 바다의 제왕으로 만들어주었고, 백악기의 대멸종은 공룡이 지배하던 세상을 마무리 시키고, 신생대 빙하기들은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역할을 하게 한 소규모 멸종을 만들어 냈습니다.



대멸종이라고 하면 으레 소행성 충돌에 따른 공룡의 대멸종만을 떠올리곤 했는데, 책을 읽으며 대멸종의 다양한 원인, 생명 진화의 과정, 부가적인 상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5모든 것의 끝 혹은 시작, 멸종편을 기초로 했다고 하는데요, 다시보기가 가능한 분은 병행해서 보시면 이해가 더 쉬울거라 생각됩니다. 200페이지 남짓 되는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 상 생소한 용어가 꽤 많이 등장하는데,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 이야기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고 읽는 게 좋습니다.


대멸종은 천문학적인 원인과 지구 내부 구조와 관련된 원인, 지구 냉각화, 지구 온난화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데, 한때 지구상의 모든 멸종을 외계 천체와의 충돌로 몰아가려던 경향도 있었지만 연구 결과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니라고 하네요.



멸종의 원인 중에는 화산 폭발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요,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의 그림 <절규>1883년에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을 담은 그림이라고 합니다. 화산 당시 폭발음은 지구 반대편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들렸다고 하는데, 그림 배경에 보이는 하늘이 붉게 물든 것은 크라카타우 화산의 화산재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합니다.

 

74,000년 전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토바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햇빛을 가려 수십 년 동안 겨울이 지속되었고, 그 결과 빙하기가 왔다고 합니다. 이런 수퍼 화산이 다시 폭발할 경우 화산재에 의한 핵겨울과 화산 가스에 의한 온난화가 이어져 멸종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몇년 전에는 독도 인근에 매장된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메탄 하이드레이트도 상황에 따라 대멸종을 불러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바다 온도가 상승하면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구조가 깨져 메탄이 공기 중으로 올라가 온실 효과를 만들고, 대기 중의 산소 농도를 낮추게 됩니다. 이로 인해 바다의 산소 농도 또한 줄어들게 되고 바다생물이 산소 부족으로 죽게 되면, 죽은 생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대규모로 소비되는 끝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지금까지 있었던 5번의 대멸종에 이어 6번째 대멸종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6번째 대멸종의 방아쇠를 인류가 당기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오존층 파괴, 열대 우림 파괴, 기름유출이나 쓰레기 투기로 인한 바다 오염,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등 인간이 가속화하는 멸종의 원인은 너무도 다양합니다.


부끄러운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요, 해양수산부가 2월에 공개한 기업별 해양폐기물 배출 현황에 따르면 2014년에 358개 기업이 동해와 서해에 총 491472의 폐기물을 버렸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는 2013년까지 OECD 국가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유일한 나라였다고 하네요.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지구환경시계가 소개됐습니다. 환경재단(Korea Green Foundation)과 일본 환경단체인 아사히그라스 재단(The Ashahi Glass Foundation)이 환경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매년 공동으로 발표하는데요, 0~3시까지는 '좋음', 3~5시는 '보통', 6~9시는 '나쁨', 9~12시는 '위험'을 나타냅니다. 지구 환경위기시각은 1992년 처음 도입될 당시 749분이었는데, 2014년에는 위험한 상태인 927분에 이르렀습니다. 시작부터 나쁜 상태로 출발해 불과 20여 년만에 위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대멸종이라고 하면 동식물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까지의 대멸종 사건은 짧게는 수십만 년에서 길게는 천만 년에 이르는 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한 게 약 400만 년 전이니 어쩌면 지금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점점 빨라지고 있죠.

 

몇 십 년 안에 인류가 사라지진 않을 테고, 아주 먼 훗날 6번째 대멸종이 온다 해도 인류는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살아남은 종이 진화를 거듭해 인간이 없는 새로운 지구 생태계가 만들어 질수도 있죠. 그런데 최소한 인간이 대멸종의 원인을 제공하는 불상사는 없었으면 합니다.


위에 첨부한 이미지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가 선택할 길은 무엇인가, 인간만을 위한 지구인가? 더불어 함께 사는 지구인가?

 

지구에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살고 있는 우리가 조금이나마 지구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구요.


덧붙이는 글

이 책을 읽고 찾아보니 <여섯 번째 대멸종/처음북스>이라는 책도 출간되어 있네요. 이 책과 함께 2007년에 출간된 <인간 없는 세상/랜덤하우스코리아>이라는 책도 함께 읽으면 더욱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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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이슬람을 만나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만나다
김효선 지음 / 한길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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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길은 많은 의미를 지닌 단어입니다. 우리가 걷는 길 자체를 뜻하기도 하고, 개인의 삶이나 사회적ㆍ역사적 발전이 전개되는 과정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데 지향하는 방향이나 지침을 뜻하기도 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길을 찾아 길을 걷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 드리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십니다. 세계 3대 성지 순례길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죠. 산티아고 길을 걷고 쓴 여행에세이도 국내외 저자를 불문하고 많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공식 사이트( http://peregrinossantiago.es/ )에 가면 월별 순례자 통계와 연간 통계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간 통계는 2013년 자료(pdf)까지 올라가 있는데요, 통계를 살펴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2013년에 총 215,880명의 순례자가 산티아고 길을 걸었는데, 그 중 우리나라 사람은 1.28%에 해당하는 2,774명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루트도 다양한데요, 역시 통계를 살펴보면 가장 많이 걷는 길이 프랑스 길(Camino Francés)로 70.30%를, 그 다음이 포르투갈길(Camino Portugués)로 13.69%를, 그리고 이 책에서 걸은 플라타 길(Vía de la Plata)은 4.18%로 네 번째로 많은 순례자가 지나간 길입니다. 참고로 


이 책 말고도 저자의 책 세권이 함께 출간되었는데 한 권은 프랑스 길을 걸은 이야기이고, 한권은 포르투갈 길을 걸은 이야기라고 하네요.


플라타 길은 과거 포에니 전쟁 때 카르타고의 한니발장군이 코끼리를 끌고 온 길로도 유명한데요, 세비야를 출발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1,003km에 걸쳐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에스트레마두라, 메세타, 칸타브리아 대산맥, 갈리시아 지방을 두루 지나는 코스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플라타 길에 많이 관심이 가는데요, 정말 단순한 이유지만 세비야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스페인 전체를 돌아본 건 아니지만 그중 세비야는 정말 인상 깊은 곳이자 스페인에 다시 간다면 꼭 한 번 더 들르고 싶은 도시이기도 하니까요.



저자는 두 딸의 엄마인 중년 여성입니다. 평범한 주부로 살다 50대에 이르러 도보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생길을 걷습니다. 이 책은 2008년에 41일간 플라타 길을 걸은 기록인데요, 경험도 많고 포용력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연령대의 저자 때문인지 길을 걸으며 내면의 무언가를 깨닫는 과정에 대한 서술 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느낌이 강한 책입니다. 실제로 저자와 같은 시기에 플라타 길을 동행하는 사람들은 저자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입니다. 물론 중간 중간 지역에 관련한 역사나 건축물에 대한 설명도 나오긴 합니다만 역시 이 책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자는 플라타 길을 걷기에 앞서 2006년에 프랑스 길을 걸었는데요, 그때 함께 한 프랑스 여성 피아(일정 내내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담당)와 플라타 길도 함께 합니다. 프랑스 길은 동에서 서로 이동하다보니 해가 늘 등 뒤로 뜨는데, 플라타 길은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다보니 오른쪽에서 해가 뜹니다.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아름다운 일출을 즐길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날씨가 좋은 스페인이지만 저자가 걷는 기간에는 유독 비가 많이 내립니다. 무릎 위까지 물이 찬 냇가를 건너고, 진흙탕을 걷으며 지치기도 하지만 도보여행자들의 노고는 대평원의 밀밭과 꽃밭 등 대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충분히 보상 받습니다.


책에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걷는 과정 중에 묵기로 예정했던 숙소가 문을 닫기도 하고, 일행과 의견이 달라 기분이 상하기도 합니다. 그런 날엔 아무리 피곤해도 상념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때론 길을 잃어 얼떨결에 찾아간 마을에서 머물기도 하고, 함께 걷는 사람들 사이에 로맨스가 생기기도 합니다. 잔잔하지만 일행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빠르게 책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플라타 길은 하루 평균 15명 정도가 걷는다고 하는데, 저자가 걷는 기간에도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함께 걸으며 인연을 만들어 갑니다.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갖가지 언어가 섞여 각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100% 전달되진 않지만, 모두 서로의 복을 빌어주며 길을 걷습니다. 책 속 문장 중에 가장 와 닿은 부분이 있어 전체를 옮겨 봅니다.


“먼 길을 걷는 이들은 긍정적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사람을 대한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익숙해지는 데 필요한 건 긍정적인 사고와 열린 마음 뿐이다. 그것이면 된다. 다른 모든 것은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니까.” (92p)


여행에세이를 읽다보면 풍경에 대한 서정적 접근이 지나치다 싶은 경우가 생깁니다. 도대체 어떤 감성을 가지고 있어야 저런 문장이 나올까 싶기도 하고, 역시 작가 감성은 다른 것인가 싶기도 한데요, 이 책은 그와 달리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쓴 글이라기보다 저자의 일기를 엿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길이란 무엇일까요? 길을 걷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우연히 지나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게 하고, 스페인 여러 곳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이 1년마다 모여 길을 걷게 합니다. 때론 다른 여행자들의 오만과 무례함 때문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힘들게 걸은 뒤 만나는 뜨거운 샤워, 맛있는 음식, 포근한 잠자리에 기쁨을 느낍니다. 힘들지만 주변의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우연한 만남과 스치는 인연에서 힘을 얻습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올레길, 둘레길 등 우리 주변에도 길은 많이 있고 함께 걷고 인연을 맺을 사람도 많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얻은 가장 큰 길도 역시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산티아고 길을 걷고 싶은데 그 거리 때문에 엄두가 안 나는 분들을 위해 통계 자료를 하나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2013년 산티아고 길 순례자 중 33,461명(15,50%)이 60세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길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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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 손님이 줄 서는 가게 사장들의 돈 버는 비밀 자영업자를 위한 ‘가장 쉬운’ 장사 시리즈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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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를 만드는 회사가 `우리는 선풍기를 만드는 제조회사`라고 한다면 더 좋은 선풍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바람을 만드는 회사`라고 한다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더 다양한 상품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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